알파벳 하나에 뒤바뀐 운명...졸지에 '에이즈 환자'됐다

알파벳 하나에 뒤바뀐 운명...졸지에 '에이즈 환자'됐다

2016.05.19.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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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배, 사회부 기자

[앵커]
보험사들의 고객 정보에 멀쩡한 사람이 1년 동안이나 에이즈 환자로 등록이 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보험사 직원의 실수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보험사들은 이런 민감한 정보를 서로 공유하면서 , 잘못된 정보를 서로 공유하면서 이를 근거로 추가적인 보험도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사건 취재한 이승배 기자와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멀쩡한 사람이 에이즈 환자로 등록이 됐다, 이게 무슨 말입니까?

[기자]
제목 만큼이나 황당한 사건입니다. 30대 여성 김 모 씨는 올해 초 연금보험을 신청했다가 거절 통보를 받았습니다. 에이즈 환자라는 게 이유였습니다. 다른 병도 아니고 법정 감염병인 에이즈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이 여성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1년 전에 신경통 증세로 보험금을 탔는데 당시 보험사 직원이 질병 코드를 잘못 입력했던 것입니다.

[앵커]
질병 코드를 잘못 입력했다고요? 어떻게 했는지...

[기자]
왼쪽이 의사가 진단한 원래 코드입니다. R202라고 되어 있는데요. 피부지각이상 증세입니다. 그런데 알파벳 R을 B로 바꿔 넣으면서 난데없는 에이즈 환자가 돼버린 것입니다.

[앵커]
알파벳 하나만 바뀌었을 뿐인데.

[기자]
그렇습니다. 이런 사실을 당사자는 1년 동안이나 까맣게 몰랐습니다. 피해 여성의 말, 한번 들어보시겠습니다.

[김 모 씨 / 피해자 :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이런 에이즈 환자라는 기록들이 나중에 혹시라도 남겨져서, 저에게 제2차, 3차에 걸쳐서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이 돼요).]

[앵커]
그러니까 R이 B로 바뀌는 바람에 이 피해여성은 정말 황당한 일을 당했는데 보험사에서는 뭐라고 합니까?

[기자]
해당 보험사에 문의를 해 봤는데요. 해당 보험사는 직원이 실수했다고 말을 했습니다. 지금은 진단서를 스캔해서 코드가 자동으로 입력되는 방식인데요. 당시만 해도 직접 손으로 입력하다 보니까 이런 문제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이후에 잘못된 것을 고쳤으니까 별문제 없다는 입장까지 밝혔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는 진정성 있는 사과는 물론 처리가 어떻게 됐는지 그리고 추가 피해는 없는지 등에 대한 설명도 지금까지 못 들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보험회사 해명 한번 들어보시겠습니다.

[보험사 관계자 : 보통(그동안) 100% 수기 작업을 해왔었고, 그러다 보니까 이런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는데,지난해에 그런 것들을 보완하려고 진단 서류를 스캔하고 전산화해서 전산 입력하는 시스템을 마련했거든요.]

[앵커]
그러니까 보험사 얘기는 잘못 적은 것이고 우리 실수다. 그런데 손해 난 것 없지 않느냐, 환자도 아니죠, 아무튼 이 보험 가입자한테는. 그런 입장인 것 같은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이분이 다른 보험회사를 통해서 본인이 에이즈 환자로 등록됐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고요?

[기자]
다른 보험사에 가입하려다가 이 사실을 알게 됐는데요. 이는 보험사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는데요. 에이즈 같은 민감한 정보까지도 공유를 하고 있는 겁니다. 어느 회사든 한 번이라도 보험금을 타면 보험개발원에 정보가 모이고 이 내용 대부분이 보험사가 활용을 하고 있는 겁니다.

해명은 이렇습니다. 보험금 이중지급을 막으려는 조치다라고 명분을 대고 있는데요. 물론 보험금 신청을 하거나 새로 보험을 가입할 때 한해서만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충분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보통 요즘 같은 개인정보를 중요하게 여기는 추세에서는 이런 관행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대책이라고 한다면 크게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보험사들은 개인정보를 어떻게 모으고 그리고 어디에 쓰고 누구에게 제공하는지 당사자에게 명확히 알리고 또 동의를 받도록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그리고 소비자도 개인정보 동의를 할 때는 내용을 더욱더 꼼꼼하게 따져보고 그래야 이 같은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앵커]
그렇죠. 지금까지 이승배 기자였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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