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컵라면에 푸른 곰팡이...업체 측 "제조에 문제없다"

단독 컵라면에 푸른 곰팡이...업체 측 "제조에 문제없다"

2016.04.07. 오전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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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내 라면 업체의 컵라면에서 심각한 이물질이 발견됐습니다.

YTN이 성분 분석을 의뢰해봤더니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곰팡이, '페니실리움'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업체에서는 제조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이 곰팡이가 어디에서 왔는지는 미궁입니다.

이강진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컵라면에 새파란 이물질이 보기 흉할 정도로 심하게 묻어 있습니다.

용기에도 시커먼 그을음이 넓게 퍼졌습니다.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구입한 소비자는 무심코 제품을 열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곰팡이 라면 피해자 : 뜨거운 물 받으려고 비닐을 뜯고 뚜껑을 열었는데 안에 먼지가 쌓여있더라고요. 자세히 보니까 곰팡이인 거 같기도 하고….]

공정을 추적해보니 1월 22일 오후 4시 26분에 만들어진 제품입니다.

제품을 구입한 게 2월 중순이니까, 불과 20여 일 사이에 문제가 생긴 겁니다.

식약처에서 지정한 연구소에 제품을 의뢰해 분석해봤습니다.

한국식품정보원과 일본 위생미생물연구센터의 공동 검사 결과, 이물질은 푸른 곰팡이로 알려진 페니실리움이었습니다.

항생 물질인 페니실린을 만들기도 하지만, 식품 오염의 원인이 되는 유해성 독소를 내뿜는 물질입니다.

[이은정 / 순천향대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 : 어떤 독소는 간암을 유발하기도 하고, 어떤 독소는 콩팥 기능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어떤 독소는 신경계에 작용을 해서 경련이나 호흡마비 같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업체 측은 라면을 만들 때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합니다.

공장 안의 습도가 낮기 때문에 곰팡이가 필 수 없고, 유통 과정에서 용기가 파손된 틈으로 균이 들어갔을 거라는 겁니다.

하지만 연구소 측 설명은 다릅니다.

발견된 곰팡이가 건조한 환경에서도 자랄 수 있고, 유통뿐 아니라 생산 단계에서도 오염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놓았습니다.

소비자 역시 제품을 샀을 때 포장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확신합니다.

[곰팡이 라면 피해자 : 제가 볼 때도 정상적이었어요. 비닐은 다 씌워져 있는 상태였고요. 네, 비닐이 빵빵했어요. 밑에서부터 항상 이렇게 뜯는 게 습관이 되니까 정상적으로 뜯었고….]

사실이 불거지자 해당 라면 업체는 소비자와 접촉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YTN 이강진입니다.

[앵커]
라면에 곰팡이가 피었다는 소비자들의 문제 제기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원인 규명이 쉽지 않다는 이유로 매번 흐지부지 넘어가기 십상입니다.

안일한 대응에 소비자들의 불만과 불안은 커져갑니다.

황보연 기자입니다.

[기자]
문제가 된 업체의 다른 컵라면입니다.

역시 원래 라면 색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오염됐습니다.

컵라면뿐만 아니라 봉지라면에서도 곰팡이가 발견됐다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한 업체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식약처에는 해마다 라면 이물질 신고 600여 건이 접수되고, 그 가운데 곰팡이가 피었다는 신고는 최근 3년 동안 52건이었습니다.

소비자원 상담을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3년 동안 라면과 관련된 상담이 600건 정도였고, 꼭 집어 곰팡이가 발견됐다는 것만 32건이었는데, 업체에 직접 신고하는 경우까지 합치면 피해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원인이 밝혀지기는 쉽지 않습니다.

일단 업체에 접수되는 피해 사례는 그대로 묻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 : 우리 공무원들한테 이물질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미 이물질을 다 업자한테 줘서 업체들이 없애버려서 조사할 수 없는 단계가 많거든요.]

또, 소비자가 직접 곰팡이 발생 원인을 찾아내야 하는데 쉽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제품을 교환하는 선에서 마무리됩니다.

[장인영 / 한국소비자원 섬유식품팀장 : 제품 교환이나 구입가 환급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만일 섭취 후에 부작용이 발생했다면 인과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의사 발급 진단서를 첨부해서….]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곰팡이 문제가 발생하면 라면 한 박스 정도 보내서 소비자를 달래 무마하는 게 최선이라고 털어놨습니다.

[곰팡이 라면 피해자 : 라면 한 박스를 보내줬거든요. 그러면서 없었던 일로 하자고, 얘기하자 말라고….그 이후로는 이렇저 저렇다 무엇 때문에 그렇다는 얘기는 따로 안 해줬거든요.]

매번 명확한 원인 규명 없이 슬쩍 문제를 덮고 넘어가는 안일한 대처에 소비자들은 불신이 쌓여갑니다.

[최진실 / 서울 화곡동 : 눈에 보이지 않는 곰팡이가 있을 수도 있는데 이걸 모르고 끓여 먹으면 끔찍하죠, 많이….]

[이지훈 / 서울 상암동 : 공장에서는 문제가 없이 만들었다 해도 어떻게든 유통 과정에서 균이 들어가서 곰팡이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건데 저희가 컵라면 먹을 때 면을 일일히 확인하는 것도 아니고 바로 물 부어서 먹는 건데….]

YTN 황보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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