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기쁘게 하려고..." 가짜 파워블로거의 비극

"어머니 기쁘게 하려고..." 가짜 파워블로거의 비극

2016.03.30. 오후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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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20대 여성이 파워블로거를 사칭해 모두 43억 원이 넘는 돈을 챙겼습니다.

범행을 저지르게 된 동기부터, 주범이 뒤바뀐 결말까지 그 사연을 한연희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24살 박 모 씨는 지난 2013년 5월,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어머니에게 30만 원짜리 화장품을 선물했습니다.

힘들게 번 돈으로 화장품을 선물하느냐는 어머니의 말에 박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파워 블로그에서 제품 홍보를 해주고 협찬받은 물건이라며 어머니를 안심시켰습니다.

하지만 당시 박 씨가 운영하던 블로그의 방문자 수는 고작 2백여 명.

박 씨가 어머니를 기쁘게 하려 했던 거짓말로부터 비극은 시작됐습니다.

박 씨 어머니의 자랑을 들은 사촌 언니 장 모 씨는 명품 가방을 싸게 구입해 달라고 요청했고, 사실을 털어놓을 수 없었던 박 씨는 아르바이트비와 대출받은 돈으로 할인액수를 메꿨습니다.

하지만 점점 주문량이 늘어 결국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 되자 장 씨에게 사실을 털어놨습니다.

그런데 장 씨는 박 씨가 파워블로거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범행을 부추겼습니다.

오히려 부유층에게까지 손을 뻗어 골프장 회원권과 골드바, 심지어는 아파트까지 할인 구매가 가능하다며 속인 겁니다.

이들은 20여 명에게서 무려 43억 8천여만 원을 챙겼고 결국 꼬리가 잡혀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심은 박 씨에게는 징역 5년을, 장 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장 씨는 박 씨가 진짜 파워블로거인 줄 알았을 가능성도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항소심 판단은 달랐습니다.

장 씨가 박 씨의 고백을 듣고서도 거래를 계속했고, 박 씨에게만 책임을 돌리려 한 정황도 있는 만큼 두 사람은 공범이라고 봤습니다.

더 나아가 사회 경험이 많은 장 씨가 직접 피해자들을 속이며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장 씨에게 징역 5년을, 박 씨에게는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장 씨 등이 법원 판단이 잘못됐고 형이 무겁다며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조병구 / 대법원 공보관 : 포털사의 파워블로거로서 명품 등 각종 물품 구입에 관하여 포털사를 통하여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속여 피해자들로부터 금품을 편취한 행위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수긍한 판결입니다.]

좋은 의도에서 시작한 거짓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피해자들은 큰돈을 잃게 됐고, 20대 여성은 전과자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YTN 한연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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