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병원 보내달라 했는데..." 복무 중 청력 잃은 해병대원

단독 "병원 보내달라 했는데..." 복무 중 청력 잃은 해병대원

2016.03.02. 오전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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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청년이 해병대에서 복무 중 사격장 인근에서 8시간 가까이 머무르는 사이 청력에 이상이 생겼는데요.

바로 보고했지만, 다음날 새벽에도 근무에 투입되다 결국 청력을 잃었습니다.

군 당국은 감찰에 착수했지만, 징계 여부는 불투명합니다.

박광렬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1월 해병대 만기 전역한 최 모 씨는 군 복무 중 왼쪽 청력을 잃었습니다.

사격훈련에 쓸 탄약을 옮기고 난 다음, 8시간 이상 사격장 근처에 있도록 지시받은 것이 화근.

[최 모 씨 / 군 복무 중 청력 상실 : 점심시간 30분 제외하면 7시간 반가량을 귀마개나 아무 안전대책 없이 노출되어 있었고요. 중간에 승차 책임자가 와서 괜찮으냐고 얼굴을 비친 적도 없고요.]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최 모 씨 / 군 복무 중 청력 상실 : 어지러움이 너무 심해서 넘어졌어요. 아예 균형이 안 맞아서 일자로 못 걸을 정도였어요. 가만히 있어도 바닥이 흔들린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저녁에 간 부대 안 병원에서는 아무 진료도 받지 못했습니다.

사단급 부대 병원에만 의사가 있고, 대대급 병원에는 야간에 의사 대신 의무병만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직 간부에게 증상을 얘기했지만 흔히 있는 일이니 아침까지 기다려보자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먹먹한 귀를 부여잡고 새벽 근무까지 서야 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동료들까지 외부 진료를 요청하고 나섰지만, 이번에는 절차가 문제였습니다.

[당시 부대 동료 : (간부에게) 병원에 보내달라고 했는데도 군인이다 보니까 너희가 쉽게 병원에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여러 가지 절차가 필요하다고 얘기를 했다고….]

뒤늦게 인근 병원을 찾았지만, 이미 심각한 청력 손상이 일어난 뒤.

치료에 필요한 골든타임이 지나버린 겁니다.

[신승호 / 이대목동병원 이비인후과 전문의 : 증상의 시작, 즉 난청이나 이명 증상이 있었던 후로부터 스테로이드 약물치료가 가장 기본적이고 효과적 치료인데 (발병과) 치료 사이의 간격이 짧을수록 효과가 좋습니다.]

사건 발생 1년이 지난 최근에야 피해자 신고로 감찰에 들어간 부대 측.

간부들 진술 내용을 피해자에게 확인도 거치지 않은 데다, 그나마 징계 여부조차 불투명합니다.

[감찰 관계자 : 제가 어떻게 답변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진행 중인 사안이어서….]

병가로도 모자라 자신의 휴가를 써가며 진료를 받았지만 더는 치료가 무의미하다는 판정을 받은 상황.

하지만 부대 측은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해병대 관계자 : 사격장에 다녀오면 많은 대원이 호소하는 증상이어서 하루 있어 보면 좀 괜찮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원만한 군 생활을 위해 1년 동안 혼자 참아왔던 최 씨.

조용하면 더욱 심하게 들리는 이명으로 잠도 잘 이루지 못하지만, 불편함보다 마음에 생긴 상처가 더욱 괴롭습니다.

[최 모 씨 / 군 복무 중 청력 상실 : 한 사람의 미래에 걸림돌을 크게 남기고 상처를 줬음에도 아무 책임 없다는 듯이 진급하고 웃고 다니고 그런 점이 억울하고 화나고….]

YTN 박광렬[parkkr0824@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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