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 울린 서울대학교 어느 학생 가장의 고백

누리꾼 울린 서울대학교 어느 학생 가장의 고백

2016.02.18. 오후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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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 울린 서울대학교 어느 학생 가장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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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가장의 감동적인 사연이 누리꾼들을 울리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익명 제보 페이지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 올라온 한 학생의 글. 졸업을 앞둔 이 학생은 어릴 때 부모를 잃은 아픈 가정사와 그 동안의 노력을 담담한 어조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동생 둘과 함께 5평 짜리 작은 방에서 생활했던 어린 시절, 새벽 배달 일을 하면서 어려운 형편을 꾸려 나간 기억들. 그랬던 소년 가장 뒤에서 묵묵히 도와준 주인 집 아줌마가 있었습니다.

꼬박꼬박 저금을 할 수 있게 해주고, 학업을 포기하려 했던 글쓴이에게 대학 진학을 설득한 것도 그 아줌마였습니다.

"졸업을 합니다. 다 아줌마 덕분입니다. 사랑합니다." 학생 가장은 아줌마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은 누리꾼들은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 "이 가족과 아주머니에게 축복이 있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아래 페이스북 글 전문)

동기들끼리 술을 마시다 말이 나왔다. "야, 근데 너는 군대 안 가냐?" "군대? 가야지" 나는 그리고 서둘러 잔을 들었다. "야, 잔 비었다 잔"

나는 군대를 안 간다. 못 간다고 쓸 수도 있는데 그렇게 쓰기에는 군대를 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나는 가장이다. 엄마 아빠는 둘 다 고아라고 했다. 보육원에서 같이 자라고 결혼했다고.
그리고 내가 열두 살 때, 두 분은 버스 사고로 돌아가셨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뭐가 있었을까, 일곱 살짜리 동생과 두 살짜리 동생을 위해서.

공부를 하고, 새벽엔 배달을 하고, 다섯 평짜리 방에서 셋이 잤다. 학교에서는 장학금도 줬다. 수급자비도 정부에서 줬다. 분유, 기저귀, 대부분 그런걸 사는데 썼다. 물론 그 때는 지금 보다는 쌌다.

그래도 꼬박꼬박 저축도 했다. 한 달에 오만 원, 많은 돈은 아니었다. 사실 그것도 주인집 아줌마 명의였다. 그리고 몇 년 뒤에 아줌마가 나를 앉혀 두고 말했다. "너, 대학 갈 거니?" "아, 일하려고요" "아니야, 잘 들어.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을 가. 그래서 과외를 하렴"

어린 나이에 몸이 상하면 나중에 더 먹고 살기 힘들다 했다. 몸도 커서 다섯 평에서 자기도 힘들 텐데, 돈 많이 벌어서 조금 더 넓은 집으로 이사가라고. 세상에 착한 사람이 있다는 걸 나는 이 아줌마 덕에 믿게되었다.

그리고 나는 믿기 어렵게도 이 대학에 붙었다. 물론 기회균등 전형이었지만.

과외 전단지를 만들어 돌렸다. 한 달만에 내 손에 60만 원이라는 돈이 들어왔다. 학교에서는 생활비 장학금을 줬다. 정부에서도 지원을 아직 끊지 않았다.

우리 가족은 이사를 했다. 아줌마한테 감사하다고 꾸벅 인사를 하고. 그리고 며칠 전에 아줌마를 찾아갔다. 뭘 사갈까 고민하다가 고구마케이크랑 음료 세트를 양손에 들고 갔다.

아줌마는 고생했다고 우리 등을 다독여주셨다. 큰 동생은 이제 고3이다. 작은 동생은 이제 중학생이 된다. 그렇게 계산하더니 아줌마는 정말 빠르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괜히 눈물이 났다. 결국 우리 넷은 울었다.

이 자리를 빌어, 페이스북을 하지 않는 아줌마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

저는 이제 졸업을 합니다 아줌마. 다 아줌마 덕분입니다. 사회에 나가서도 종종 찾아뵙겠습니다. 사랑합니다.

YTN PLUS 정윤주 모바일 PD(younju@ytnplus.co.kr)
출처: 페이스북 페이지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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