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가라고" 또 막말 승객에 당한 택시기사

"닥치고 가라고" 또 막말 승객에 당한 택시기사

2016.01.04. 오후 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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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택시 기사에 대한 폭행과 폭언, 비단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닌데요.

이번에는 모멸감을 주는 욕설이 난무하는 영상을 YTN이 확보했습니다.

불친절과 요금 시비에 따른 민원뿐만 아니라 택시기사에 대한 보호 수단도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조성호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달 30일 밤 승객을 태운 택시기사 박 모 씨.

그때부터 승객의 폭언이 시작됐습니다.

[택시 승객]
"먹고 살기 힘들면 닥치고 가시라고! 동부간선도로 미리 탔으면 벌써 금방 갔어! 5만 원이고 10만 원이고 드릴 테니까 입 닥치고 가세요!"

기사가 길을 잘못 들어 피해를 봤다는 겁니다.

[택시 승객]
"나는 시간이 돈인 사람이야. 나이를 먹었으면 기사 노릇을 얼마나 했으면 길을 몰라. 돈을 그렇게 더 벌고 싶어요?"

심지어 비하 발언까지 서슴지 않습니다.

[택시 승객]
"버러지 같은 것들이 진짜…그만큼 천하게 산 거야. 세워! 존댓말도 필요 없네, 나이를 처먹으면 뭐해."

폭언은 때로는 폭행으로까지 이어집니다.

실제 지난달에는 남녀커플이 택시기사를 함께 폭행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예약 손님을 기다리는 걸 승차 거부로 오해한 겁니다.

[이성복, 택시 기사]
"(운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고가 생기는데… (폭언·폭행으로 인한) 사고위험은 말할 수 없는 거죠."

문제는 운전 중 가중처벌 규정을 마련한 폭행과 달리, 폭언은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다는 점입니다.

형법상 모욕죄는 불특정 또는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공연성'을 필요로 하는데, 택시 안에 단둘이 있을 때의 욕설은 공연성이 없어 모욕죄를 구성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면 폭언의 주요 원인이 되는 불친절과 요금 분쟁으로 인한 민원 건수는 지난해 서울시 택시 민원 전체의 절반을 훌쩍 넘었습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다음 달부터 반말이나 욕설, 성희롱 등 불친절 행위를 한 택시기사에게는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

하지만 택시기사의 안전에 대한 보호수단은 없습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택시기사가 손님에게 피해를 당했을 때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게 굉장히 번거로운 일입니다. 택시기사도 명확하게 감정 노동을 하는 사람입니다. 감정노동자가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근로조건이나 처우가 개선되는 게 매우 시급한 과제입니다."

일각에서는 일부 다른 나라처럼 칸막이 추진 등 방안을 제시하지만, 예산 문제로 실효성이 크지 않은 상황입니다.

승객에 대한 서비스 개선만큼이나 승객의 '갑질'에 대한 안전 대책 마련도 필요해 보입니다.

YTN 조성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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