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문열이 보는 2015년

소설가 이문열이 보는 2015년

2015.11.30. 오후 2:21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 이문열, 소설가 / 한국외대 인문대 석좌교수

[앵커]
한국 문학 사상 가장 많이 책이 팔린 작가가 바로 이문열 소설가의 책입니다. 2800만부고요. 2위가 조정래 작가의 1700만부라고 합니다.

오늘 신장암을 이기고 돌아온 이문열 작가 만나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십시오. 저도 어린시절에 선생님 작품 많이 읽었습니다.

악수 한번 해도 되겠습니까. 신장암을 앓으셨다는 것은 아마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얼마 되지 않은 거죠?

[인터뷰]
네. 지난 6월에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대단한 것은 아니었고 초기여서 지금 석 달 후에 검진까지도 특별한 전이나 나쁜 것은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그렇게 듣고 있습니다.

[앵커]
다행입니다. 그래도 한쪽을 40%를 잘라내는 꽤 큰 수술이었다면서요?

[인터뷰]
40%를 잘라냈다고 들었습니다.

[앵커]
지금 건강은 활동하기가 괜찮으시고요?

[인터뷰]
네, 지금은 물리적 수술, 그 후유증은 전혀 없습니다.

[앵커]
지금 바로 소설을 또 쓰고 계시다고 들었는데요.

[인터뷰]
그건 사실 그렇지 않고 원래 바로 쓰려고 했는데 원래는 신장암 입원과 수술이 아니었으면 6월부터 바로 연재가 되었을 텐데 그게 한 6개월이 밀려버린 셈이 되겠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곧 집필을 시작하시는 거군요?

[인터뷰]
네.

[앵커]
1980년대를 소재로 한 작품이라고요?

[인터뷰]
오래된 내 내 공헌이었는데 결국 이렇게 많이 밀렸네요. 80년대가 어떤 의미에서는 변경이라고 하는 작품의 문을 닫는 형식이 될 수도 있고. 또 어떻게 생각하면 우리 시대나 혹은 곧 다가올 시대의 서막으로서의 80년대라는 것을 한번 볼 수도 있고.

[앵커]
80년대라는 것이 굉장히 이념적인 갈등도 치열했었고 우리 현대사가 격동했었던 시기이고 또 선생님한테는 개인적으로는 이른바 시대와의 불화를 겪으셨던 그때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때를 쓰신다고 하니까 어떻게 쓰실까. 또 어떤 논란에 휘말리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하게 되거든요.

[인터뷰]
그게 사실 글을 미루게 하는 원인이 됐습니다. 특히 글을 마지막으로 어떤 형태로든지 연재를 하든지 아니면 전작을 쓰든지 집필에 들어가기 직전에 저는 반드시 제목을 정해야 하는데.

[앵커]
제목부터 정하시는군요.

[인터뷰]
제목을 정해야 하는데 80년대에 대해서 이름 짓기가 대단히 힘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추상적인 이름으로 두 가지를 생각해보았는데 하나는 도가니와 모루, 이렇게 해서. 도가니라는 것은 쇳물을 끓이는 그릇, 강한 온도로 끓이는. 80년대가 도가니처럼 끓었던 시대일 수도 있고 도가니를 다른 비유로 하든 시련 같은 것으로 비유를 하기도 하죠. 모루는 쇠받침입니다.

거기에 우리가 어떤 물건을 뽑아낼 때 그 쇠를 한껏 때려서 만들어내는 것이죠. 80년대가 그냥 도가니일 뿐인가 모루인가. 우리가 무엇을 찍어냈는가. 그걸 생각을 하면서 제목을 결정하는 데 참 어려웠습니다.

그전에는 음악적인 개념을 빌려서 80년대가 하나의 가락으로 된 노래가 아니라, 단순 음악이 아니라 여러 가락이 어울려서 가는 말하자면 대유법적인 시대로 하고 끌어봤는데 그 제목 자체도 너무 전문적인 것이지만. 그래서 지금은 도가니와 모루쪽으로 생각을 하는데 말하자면 도가니와 모루가 가지고 있는 의미만큼이나 우리 80년대가 우리 역사, 특히 현대사에서 가지는 의미 같은 것이 이름 짓기가 어려웠습니다.

[앵커]
그래서 도가니, 그냥 도가니에 불과하냐, 아니면 모루에서 뭔가를 뽑아내느냐. 어떤 것을 뽑아내느냐. 지금 생각으로는 뭔가 좀 뽑아내기는 뽑아냈다고 생각하십니까?

[인터뷰]
글쎄요, 지금 두 개를 다 한꺼번에... 도가니와 모루까지 집어넣어서 제목을 쓰려고 하고 있는데. 최근에 있었던 YS 대통령의 장례식 같은 것을 보고 있으면 다시 내 제목이 적절했는가. 왜냐하면 지금 보이는 것으로는 그것은 도가니처럼 여러 개를 집어넣어서 녹여서 뽑아내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단순 음악 같은, 80년대는 말하자면 어떤 가치로는 민주화라는 것으로만 된 80년대. 민주화의 대통령으로 끝이 났으니까. 그래서 그걸 보고 있으면서 내가 그 개념을 잘 선택을 했나, 잘못했나, 다시 한 번 살피고 있는 중입니다.

[앵커]
민주화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또 넓게 보자면 진보진영이 주도했었고. 그래서 그 단선이 아니었느냐, 다른 것이 들어갈 여지가 없었던 것이 아니냐.

[인터뷰]
저로서는 우리 근대국가 형성에서 보통 두 개의 단계로 하는 산업화 혹은 근대화라는 측면이 하나 있고 그것이 권위적인 정권에 의해서 강압적으로 이뤄지기는 했지만 과정은 분명한데, 그리고 신혁명의 시대하고 민주화, 인권의 시대하고 이 두 개의 가치가 나는 같이 갔다라고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러다가 잘못하면 욕 먹는 것이 아닌가.

오직 민주화만 우리의 가치였다, 우리의 지향이었다, 이렇게 하고 나는 반동으로, 보수로 몰리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앵커]
그런 면에서 아직 시대와의 불화를, 완전히 트라우마를 극복하시지는 못하신 것 같은데요.

[인터뷰]
시대와의 불화는 시대라기보다도... 사실 시대라는 것이 예전에는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특히 80년대 이후에 제가 느끼는 바로는 그런 시대라는 것이 있지 않고요.

그 시대의 일시적 쏠림, 또는 일시적인 유행, 혹은 일시적인 집중, 혹은 집단적 히스테리 이런 것은 있지만 이렇게 우리가 옛날 19세기식으로 도도하게 시대정신이라는 것, 그런 것이 있었는지.

[앵커]
지금은 어떻습니까? 선생님 보시기에 2015년은 지금은 그런 양대 조류 또는 다른 것들이 모여서 지금 용광로처럼 되고 있습니까, 아니면 지금도 어떤 한쪽으로만 가고 있습니까?

[인터뷰]
저는 용광로처럼 되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최근의 변화인데 오히려 지난 10년 동안, 그러니까 참여정부와 국민의 정부 10년 동안 그 전에는 근대화 세력이라든가 산업화의 공로라든가 이런 말이 얘기된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항상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개인의 것으로만 얘기됐었는데 그 말이 생긴 것은 바로 그 10년 동안에 생겼습니다. 그걸 보면서 오히려 내가 희망을 가지는 것은 두 개의 혹은 몇 개의 멜로디가 같이 흐르고 있고 그때 그때 가장 주도권을 가진 멜로디, 그것이 있는 것일 뿐이지 시대 자체가 전부 단선의 멜로디로 무엇 하나를 위해서 온 것은 아니다, 그런 느낌은 있습니다.

[앵커]
어쨌건 80년대 얘기를 쓰신다는 것도 넓게 보면 역사를 기록하시는 그런 맥락이지 않습니까? 요즘 역사 논란이 또 불붙고 있고요.

그래서 조금 조심스럽기도 한 것 같고 얼마 전에 하신 말씀 보니까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객관화시켜야 된다는 그런 강박관념, 부담감 그런 것을 느끼신다고 하셨더라고요.

[인터뷰]
예전에 젊을 때 같으면 그때 내가 경솔해서 그랬는데 잘못된 것 같다, 이렇게 생각을 바꾸겠다라든가 이런 말을 할 수 있었는데 그래도 이만큼 살아가지고 또 다시 말을 바꾼다거나 그건 내가 잘못했어, 이렇게 하기는 좀... 더 신중해지는 것이겠죠.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지는 것이겠죠.

[앵커]
그것이 나이가 드는 것이기도 하고 성숙해진 것이기도 하고 그럴 수도 있겠죠.

[인터뷰]
그렇게 봐주시면 더 좋은 것이겠지만.

[앵커]
선생님 작품이 저처럼 80년대, 90년대에 성장한 사람들한테는 안 읽은 사람이 보수든 진보든 다 없을 정도로 마음을 사로잡았었는데. 정치에 참여를 하시는 것처럼 공천심사위원장도 잠깐 하시고 그러시면서 그때부터 소설이 그렇게 옛날처럼 마음을 사로잡지 않는다, 그런 느낌을 받는 독자들도 있거든요. 이번 소설은 어떻습니까, 정말 기대를 해봐도 되는 겁니까?

[인터뷰]
모르겠습니다. 짐작컨대 그 사람들한테는 이번 소설도 역시 마음에 안 들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가끔씩 후배 작가들이나 교수들을 봐도 그런 농담을 듣거든요. 예전의 선생은 안 보고도 선생님 소설이 좋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안 보고도 선생님 소설이 안 좋다는 사람이 많이 있다.

내가 시대정신이나 중심적인 것을 믿지 않는 이유는 그런 것이라서요. 지금은 흐름이라는 것이 안 보고도 잘못했다, 나쁘다. 혹은 잘못 썼다라고 하는 것이 주류인 시대가 돼서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어차피 안 볼 테니까 안 보고 비판을 할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80년대 소설에는 광주 5. 18부터 시작을 한다면서요, 그 소설이요?

[인터뷰]
79년부터 시작되겠죠. 시작을 하겠죠.

[앵커]
어떻게 되는 것인지 조금만 알려주실 수 있있습니까?

[인터뷰]
시대를 10년 단위로 자른다는 것은 우스운데 80년대에는 그게 가능할 정도로 전야 같은 게 있고. 79년이라는 것이 몇 가지 내가 크게 가지고 있는 변경구조라고 하는 세계의 구조에서도 하나의 변화가 오고. 그러니까 말하자면 내가 제국이라는 보았던 2개의 강대한 세력, 그러니까 소련과 미국이 지금 79년도에서 소련과 미국하고 지금의 소련과 미국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런데 그 조짐들이 전부 그 해에 아주 표현적으로 드러납니다.

[앵커]
79년에요?

[인터뷰]
미국의 카터 대통령이 가지고 왔던 도덕주의라는 것. 그것이 물론 미국 현대사에서는 자기들 나름대로의 역사에 대한 반성 같은 것을 표현했을 수도 있고 특히 월남전에서의 패배 같은 것이 충격으로 그런 도덕주의를 만들었을지 모르지만 내가 변경이라는 작품에서 제국으로 말한 그 미국한테는 조금 색다르고 엉뚱한 것, 그래서 곧 파괴되게 됩니다.

그게 레이건에 의해서 파괴되고 다시 미국은 옛날로 돌아가는데. 소련은 자기들의 이념의 제국에서 가지고 온 흐름이 있었는데 그 흐름이 중간에 흩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시 회복을 해서 예를 들면 소련 제국의 기본적인 정신 같은 것은 그대로 개혁돼 왔지만 아마 60년대가 되면 흐루쇼프 때부터 개혁이 시작이 되고 대한 반성 같은 것이 일어나지만 금방 꺾입니다.

꺾였다가 다시 복원되는 것이 말하자면 고르바초프 같은 사람은 내가 알기로는 흐루쇼프 그 시대의 아이들, 요새 서울식으로 말하면 흐루쇼프 키즈의 가장 아이덴티티가 고르바초프가 되는. 그래서 그때 그런 개혁개방 같은 것도 그런 모양을 나타내는데 그것도 원래 그 제국이 가지고 있던 전통에서 멀어지고 그다음에 대외적인 정책 같은 데서 아프간을 침공한다든가 이런 것들은 옛 소련이라는 제국의 특징들을 많이.

[앵커]
1979년 얘기가 굉장히 중요하군요. 79년이 굉장히 의미가 있군요. 요즘에는 진보진영, 보수진영이라든가 현실정치에 대해서 한마디해 주고 싶다, 그런 유혹은 안 느끼십니까?

[인터뷰]
글쎄요. 2, 3년 동안 안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어떤 건 얘기를 했는데 그것이 그전 같은 반응... 이 나라는 제가 경험한 바로는 그렇습니다.

작가가 정치적이 되는 것이 정치에 대한 걸 하면 다 정치적인 게 되는 게 아니고 중에서 어떤 부분에 대해서 얘기하는 사람은 정치적이고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정치적이 아니게 됩니다.

[앵커]
지금은 어떤 것을 얘기하면 정치적인 작가가 되는 것인가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인터뷰]
제가 느끼기에는, 느낄뿐만 아니라 아주 실감하고 있는 것 중에는 내가 정치를 한다고 지적 받은 것은 두 가지입니다. 보수적이거나 특별한 정당에 대해서 우호적인 말을 하면 나는 정치적인 것이 됩니다.

또 어떤 정당에 대해서는 내가 좀 폄하를 하거나 비판을 하게 되면 정치적인 게 됩니다. 어떤 사람의 경우에는 그렇게 해도 그건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식견을 보여주고 민주화의 정신을 잘 드러내는 것으로 해석이 되죠.

[앵커]
무슨 말씀이신지 아마... 옛날에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라는 연애소설도 참 잘 쓰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런 소설은 앞으로 쓰실 계획은 없으십니까?

[인터뷰]
한 번쯤은 연애소설이라기보다 사실은 여성이라는 것이 인류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아마 또 우리 삶에서도 절반이 될 겁니다.

그래서 한 젊은 날의 사랑방으로서 하는 얘기말고도 여성들 가지고 우리가 이 나이에 들어서는 좀 깊이 있게 이야기를 할 수가 있을 텐데요.

[앵커]
알겠습니다. 그 소설도 기대가 되고요. 이번에 쓰시는 가제 도가니와 모루, 제가 80년대, 90년대 읽었던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를 해 보겠습니다.

오늘 나와주셔서 감사하고요. 최근에 은관문화훈장 받으신 것 축하드리고요.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선생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