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마' '할빠' 황혼 육아에 지친 노인들

'할마' '할빠' 황혼 육아에 지친 노인들

2015.11.27. 오전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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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단비, 변호사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교수

[앵커]
변화하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광고들이 공감대를 얻고 있습니다.

바로 황혼 육아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종일 손주들과 씨름하랴 집에만 갇혀있었는데 아이들 TV 보게 놔둔다고 구박하는 딸

딸인지 원수인지 모르겠습니다.

약 510만 맞벌이 가구 중 절반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주를 돌보고 있다고 합니다.

황혼 육아가 늘어나자 이런 말도 생겼다고 합니다.

'할마', '할빠' 혹시 들어보셨나요?

할머니와 엄마, 할아버지와 아빠를 조합한 신조어인데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예순 살 이상의 고령층 3명 중 1명꼴로 자녀와 함께 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부모들의 속마음은 어떨까요.

4명 가운데 3명, 75.1%의 부모세대는 자녀와 같이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결과입니다.

이제는 자녀와 독립해 당신들의 노후를 즐기고 싶다는 건데요.

2009년보다 10% 이상 늘어난 수치입니다.

황혼 육아에 대한 부담이 그대로 반영됐다고 볼 수 있겠죠.

자녀와 함께 사는 이유도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습니다.

먼저 6년 전에는 본인의 어려움으로 자녀와 동거한다는 비율이 35.4%로 가장 높았지만 올해 조사 결과, 자녀가 독립생활이 불가능해 함께 산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다시 말해, 과거엔 부모세대가 자녀에게 의지했다면 지금은 성인이 된 자녀가 부모에게 의지하고 있는 겁니다.

이른바 캥거루족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말입니다.

다 큰 자식 뒷바라지에 손주들까지 돌보느라 지친 어르신들의 이야기 지금부터 나눠보겠습니다.

[앵커]
하루 종일 아이 봐주고 TV도 못 보냐? 참 오죽하면 엄마들이 이런 얘기까지 하시겠습니까. 엄마가 할머니입니다. 할머니, 할마. 그리고 할아버지, 할빠. 이 얘기 좀 나누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호선 숭실대 사이버대 교수 그리고 최단비 변호사 자리 함께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아이 키워서 대학 보내면 다 끝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대학 가니까 또 취직한다고 그거 뒷바라지해 줘, 결혼시키면 끝날 줄 알았어요. 결혼시켰더니 애까지 봐달랍니다. 도대체 어디까지 애프터서비스해야 하는 겁니까?

[인터뷰]
아주 가지가지하죠. 그런데 그렇다고 안 봐줄 수도 없고 참 아버님, 어머님들 속상한 시기인데 그렇다 보니 지금 말씀하신 할빠, 할마 이런 얘기가 나온 거거든요. 원래 할머니인데 엄마 노릇하는 거예요. 원래 할아버지인데 할아버지가 아빠 노릇 하는 거거든요. 그렇다 보니까 사실 아이들이야 너무 좋죠. 그만큼 사랑으로 키워주실 분 없으니 당연한 일인데 문제는 뭐냐하면 이게 너무 고단한 일이 돼버렸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고요. 사실 새로운 트렌드가 되기도 했어요.

그래서 요새는 교육의 새로운 트렌드 또 소비의 새로운 트렌드가 바로 경제력과 그러면서 육아를 함께하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새로운 계층으로 부상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분들이 경제력 갖추고 있죠. 양육경험이 있죠. 거기다가 실질적으로 아이들을 그만큼 사랑으로 길러주실 분 없죠. 그렇다 보니 사실은 이 세상에 대안이 없는 교육자로, 대안이 없는 양육자로 자리를 잡은 겁니다.

[앵커]
그렇군요. 변호사님도 지금 아이를 혹시 부모님이 잠시 키워주십니까?

[인터뷰]
저는 이제 아이를 키워주시는 분이랑 같이 살고 있는데 그런데 문제는 아이를 키워주시는 분이 전적으로 도와주신다고 하더라도 100% 충족은 되지 않잖아요. 예를 들면 제가 바쁘다든지 아니면 그분도 집에 가셔야 되니까. 그럴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저도 저희 어머니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죠.

[앵커]
그러면 제가 이렇게 물어보죠. 어머니가 키워주시는 게 믿음이 가요? 아니면 도우미가 키워주시는 게 믿음이 갑니까?

[인터뷰]
아까 교수님이 지적하신 것처럼 사실 할머니가 키우는 게 훨씬 더 저한테는 믿음이 가는데 그런데 저도 제 주변에 보통 아이 엄마들이 많지 않습니까? 친구들이. 그렇다 보면 아까 영상에서 보신 것처럼 자신의 친정엄마와 굉장히 많은 갈등들이 발생해요. 그래서 처음에는 오히려 친정엄마가 우리 딸 편하라고 봐주다가 오히려 진짜 친정엄마와 원수사이가 되는 경우들도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렇게는 또 안 하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서 어쩔 수 없이, 할 수 없이 중립적인 방안을 선택한 겁니다.

[앵커]
어떤 일로 원수가 됩니까? 예를 들면 저도 저희 어머님께서 아이를 잠시 봐준 적이 있었는데 아이가 목욕탕이라고 안 하고 목간통이라고 합니다. 갑자기 할머니들이 쓰는 용어를 막 배우는 거예요. 그런 것들도 있을 것 같고요.

[인터뷰]
그 정도는 양반이죠. 목욕탕은 목간통이 될 수 있고 목간통은 다시 목욕탕이 되면 되니까요. 그거는 괜찮은데요. 그런데 양육 방법 자체가 워낙 다른 거죠. 옛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야 그야말로 이렇게 입에 꼭꼭 씹어서 먹여주시고 이랬는데 요즘 엄마들이 보면 거의 기절초풍하는 거죠. 그러니까 위생과 편리 또 특별히 교육을 중심으로 아이들의 양육방향을 정하고 있는 엄마들하고 실질적으로 안전과 사랑이 먼저 최우선이다 생각하는 아버님, 어머님들의 방향이 완전히 다른 거거든요.

순서도 다르고 이러다 보니 아까 우리 광고에서 잠깐 봤던 것처럼 야, 아이 여지껏 보다가 콧바람 한번 못 쐬냐, 이렇게 말씀하시잖아요. 사실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는 그 양육법이 이 자녀들 눈에는 충분히 충족되지 않다 보니 이런 걸로 생겨나는 문제들도 생기고 그러니까 아이가 한번 다치기라도 해 보세요. 난리가 납니다.

[앵커]
엄마는 왜 이렇게 했어라고 나오는 거죠.

[인터뷰]
그렇죠. 거기다가 최근에 아주 깜짝 놀라게 했던 사건이 며느리가 아이가 다쳐가지고 전화를 받고 달려와가지고 시어머니 뺨을 때렸다는 거 아니에요. 이런 일들이 벌어지다 보니 양육 갈등이 사실은 새로운 신고부갈등으로 자리 잡고 있죠.

[앵커]
고부갈등 또는 친정엄마가 키워줄 때는 또 친정엄마와의 갈등 이런 게... 아무래도 내가 키우는 게 제일 마음이 편하겠지만 부모님이 키워주시더라도 불만은 많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인터뷰]
그렇죠. 사실은 아까 지적하신 것처럼 예를 들면 요새 어머니들 사이에서, 저희 말고 할머니 사이에서 손자보기 싫으면 며느리 앞에서 자기 입에 넣었던 밥 떠먹여주라는 이런 말이 있어요. 안 맡긴다. 그러니까 나머지 이런 작은 사건들이 있고. 엄마와 시어머니와의 갈등도 있지만 남편과의 갈등도 생깁니다. 왜냐하면 정말 저도 그런데 급할 때 어디에 맡겨야 되는데 그게 맡겨지지 않으면 결국은 전전긍긍하는 건 엄마들이 더 많거든요.

그러면 왜 당신은 아이에게 관심이 없느냐 아니면 우리 엄마가 더 많이 봐주는데 시어머니한테 좀 부탁하면 안 되냐. 아니면 친정어머니가 더 많이 봐줬으면 우리 엄마에게 좀더 잘해 주면 어떠냐, 이런 것들 때문에 굉장히 갈등들이 많이 생겨서 이게 엄마, 딸과의 갈등뿐만 아니라 부부간에 갈등 거기에다가 양가 집안의 갈등까지 생기는 경우들이 종종 있습니다.

[앵커]
통계청 자료를 보면 부모님들의 마음은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정말 키워주고 싶은 게 아니랍니다. 화면 함께 보시죠. 물어봤습니다. 노인 4명 중 3명은 2015년 사회조사결과, 가장 최근의 조사결과입니다. 4명 중 3명은 앞으로 자녀와 동거하고 싶지 않다라고 얘기를 했습니다. 옛날에는 모시고 살아야지 뭔 소리야라고 했는데 지금은 같이 살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왜 그런 거죠?

[인터뷰]
그렇죠, 그것보다 함께 살펴봐야 될 자료가 뭐냐. 나는 지금 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가 지금 31.6%예요. 그런데 또 자녀와 같이 살고 싶지 않다가 75.1%입니다. 같이 살고 있는데 못 살겠다, 이 얘기거든요. 앞으로 생각해 보니 갈수록 점입가경일 것 같다. 지금도 삼시세끼 다 먹여야죠. 거기다가 이제 용돈도 줘야 되죠. 거기다가 옛날 10대 하듯이 이불도 안 개고 그냥 나가는 경우가 많다 보니까 이제 나이가 들어서 아이들까지 우리에게 맡긴다면 그거는 정말 불 보듯 훤한 거 아니냐. 그냥 우리 부부들끼리만 살겠다. 아니면 정 안 되면 혼자라도 살겠다,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요새 최근에 취업난도 그렇고 주택난도 그렇고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이 부분이 부모님들 소망대로 수월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러다 보니까 옛날에 이유식 있잖아요. 유리병 속에 들어 있던 거, 그거 잘사는 집 아이들만 먹는다는 거 있어요. 두 글자요. 저도 어쩌다 한번 먹어봤는데 이게 다시 팔린대요.

[인터뷰]
이게 추억의 이유식이죠. 그게 1980년대, 90년대 초반까지 엄마들이, 좀 산다는 집 엄마들이 마트에 아니면 수입품 파는 데가 있어요. 거기에 가서 사다가 먹이는데 그냥 먹이는 게 아니라 꼭 아줌마들 많이 있을 때 먹였다는 그 이유식인데. 그 이유식을 왜 이게 다시 나오게 됐는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아이들을 키워주던 그 시대의 이유식이 다시 나오는 거거든요. 내가 옛날에 아이를 키우던 그 방식.

그중에서도 아이들에게 먹였던 그때 나는 그때 못 먹였지만 그때 당시 산다는 집에서 먹였던 그 이유식을 사다가 아이들을 먹이는 것인데 이거는 우리가 요새 복고가 유행한다고 하지만 그만큼 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아이들을 봐주는 퍼센트가 늘었다고 보시면 될 것 같고 또 하나는 뭐냐하면 부모님들이 단순히 그냥 외국 미제 이유식이죠. 그러니까 어르신들 표현에 의하자면. 이 미제 이유식을 사용하는 것도 굉장히 좋지만 그만큼 아이들에 대한 관심을 아주 헌신적으로 또 최고의 손주를 키우겠다라는 일종의 다짐으로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앵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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