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창제 569돌...우리말 현주소

한글 창제 569돌...우리말 현주소

2015.10.09. 오후 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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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

[앵커]
우리식대로 사는 게 편하답니다. 과거에도 그랬습니다. 어른들이 전통적으로 쓰시는 말씀과 아이들, 청소년들이 쓰는 말은 달랐습니다. 하지만 최근처럼 이렇게 국적불명의 신조어와 은어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세대간에 소통이 지장이 없었던 적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영어 등 외래어에 밀려서 아름다운 우리말이 사라지는 경우도 많이 늘고 있습니다. 오늘이 10월 9일 한글날입니다. 한글 창제 569돌을 맞아서 어떻게 하면 우리말, 우리글을 잘 아끼고 지켜 갈 수 있는지 고민해 보는 시간 마련해 봤습니다.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 함께 했습니다. 어서 오세요. 한글을 하시는 분이라 하더라도 아까 핵노잼, 버카충, 그런 말 아셨어요?

[인터뷰]
버카충은 알고 있었는데 핵노잼은 저도 모르겠고요. 볼매는 들어본 것 같습니다.

[앵커]
볼수록 매력이 있다, 두 분은 그래도 좀더 앞서 가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는데 사실 저도 이 단어를 다 알지는 못하거든요.

그런데 워낙 인터넷과 SNS에서 봇물처럼 은어, 신조어들이 사용되다 보니까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현상이 됐다, 이런 얘기도 있더라고요.

[인터뷰]
현상 자체는 제가 보기에는 사람들 사이에 교류가 많아졌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긴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전화기라든지 또는 인터넷 통신 이런 게 가능한 시대가 됐기 때문에 . 예전에는 몇몇 사람만 모여서 얘기하는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어떤 말을 하나 글자로 올리기 시작하면 전세계로 다 퍼지는 그런 시대가 됐으니까 말의 유통 속도가 상당히 빨라진 거죠.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만들어 내는 말들이 다 유통 속도를 빨리 하면서 여러 사람에게 전파되기 때문에 우리가 어지러움을 느끼는 상황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앵커]
게다가 과거에는 그래도 면허증 있는 사람만 운전을 했어요. 쉽게 말해서 방송국에 있는 분들이 특히 조심을 해야 되지만 지금은 인터넷이 발달하다 보니까 SNS를 통해서 누구나 신조어를 만들어 낼 수 있거든요, 누가 만들어냈는지도 모르게. 그런 점에서 정통성이라든가 이런 것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인터뷰]
그렇죠. 한편에서는 국민 누구든 말할 수 있는, 표현할 수 있는 자유나 공간이나 권리나 이런 것이 보장된다는 측면에서는 굉장히 좋은 것인데 말씀하신 대로 그러다 보면 부작용이 생기게 되는 거죠. 그래서 가급적이면 되도록이면 우리가 부작용을 줄이고 표현의 자유나 창조적인 말을 만들어 내는 것, 이런 것을 장려할 수 있는 그런 게 되면 저도 좋겠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다른 시각이 있는 건데 표현의 자유가 있는 것이다, 시대에 맞게 언어도 변화해야 된다는 인식도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자장면이라는 단어도 우리가 자장면이라고 안 쓰다 보니까 짜장면까지 인정이 된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시대에 맞게 언어도 변화해야 한다는 시각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나요?

[인터뷰]
언어가 변화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그런 해석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예를 들면 저도 너무라는 말을 부정적인 경우에만 사용하는 것으로 사람들에게도 설명을 하고 그랬는데 사람들이 한꺼번에 다 너무너무 좋다라는 말을 워낙 많이 쓰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가는 것 아닌가, 이렇게 돼버리면 현실과 규범 사이에 혼란, 충돌. 이런 게 자꾸 생긴단 말이에요.

그래서 그런 점에서 규범을 정할 때 누가 딱, 이건 바른 말이라고 정할 수 있겠느냐, 이런 것에 대한 의문이 제기하는 현상까지 생기게 되는 거죠. 그런 점이 사람들에게도 혼란을 줄 수 있는 위험은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가 50년 전 영화에 나오는 영화 시작할 때 나오던, 극장에서 들었던 대한뉴스인가요, 이런 것을 들어보면 말투 자체가 다르거든요. 그래서 그런 말소리부터 글자의 표현 그리고 우리말에서의 어미가 달라지는, 붙이는 말들이 어떻게 달라지는가. 이런 것도 상당히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앵커]
그렇다고 크게 문제가 되는 것 아니면 청소년들 사이에서 재미로, 우리 흔히 이모티콘이라고 하잖아요. 그런 거 올리는 것처럼 그런 소소한 재미로 지나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기관, 공공기관에서조차도 이제 영어를 막 써대기 시작하면서 정책을 홍보하는데 영어 때문에 장벽이 되는, 이해가 안 되는 이런 사례들도 많이 늘고 있다고요?

[인터뷰]
아이들이 줄임말 쓰는 것, 사실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든 다 일어나는 현상이거든요. 그리고 우리가 전국경제인연합회, 이거 전경련이라고 줄여서 부르잖아요, 어른들이 다.

그래서 줄임말 현상은 어쩔 수 없는 것인데 그것을, 어떤 언어에 대한 정체성이 아이들이 약해지는 이유가 제가 보기에 어른들이 그리고 또 정부에서 공적인 언어를 사용할 때조차 우리말이나 한글에 대한 정체성을 약화시키는 면이 굉장히 더 걱정이 되는 거죠. 제가 표를 하나 가지고 나왔는데요.

이렇게 보여드리면 좋을까요? 지금 우리나라공문서에는 한글 전용으로 쓰게끔 국어기본법에 규정이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국어기본법에 그렇게 규정되어 있는데도 로마자, 특히 영어죠. 로마자나 한자를 본문에 그냥 사용한, 그런 경우가 보도자료 하나마다 이렇게 3. 5회 정도에서 4회로 올해는 늘었어요.

[앵커]
보도자료 한 장당 등장하는 국어기본법 위반 횟수입니까?

[인터뷰]
그렇죠. 이게 처벌조항은 없어요. 그러다 보니까 공무원, 일하시는 분들이 관행적으로 쓰던 것을 쓰게 되는 거죠.

[앵커]
제일 많은 게 산업통상자원부네요.

[인터뷰]
그렇죠. 산업통상자원부는 노력은 많이 하셨어요. 작년에 비하면 거의 절반 가까이 줄었어요. 그런데도 많은 거죠, 지금도.

[앵커]
2014년도에 14회에서 7.4회.

[인터뷰]
많이 줄었는데도 역시 많이 쓰고 있고.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IOT, 이런 것은 사물인터넷이라는 말의 약자인데 이런 약자들부터 스킵, 스타트업, 이런 것도 다 로마자로 표기하는 이런 사례들이 많은 거죠. 이게 실정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게 제일 큰 문제고요.

두 번째로 보면 한글로 표기는 하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한글로만 적고 있는 외국어 남용이 상당히 많습니다.

[앵커]
쓰기만 한글로 썼지.

[인터뷰]
그렇죠. 웰다잉이라든지 워킹대디, 이런 식으로 어찌 보면 아이들의 말장난을 어른들이 책망하기에 민망한, 낯부끄러운 일들이 공공언어쪽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이런 경우는 7. 8회, 8회 이런 식으로 아까 국어기본법 위반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상태거든요.

그래서 이런 것이 국민들의 이런 말과 글로 국민들에게 공문서를 보여줄 경우에 결국은 국민들이 그것을 못 알아들을 경우에는 알권리라든지 여러 가지 권리를 침해할 위험도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그런 점들. 그리고 공공언어에서 이렇게 사용할 경우에 국민들 전체에 우리 한글에 대한 언어정체성, 이런 것이 굉장히 약화될 위험이 높은 거죠.

[앵커]
사실 행정부 같은 경우는 우리 국민에게 어떤 정책을 하는지 잘 설명하고 알아듣기 쉽게 알려줘야 하는데 이렇게 외래어 사용이 남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저희가 확인해 볼 수가 있었는데 한글날을 맞아서라도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해야 될 것 같습니다. 국가정책적으로는 어떤 노력들이 앞으로 좀더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인터뷰]
개인의 언어까지 우리가 어떻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문화의 틀에서 우리 문화가 좀더 긍정적이고 창조적이고 공동체를 끌어안는, 서로 짓밟지 않고. 그런 방향으로 문화가 성장해 가는 것에 우리가 자양분을 제공해야 될 것 같고. 그러나 공적인 언어쪽에 대해서는 아까 말씀드렸던 그런 사례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꾸준한 교육이 필요할 것 같고. 그다음에 많은 전문 용어들이 외국에서 밀려 들어오고 있습니다.

새로운 산업이나 기술, 이런 분야에서 밀려 들어오고 있는데. 프랑스 같은 나라는 그런 말 중에서 꼭 바꿔야 할, 프랑스말로 꼭 바꿔야 할 이런 것은 일단 아주 신중하게 골라내서 오래 갈 말들, 이런 것을 골라내서 그것을 프랑스말로 바꾸거든요.

우리는 지금 그런 노력을 거의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정부에서 그런 쪽에 많은 투자를 해야 될 것으로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한글문화연대에 계시니까 우리말로 잘 안 되는 용어 중에서도 꼭 이건 꼭 바꿔야겠다, 이런 말은 없습니까? 정말 이건 정말 안타깝다, 이런 게 많이 있을 것 같은데요.

[인터뷰]
글쎄요. 영어로 들어온 말들 가운데 우리말로 다양하게 쓰던 말을 다 잡아먹는 말들이 저는 참 문제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프로그램이라는 말이 방송에서 프로그램이라는 말로 쓰기도 하지만 우리가 순서를 쓸 때도 프로그램이라고 말을 쓰거든요.

다 그런 식으로. 순서나 계획, 일정 이런 식으로 쓰던 말들이 전부 다 프로그램이라는 말로 먹혀들어가는 거죠. 콘텐츠라는 말도 마찬가지로 디지털콘텐츠 이런 말이 생겨나면서 부터 내용, 목차, 이런 말들. 그다음에 형식보다는 역시 콘텐츠야, 이런 내용이라는 말이 사라지게 되는 그런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말씀드린 대로 우리말을 지켜야 될 것들, 그리고 전문 용어 중에서 바꿔야 될 것들을 빨리 바꿔 주는 작업이 저는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아요.

[앵커]
오늘 특별히 말씀을 해 주셨으니까 행사 프로그램을 저희가 행사 일정으로. 콘텐츠는 내용으로 꼭 순화해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한 가지 질문 더 드릴게요.

꼭 지켜나가야 할 아름다운 우리말이 있다면, 아까 프랑스의 사례처럼. 하나 소개해 주시면 시청자분들도 이것만은 잘 지켜나가지 않을까 싶은데요.

[인터뷰]
일단 우리말 가운데서는 낱말로만 말씀드리면 다르다, 틀리다를 아직도 틀리게 쓰시는 말이 많으시죠. 그래서 다른 것과 틀린 것을 구분해서 잘 사용해야 된다고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을 드린다면 우리가 외국어를 공부할 필요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렇지만 축구경기할 때와 농구경기할 때 사용하는 규칙이 다르지 않습니까. 그래서 농구장에 들어가서 우리가 농구공을 발로 차서는 안 되는 것처럼 우리 국민들이 서로 같이 이야기할 때는 우리말과 한글을 잘 사용하고 또 외국어가 필요할 때는 외국어를 사용하겠지만 그런 것이 공동체가 언어 때문에 분열되거나 쪼개지거나 서로 갈등하지 않는 그런 길이라는 것을 깊이 새기고 각자의 생활이나 이런 데서 활성화했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꼭 명심하도록 하겠습니다. 한글날 맞아서 특별히 자리해 주셨습니다.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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