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점] 10년 전과 사뭇 다른 국정원 수사

[중점] 10년 전과 사뭇 다른 국정원 수사

2015.08.01. 오전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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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과 관련해 고발이 잇따르고 있지만, 사건을 배당받은 검찰 수사팀은 신중한 모습입니다.

10년 전 안기부 도청 사건 때와는 사뭇 다른 행보입니다.

김주영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2005년 7월 참여연대 등은 언론 보도 등을 근거로 이른바 '안기부 X-파일' 녹취록에 등장한 인사들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당시 사건을 배당받은 건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

[김종빈, 전 검찰총장 (2005년 7월 26일)]
"공안부가 주축이 돼 수사하되 필요할 경우 특수부 검사들이 합류하는 형태가 될 것..."

검찰은 이튿날 곧바로 언론사에 도청 테이프를 전달한 재미교포 박인회 씨를 긴급체포한 데 이어, 옛 안기부 도청조직 미림팀장 공운영 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오정소 전 안기부 차장 등을 출국금지하는 등 신속한 행보를 보였습니다.

이번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의 모습은 10년 전과는 사뭇 다릅니다.

지난달 23일 새정치민주연합의 고발장이 접수됐고, 27일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에 배당된 뒤 정의당과 민변 등의 고발도 잇따랐지만,

[박주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 (7월 30일)]
"이런 해킹 프로그램을 구매한 후에 내국인을 대상으로 사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내국인을 대상으로 사용하려면 이 프로그램을 유포하고 감염시키고, 감염시킨 휴대전화나 컴퓨터로부터 저장된 정보를 습득하거나..."

검찰은 아직 신중한 태도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2005년에는 도청 내용이 보도된 만큼 불법행위가 이뤄진 근거가 명확해 곧바로 수사에 착수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에는 해킹 프로그램 'RCS'를 사들인 사실만 확인됐을 뿐 실제로 내국인 등을 상대로 한 해킹이 이뤄졌다는 단서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검찰은 고발장과 언론 보도 내용, 유출된 '해킹팀' 사 관련 자료 등을 검토하는 한편, 국회 차원의 진상 조사 상황을 면밀하게 주시하면서 수사의 실타래를 어디부터 풀 것인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더라도 난제는 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베일에 싸인 국정원 내부의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고, 고객을 보호해야 할 외국 업체인 '해킹팀' 사의 적극적인 협조를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안기부 X-파일 사건 때에도 불법 도청으로 얻은 자료를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며 삼성의 불법 대선자금 제공 의혹 등에 대해서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한 만큼, 이번에도 해킹으로 유출된 이메일 자료 등은 수사의 단서는 될 수 있지만, 영장 청구나 기소를 위한 직접적인 증거로 삼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부담입니다.

이에 따라 수사가 예상보다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정원의 사찰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 시간을 끌다간 자칫 불법행위를 뒷받침할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어 검찰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YTN 김주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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