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클럽에서 사기 기업으로...모뉴엘의 몰락

1조 클럽에서 사기 기업으로...모뉴엘의 몰락

2015.01.25. 오전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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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천문학적 규모의 사기 대출을 벌이다 결국 파산한 모뉴엘 사건 기억하십니까?

사기 대출의 이면엔 은밀하고 다양한 수법의 검은 거래가 있었습니다.

담뱃갑에 든 돈을 받거나 자녀를 모뉴엘에 취직시킨 국책 금융기관 일부 임직원들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도 드러났습니다.

김주영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1조 원대 매출로 성공신화를 기록하다 파산한 중견기업 모뉴엘.

[인터뷰:박홍석, 모뉴엘 대표]
"많은 친구들이 지금 제주도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제가 만든 잘못된 방법 때문에 너무 고생하게 해서 진짜 죄송합니다."

매출 실적은 대부분 돌려막기식 회전거래를 통한 가짜였고, 이를 근거로 7년 동안 무려 3조 4천억 원에 달하는 대출을 받았습니다.

대출을 쉽게 받으려고 한국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의 수출 장려 정책을 악용했습니다.

특히 무역보험과 수출금융 한도액을 늘리려고 은밀하고 다양한 수법의 로비를 동원했습니다.

고급 유흥주점에서 향응을 제공하는 건 기본, 담배갑이나 과자상자 등에 기프트카드와 5만 원짜리 현금 다발을 넣어주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국책 금융기관 임직원들은 도를 넘는 뒷거래 요구를 서슴치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값비싼 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신 뒤 술값을 대납시키는가 하면, 퇴직 후 모뉴엘의 협력업체에서 고문료 명목으로 돈을 챙기거나 자신의 자녀를 모뉴엘에 취직시킨 사람도 있었습니다.

[인터뷰:김범기,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
"심사가 허술한 구조라고 봤습니다. 너무 서류에만 집착하고. 면밀히 검토하고 했어야 하는데 그런 것들에 대해서 너무 안이하게 심사하고 결정하지 않았나."

검찰은 사건에 연루된 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 전현직 임직원 등 9명을 재판에 넘기고, 미국으로 도주한 무역보험공사 전직 부장 정 모 씨에 대해 범죄인 인도 청구를 했습니다.

모뉴엘이 갚지 못한 5,500억 원이 고스란히 금융권 피해로 남게 되면서 건실한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YTN 김주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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