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룡호의 마지막 순간 재구성

오룡호의 마지막 순간 재구성

2014.12.05. 오후 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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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로 오룡호 사고 닷새 째입니다.

아직 돌아오지 못 한 선원이 28명이 있지만 추운 겨울날씨가 계속되고 있어 구조가 순탄치 않은데요.

사고의 책임을 따지는 과정에서 침몰 전 주변 선박과 주고받은 교신 내용을 담은 사고 보고서가 공개됐습니다.

이를 토대로 오룡호의 마지막 순간을 재구성해봤습니다.

사고 당일인 지난 1일 현지 시간으로 낮 12시 쯤, 오룡호는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조업 중이었습니다.

갑자기 기상이 악화되자, 선원들은 심상치 않은 파도를 피하기 위해 그물을 걷어 올립니다.

하지만 그물을 처리실로 옮기는 순간, 이미 높아진 파도가 오룡호를 덮칩니다.

처리실에 쏟아 부은 20톤의 어획량과 거친 파도로 오룡호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기울기 시작합니다.

기울어진 선체에 바닷물이 계속 유입되자 상황의 심각성을 느끼고 구조 요청을 보냅니다.

두시간 뒤인 오후 2시 30분, 구조 요청을 받은 까롤리나호가 오룡호에 접근해 펌프로 바닷물을 퍼내기 시작합니다.

펌핑 작업으로 유입된 바닷물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오룡호의 상태가 양호해 보이자, 까롤리나호는 다시 항구로 이동합니다.

이로부터 1시간 반이 지난 시간, 다시 오룡호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집니다.

펌핑작업을 했던 처리실에 다시 물이 차고 있다는 겁니다.

중심을 잃은 배가 침몰할 지경에 이르자, 선장은 배를 반대 방향으로 돌려 균형을 잡아보려 했지만 끝내 침몰하고 맙니다.

결국 선장은 퇴선을 결정하고 주변 선박들에 구조 요청 무전을 보냅니다.

4시 40분 경, 근처에 있던 어선이 달려와 구명정 4개를 발견하고 구조를 시도했지만 바다에 뛰어든 62명의 선원 중 8명 만이 구조됐고, 이중에 있던 한국인 선원은 저체온증으로 구조 직후 사망했습니다.

한편 점점 기울어져 가는 오룡호에는 김계환 선장이 홀로 남아 있었습니다.

김 선장은 침몰 직전 평소 각별한 사이였던 오양호 이양우 선장에게 교신을 시도했습니다.

[인터뷰:김계환, 오룡호 선장]
"퇴선해야겠으니 구조 준비 해달라, 마지막 하직인사는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인터뷰:이양우, 오양호 선장]
"차분하게 선원들을 퇴선시키고 너도 꼭 나와야 한다."

먼저 김계환 선장이 퇴선 명령을 내리기 전 구조 요청을 하면서 '마지막 하직인사는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라며 안타까운 인사를 전하자, 오양호 이양우 선장이 '차분하게 선원들을 퇴선시키고 너도 꼭 나와야 한다' 며, 김 선장에게 탈출하라고 말합니다.

[인터뷰:김계환, 오룡호 선장]
"지금 배 안에 불이 모두 꺼졌다. 선원들 저렇게 만들어놓고 제가 무슨 면목으로 살겠습니까."

[인터뷰:이양우, 오양호 선장]
"전부 살아나 부산서 소주 한 잔 하자."

하지만 김계환 선장은 '지금 배 안에 불이 모두 꺼졌다', '선원들 저렇게 만들어놓고 제가 무슨 면목으로 살겠습니까'라고 자책하며 끝까지 배에 남겠다고 답합니다.

김 선장이 결심한 듯 말하자, 오 선장은 '전부 살아나 부산에서 소주 한 잔 하자' 면서 끝까지 김계환 선장을 붙들어 보지만 결국 답을 듣지 못한 채 교신이 끊어졌습니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세월호 이준석 선장이죠.

침몰하는 배에서 '가만히 있으라'며 누구보다도 먼저 탈출한 이준석 선장.

'끝까지 배와 함께 하겠다' 는 오룡호 김계환 선장과 너무나도 다른 모습입니다.

'끝까지 배와 함께 하겠다' 김 선장의 마지막 한 마디가, 선원들을 구하기 위해 끝까지 사투를 벌였던 오룡호의 마지막 순간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이번 사건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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