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24] 위태위태 붕괴위험 건물 '수두룩'

[현장24] 위태위태 붕괴위험 건물 '수두룩'

2014.03.19. 오전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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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달, 지어진 지 60년 된 낡은 화교사옥에서 불이 나 2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죠.

뼈대가 나무였던 데다, 건축 이후 보수가 전혀 안 돼 사실상 사고에 무방비였습니다.

이처럼 건드리면 터지는 지뢰처럼 언제, 어떤 사고가 날지 가늠조차 어려운 낡은 건물이 서울에만 수백 곳인데, 관리는 제대로 안 되고 있습니다.

이형원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하루 수백 명이 오가는 시장 한 편에 잿빛 건물이 위태롭게 서 있습니다.

가뭄에 쩍쩍 갈라진 논바닥처럼, 벽면 곳곳은 금가고 떨어져 나가 흉한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급기야 지난달엔 3층 담 일부가 무너져 1층 세입자가 머리를 크게 다쳤습니다.

[인터뷰:권임순, 1층 입주자]
"떨어지는데 나는 안에서 장사하고 있으니깐 피할 것도 없고 피할 새도 없었고 저는 경황이 없었어요."

지어진 지 50년이 된 이곳은 안전점검을 거쳐 지난 2003년, 안전 등급 D를 받은 재난위험시설입니다.

하지만 어떤 조치도 없이 이런 상태로 10년이 지나도록 사실상 방치돼 왔습니다.

해당 구청은 사고가 나고서야 뒤늦게 부산을 떨고 있습니다.

[인터뷰:문영희, 3층 세입자]
"사고 이후 뭐 갑작스럽게 비워달라고 하니깐 어떻게 하냐고요."

안전등급 낙제점을 받은 또 다른 건물은 아예 중심을 잃고, 옆 건물에 기대 있습니다.

하중이 한쪽으로 쏠리기라도 하면, 두 채 모두 피해를 보는 아찔한 상황입니다.

[인터뷰:송제승, 주민]
"처음에는 많이 벌어져 있었는데, 이게 한 5년 정도 됐어요. 이렇게 붙은 지가...그래서 이 집이 저쪽 기울어진 집을 버팀목 삼아서 버티고 있는 거예요."

관련법상 안전등급 D 이하를 받은 위험시설은 해당 자치구가 주기적으로 추적 관리해야 합니다.

일차로 보수공사 명령을 내리고, 이행이 안 되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위험시설 관리시스템은 법전 속에 잠들어 있을 뿐입니다.

서울 중구청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단 한차례도 행정처분을 내리지 않았고, 서울시 전체적으로는 아예 현황 집계조차 안 돼 있습니다.

건물주가 보강이나 보수를 하라는 구청의 명령을 무시해도 행정처분을 받지 않기 때문에 낡아빠진 건물이 방치되는 겁니다.

[인터뷰:구청 관계자]
"(과태료)부과하려고 했는데 건축주들이 자기들의 그런 사정을 설명도 하시고 고치겠다고 하셔서 불가피하게 부과 안된 점이 있는데..."

이렇다 보니 인명사고를 초래한 뒤에야, 때늦은 조치가 이뤄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인터뷰:정상길, 주거복지전문 사회복지사]
"담당 기관의 행정공무원들의 사람에 대한 고려를 전혀 하지 않는 조치인 거죠. 법과 규정을 따져서 사람을 사지에 내몬다거나..."

지난 달을 기준으로 긴급 보수나 즉시 철거가 필요한 위험시설은 서울에만 모두 208곳.

유명무실한 관리시스템에 무사안일주의까지 겹쳐, 시민들은 언제 날벼락을 맞을 지 모르는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YTN 이형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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