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학생 처벌 급증..."낙인 아닌 관심을"

가해학생 처벌 급증..."낙인 아닌 관심을"

2012.03.24. 오전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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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지난해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이후, 학교 폭력을 뿌리뽑기 위해 경찰이 적극 나서면서 구속 등 강력한 형사처벌을 받는 가해학생들이 늘고 있습니다.

가해 학생들이 처벌을 받고 돌아올 경우 학교에 잘 적응하도록 하는 게 앞으로 남은 중요한 과제인데요.

아직까지는 마땅한 방법이 없어 또다시 학교 폭력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나연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집을 나온 뒤 이른바 '문제아' 생활을 했던 배준호 군.

세 차례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고 구속될 위기에까지 놓였지만, 다행히 법무부 산하 청소년 보호시설에서 생활하게 됐습니다.

단체 생활을 하며 '규칙'을 배웠고 선생님들의 관심 속에 마음을 다잡게 됐습니다.

[인터뷰:배준호(가명),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산하 '청소년의 집' 입소자]
"사고를 칠 때도 그랬고 집안 사정이 어려울 때도 그랬고 그때마다 도와주신 분들이 계셨거든요. 여기서는 이것저것 연극 같은 것도 많이 하고 문화 활동 같은 것도 하고…"

하지만 한번 '범죄자'로 낙인찍힌 청소년들이 준호처럼 새로 시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난해 12월,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 이후 경찰의 학교폭력 관련 처리건수는 80% 가까이 늘었습니다.

청소년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아져 올해 1~2월 두 달 동안 구속된 청소년의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4배에 육박합니다.

하지만 한번 처벌을 받은 청소년들의 재범률은 매년 35% 수준.

처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겁니다.

[인터뷰:최희영, 청소년폭력예방재단 학교폭력SOS지원단 위기지원팀]
"학교폭력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고 하나의 범죄라는 인식에 대한 변화를 위해서는 처벌이 강화되는 것 또한 긍정적으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단순히 처벌 뿐만이 아니라 특별교육이나 상담, 치료에 대한 프로그램이 병행이 되어서…"

소년원을 나오거나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청소년들 가운데 상당 수는 가출 등의 이유로 부모들의 보호를 못 받고 있지만 이들이 머물 수 있는 시설은 전국적으로 단 세 곳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적정 수용인원은 채 열 명에 못 미칠 정도로 시설 상황은 열악합니다.

[인터뷰:유병선,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서울지부 서부지소장]
"많은 청소년들이 준호처럼 변화될 수 있는데 여러가지 여건이 갖추어지지 못해서 그렇게 혜택을 다 줄 수 없다는 게 참 안타깝습니다."

처벌이 증가한만큼, 머잖아 사회에 복귀할 이 청소년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가해학생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함께 민간 차원의 지원도 절실해 보입니다.

YTN 나연수[ysna@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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