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범행" 결론...남는 의문은? [김평정, 사회 1부 기자]

"단독 범행" 결론...남는 의문은? [김평정, 사회 1부 기자]

2011.12.09. 오후 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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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경찰은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비서 공 모 씨가, 투표율을 떨어뜨려 선거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혼자서 범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하지만 여당 비서진들이 대거 거론됐던 만큼 공 씨 혼자 저지른 범행이라는 점에 의문이 남는데요.

취재기자와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사건을 취재한 김평정 기자 스튜디오에 나왔습니다.

[질문]

오늘 경찰의 발표를 들어보면, 최구식 의원 비서 공 씨가 술자리에서 우발적으로 선관위 홈페이지 공격을 지시했다는 건데요.

공격하던 당시 상황을 간단히 정리해볼까요?

[답변]

10·26 재보선이 있기 전날 밤입니다.

최구식 의원의 비서 공 씨는 평소 선배로 따르던 박희태 의장의 비서 김 모 씨가 불러서 술자리에 참석을 했습니다.

술자리는 서울 강남의 유흥주점에서 밤 10시가 넘어서 시작이 됐는데요.

이 자리에는 공 씨를 포함해 6명이 있었습니다.

공 씨는 술자리가 진행되던 밤 11시 40분쯤 IT 업자 강 씨에게 전화를 걸어 선관위 홈페이지 공격을 처음 지시했다고 합니다.

이후 새벽 1시쯤 시험 공격이 이뤄졌고, 공격이 되는 걸 확인한 이들이 오전 6시부터 선관위 홈페이지를 공격한 겁니다.

공 씨는 선관위 홈페이지를 마비시키면 투표소를 확인하지 못한 젊은층의 투표율이 떨어질 것이고,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유리해질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질문]

재보선 당일 선관위 홈페이지가 공격 당한 이후 한달 넘게 진행된 경찰 수사 과정도 한 번 짚어주시죠.

[답변]

10월 26일 중앙선관위, 박원순 홈페이지가 디도스 공격을 당했습니다.

경찰은 선관위의 수사 의뢰를 받아 곧바로 수사에 착수합니다.

그리고 좀비 PC를 한달여 남짓 추적한 결과, 디도스 공격을 한 IT 업자 강 모 씨 등 3명을 검거합니다.

이 때 강 씨가 공 씨에게 디도스 공격을 지시받았다는 진술이 나오면서 공 씨를 검거하게 됩니다.

그리고 공 씨 집에서 나온 신분증을 통해서 공 씨가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비서라는 걸 확인합니다.

12월 2일 경찰은 공 씨의 지시로 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공격이 이뤄졌다고 공식 발표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해 4명 모두 구속시킵니다.

경찰은 이어서 배후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통화내역 조사와 계좌 추적에 나서면서, 주변 인물들 조사를 벌이는데요.

여당 비서진들이 대거 소환됩니다.

그리고 8일인 어제, 공 씨가 자기 혼자 범행한 거라며 범행 일체를 자백함에 따라 확인작업을 거쳐 오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질문]

그런데, 공 씨가 범행을 지시할 때 술자리에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공 씨의 단독 범행이라면, 술자리에 함께 있었던 사람들이 아무 것도 몰랐다는 게 되는데요,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답변]

그 부분이 의문입니다.

당시 술집 안에는 6명이 있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공 씨를 포함해 여당 비서가 3명 있었습니다.

화면 보시죠.

먼저 공 씨가 있었고요.

박희태 의장의 비서 김 모 씨가 있었습니다.

김 씨는 최구식 의원의 비서 출신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공 씨를 최 의원실에 소개한 인물입니다.

또, 공성진 전 의원의 비서 출신 박 모 씨가 있었는데요.

박 씨는 지난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 때 홍준표 대표의 수행 명함을 들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검찰 수사관 출신 CEO와 변호사, 병원장도 있었습니다.

절반이 한나라당에서 잔뼈가 굵은 비서들이었던 겁니다.

이들은 참고인들은 처음엔 술자리에서 선거 얘기가 전혀 없었다고 진술했었는데요.

어제 진술을 바꿔 선거 판세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공 씨는 전화로 범행을 지시할 당시, 박희태 의장의 전 비서 김 모 씨를 따로 불러 "선관위 홈페이지를 때려버릴까요?"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김 씨가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 그러다 큰일 난다"며 말렸다는 게 두 사람의 공통된 진술입니다.

이후 시험 공격이 성공한 이후에도 공 씨는 김 씨에게 "해봤더니 됩니다"라는 말을 건넸다고 하는데요.

공격을 마음먹은 공 씨가 말리는 사람에게 보고까지 한 점이 이상합니다.

또, 일부 참석자는 술을 많이 마셔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선관위 홈페이지 공격에 대한 얘기가 농담처럼 나왔던 것 같다고도 말해, 술자리에서 장난처럼 공모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물론 참석자들은 아니라고 하고 있고요. 의장 전 비서인 김 씨의 말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김 모 씨, 박희태 의장 전 비서]
(친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자리에서 상의는 안 했습니까?)
"당연히 안했고 만약에 했으면 그 자리에 변호사, 검찰 수사관 출신 CEO, 병원장 등 각 분야에서 전문성이 있는 사람들인데 당연히 만류를 했겠죠. 사전에 저희는 전혀 몰랐고 언론 보고 모두 당황하고 황당한 입장입니다."

[질문]

이 세사람 말고도 경찰 조사를 받은 여당 비서가 또 있지 않습니까?

청와대 행정관도 조사를 받았는데요, 이 사람들은 상관이 없는 겁니까?

[답변]

일단 경찰은 청와대 행정관 박 모 씨 등은 모두 참고인 조사만 한 거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박희태 의장의 전 비서 김 모 씨와 저녁을 함께 한 사람들입니다.

술자리와 다소 헷갈리시죠?

정리를 해드리면, 밤 10시 무렵부터 시작된 공 씨가 있던 술자리에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6명이 있었고요.

이 가운데 의장 전 비서 김 모 씨와 공성진 전 의원의 비서 박 모씨 2명이 술자리에 앞서 1차 저녁자리를 하고 왔던 겁니다.

공 씨와는 상관이 없는 자리겠죠. 그래픽을 보시면요.

김 씨와 박 씨가 정두언 의원 비서 김 모 씨와 청와대 3급 행정관 박 모씨 등 4명과 저녁을 먹었습니다.

모두 여권 관계자이기 때문에 김 씨가 사전에 마음을 먹고 술자리에 공씨를 부른 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게 되는 건데요.

경찰은 이 저녁자리 참석자들은 무슨 얘기를 했는지 기억을 하지 못할 정도로 일상적인 대화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공 씨가 이들과는 아는 사이가 아니고, 디도스 공격을 마음먹고 전화를 가능여부를 타진한 것도 밤 11시 40분 무렵이기 때문에 사전 모의 가능성은 적다는 겁니다.

[질문]

만약에 단독범행이라고 하더라도 경찰 수사가 한달 넘게 진행이 됐는데, 그 사이에 뭔가 말을 맞췄거나 사후 논의를 했을 가능성도 있는 거 아닙니까?

[답변]

그런 부분이 더 조사해야 할 부분입니다.

공 씨가 자신이 한 일이 아닌데 책임을 지게 생겼다는 말을 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고, 갑자기 공 씨와 참고인들이 진술을 번복해 단독범행이라고 일관된 진술을 하는 것도 석연치 않습니다.

또, 술자리에 있었던 공성진 전 의원의 비서 박 모 씨는 그 때는 몰랐지만, 나중에 얘기를 듣고 공 씨의 범행인 걸 알고 있었다고 말했기 때문에 사후 논의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때 '윗선'의 개입이 있었는지도 확인해야 할 부분입니다.

하지만 경찰은 피의자의 체포 기한을 정해놓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야 합니다.

피의자의 신병도 인계를 해야 하고요.

경찰은 디도스 범행을 확인하고 검거하는데 시간이 걸렸고, 체포 이후 조사 기간이 너무 짧아 수사하지 못한 부분이 많다고 해명했는데요.

따라서 공은 검찰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검찰은 경찰의 조사가 모두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다면서, 재수사한다는 생각으로 증거를 찾아 특별수사팀을 꾸려 원점부터 다시 수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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