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탔어도 마을 못 떠나"

"불탔어도 마을 못 떠나"

2011.06.14. 오전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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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지난 12일 일어난 서울 개포동 판자촌 화재는 9살 초등학생의 불장난이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100여 명이 살 곳을 잃는 등 판자촌은 더 황폐해졌지만, 주민들은 마을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하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폐허로 변해버린 판자촌.

화마가 휩쓸고 간 뒤 건물은 무너져 내렸고 자동차도 앙상한 뼈대만 남았습니다.

이곳은 지난 1981년 '자활근로대'라는 이름으로 도시 빈민들이 이주하면서 형성된 포이동 266번지.

1989년 행정구역상 개포동에 포함되면서 불법 점유지로 분류된 곳입니다.

이곳에서 큰 불이 나자 주민들은 서울시와 강남구가 최소한의 주거권을 보장해주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며 항의했습니다.

[녹취:조철순, 포이동 266번지 사수 대책위원회 위원장]
"최소한의 주거요건도 갖추지 못한 공간이지만 어렵게 일구어온 삶의 터전이기에 주거환경 개선을 서울시와 강남구청에 줄기차게 요구했으나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주민들은 강남구청이 인근 초등학교에 마련한 임시 숙소로의 이전도 거부하고 있습니다.

마을이 철거될 것을 우려한 270여 명의 주민들은 임시거처로 옮기지 않고 불에 탄 마을에 남아 있습니다.

주민들은 시유지 불법 점유를 이유로 가구당 많게는 1억 원의 토지변상금이 부과된 데 대해 강력히 반발해 왔습니다.

하지만 강남구청 측은 변상금 부과가 불가피하다고 맞서 양측은 오랜 기간 밀고 당기기를 계속해 왔습니다.

[인터뷰:이용범, 강남구청 도시환경 국장]
"국가 시책사업에 의해 강제이주됐다고 주장하면서 변상금부과를 제외해달라고 말씀하시지만,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만한 자료라든가 제외할 수 있는 기준에 대한 자료가 없어서 못해드리고 있습니다."

하루 아침에 보금자리를 잃어 버린 주민들,

강남구청과 서울시 측은 피해 주민들에 대한 지원책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지만 무허가 주택 문제와 맞물려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YTN 이하린[lemonade0105@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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