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물수건' 피부염 유발 가능물질 검출 [홍석근, 사회부기자]

'식당 물수건' 피부염 유발 가능물질 검출 [홍석근, 사회부기자]

2011.05.19. 오전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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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식당에서 사용한 물수건을 세탁한 뒤 폐수에 가까운 허드렛물을 하수도로 무단방류한 서울 소재 15개 업체가 적발됐습니다.

여기에 세탁을 마친 물수건에서는 피부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형광물질까지 검출됐다고 하는데요.

관련 내용을 취재한 사회2부 홍석근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질문]

먼저 물수건에서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 검출됐다는 게 께름칙한데요.

식당에 가면 흔히, 물수건으로 손을 닦고 땀 흘리신 분들은 얼굴이나 목도 닦으시는데 말이죠.

[답변]

저도 그렇고 식당을 찾는 시민들 대부분이 식사에 앞서 물수건으로 손 씻는 것을 대신하는 데요.

서울시가 세탁을 마친 물수건 29건을 수거해 상태와 이물질 검사를 의뢰한 결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시료에서 피부 발진과 가려움증을 일으킬 수 있는 '형광증백제'가 검출됐습니다.

물수건은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게 아니라 세탁업체에서 빨아 재포장해 다시 사용하게 되는데요.

세탁과정, 즉 표백력이 강한 세제에 담겨 세탁을 거치면서 잔량이 수건에 남게 되는 겁니다.

형광증백제는 세제 성분 중 하나로 이름대로 밝고 희게 보이도록 하는 표백 기능을 합니다.

[질문]

그렇다면 '형광증백제'라는 게 구체적으로 인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나요?

[답변]

앞서 말씀 드렸다시피 해당 물질이 피부에 닿거나 또는 입이나 눈에 들어갔을 때 피부가 벌겋게 달아올라 가렵고.

이같은 증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아토피를 앓고 있는 아이의 경우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하는데요.

보다 자세한 설명은 피부과 전문의 설명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녹취:김상석,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피부과 전문의]
"형광증백제가 피부에 닿으면 알레르기 접촉피부염이나 자극 접촉피부염과 같은 습진이 발생할 수 있으며, 피부가 약한 어린 아이들의 경우에는 아토피 피부염을 유발하는 원인물질이 되기도 하고 기존 아토피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습니다. 또 형광증백제는 주부습진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요. 민감한 피부를 가진 경우 형광증백제가 남아 있는 물수건 등으로 손을 자주 닦게 되면 손에 습진이 생길 수 있고 '피부발진'이나 '가려움증'같은 증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습니다."

민감한 피부를 가진 아기들의 엉덩이와 맞닿아 있는 1회용 기저귀에서, 또 물수건과 같이 손을 닦는 데 사용하는 냅킨이나 물티슈에서 이미 검출된 바 있는데요.

피부에 닿을 경우 암을 유발하고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해서 이들 제품에서 형광증백제가 검출되면 수입·제조·판매·사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질문]

그렇다면 손과 얼굴을 닦는 데 사용하는 물수건 역시 '형광증백제'가 검출된 만큼 규제기준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규제기준이 마련돼 있나요?

[답변]

논리적으로 따지면 당연히 있어야 하지만, 물수건에 대해서는 현행 공중위생관리법 상 아직 형광증백제 사용 관련 규제기준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물수건을 제조·공급·세탁하는 역할이 업체 별로 나뉘어져 있고, 이제껏 눈으로 봤을 때 고춧가루가 남아 있는지, 얼룩·냄새는 없는지, 보기에 깨끗한 지 등 청결에만 신경을 쓰다보니 눈에 보이지 않는 성분물질에 의한 피부 유해성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이지 못 했기 때문으로 보이는데요.

그래서 이번 업체 단속에 나섰던 서울시는 냅킨, 물티슈처럼 물수건에도 형광증백제 규제기준을 마련하도록 보건복지부에 관련법 개정을 건의할 계획입니다.

[질문]

빨리 규제기준이 마련돼야 겠고요.

사실 물수건에 인체 유해한 물질이 남아있는 것 자체가 "완벽한 세탁, 뒷마무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볼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뒷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은 엄청난 양의 폐수를 그냥 흘려보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답변]

물수건을 세탁하는 업체들은 영세 업체들이 대부분인데요.

어제 저도 직접 단속반과 함께 현장에 가 봤습니다.

도심 식당가에서 물수건을 수거해 와 세탁을 해야하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임대료가 싼 주택가로 파고들어 자리를 잡았고.

악취와 오물 등이 뒤섞인 물수건을 세탁하는 일이다 보니 지하 또는 반지하 등 주민들 시선이 덜가는 곳에 소규모 작업장을 차려놓고 세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시설이 열악하다 보니 세탁 후 폐수에 가까운 허드렛물을 정화하는 시설을 갖추지 않고 불법영업을 일삼고 있는데요.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이 지난 3월부터 단속을 벌여 폐수를 무단방류한 업체 15곳을 적발했습니다.

업체 관계자들도 폐수를 하수도로 그냥 버릴 경우 심각한 환경오염과 피해가 야기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6~7,000만원 하는 정화시설을 갖추면 "남는 게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들어보시죠.

[녹취:물수건 세탁업체 직원]
"영세업자들은 아무래도 힘들죠. 큰 업체라면 (정화)시설을 갖출텐데 저희는 그게 아니니까. 일거리 물량이 많지 않은데 시설물 해놓으면 돈이 몇 배가 더 들어가니까."

[질문]

업체의 '변명'일 수밖에 없는데요.

하지만, 소규모 업체들이다 보니 '폐수를 버려봐야 얼마나 버릴까'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무단방류한 양이 얼마나 되나요?

[답변]

규모는 작지만 무단으로 방류한 폐수의 양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한달 25일 영업하는 업체 한곳에서 1년에 300만 장 이상의 물수건을 세탁하고 나오는 폐수 양은 2,400톤이 넘는다고 합니다.

국제대회를 치를 수 있는 50m, 10레인 규모의 수영장 하나 분량의 폐수가 하수도로 그냥 흘러들어가는 셈입니다.

서울시는 15개 업체가 연간 4만8천 톤, 대부분 10년 이상 운영돼온 점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총 48만여 톤의 폐수를 무단방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보기 좋게, 새하얀 물수건으로 되돌리기 위해 살균·표백력이 강한 강알칼리성 가성소다와 불판 등을 닦아내며 물수건에 스며든 녹물을 빼내기 위해 강산인 옥살산을 사용하는 만큼 정화과정 없이 무단방류할 경우 폐수 배출량 만큼이나 환경오염 등 피해도 클 수밖에 없습니다.

[질문]

그렇다면 환경오염과 생태계 피해는 어떤 부분을 예상할 수 있을까요?

[답변]

취재를 위해 현장을 찾았을 때 적발된 업체 입구에서부터 심한 악취가 났는데요.

취재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주민은 '집 근처에서 왜 이상한 냄새가 나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며 악취 때문에 머리가 많이 아프다고 하소연을 했습니다.

사실 이같은 주민들의 고충과 신고를 접수하고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이 단속을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인터뷰:안진, 서울시 행정국 특별사법경찰과 북부수사팀장]
"세탁할 때 사용하는 세제 등으로 인근 주민들이 악취와 냄새로 상당한 민원을 제기하여 이번에 수사를 하게 됐습니다."

더 큰 문제는 수질오염인데요.

물이 순환하면서 결국 우리가 마시고 씻는 데 이용하기 때문에 폐수 무단방류는 생태계는 물론 인체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폐수는 하수도를 따라 하수처리장으로 이동해 미생물과 화학약품 처리를 통한 여과·정화과정을 거치게 되고 다시 하천으로 흘러나가게 되는데요.

하수처리가 가능한 오염도 한계를 넘어 제대로 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흘러나가게 되면, 찌든 때를 씻어내기 위해 사용하는 강력 세제에서 비롯된 유독물질과 녹물을 먹음은 물수건에서 빠져나온 구리·아연 등 중금속은 각각 수중생태계 파괴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세제 주성분인 음이온계면활성제가 허용치의 최대 5배 가까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물속으로 산소가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동시에 물속 부영양화를 이끌어 역시 수중생물의 집단 폐사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용수로 공급될 경우 소량이지만 체내에 쌓여 중추신경계와 생식기 등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입니다.

서울시는 이번에 적발된 15개 업체 가운데 14곳의 업주를 형사처벌하고, 1곳은 개선명령을 내릴 예정입니다.

또, 여름철 장마를 틈타 폐수를 무단 방류하는 업체가 나올 것을 우려해 상시 단속을 펴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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