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60주년] ④ 미군 실종자 가족 '생사만이라도'

[한국전쟁60주년] ④ 미군 실종자 가족 '생사만이라도'

2010.06.17. 오전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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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한국전쟁 60주년 기획 오늘은 한국전쟁에서 실종된 가족을 기다리는 미국인들 이야기입니다.

죽기 전에 생사만이라도 알았으면 하는 가족들의 바람은 시간이 갈수록 더 간절해지고 있습니다.

장아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76살 아이린 씨의 집 거실에는 늘 불이 밝혀져 있습니다.

6.25 전쟁에 공군 조종사로 자원했다가 소식이 끊긴 오빠 필립을 위한 등불입니다.

3살 터울인 오빠는 언제나 좋은 친구이자 선생님이었습니다.

[인터뷰:아이린 만드라,실종자 가족]
"오빠는 제게 수영과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줬습니다. 내가 아는 건 전부 오빠한테 배운 거예요."

오빠를 포로 수용소에서 본 적 있다는 러시아 장교를 만나기 위해 모스크바까지 갔지만 헛수고였습니다.

[인터뷰:아이린 만드라, 실종자 가족]
"러시아 장교는 나를 쳐다보지 않고 눈길을 피했습니다. 나는 계속 오빠 사진을 보여주면서 오빠가 당신의 수용소에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계속 그림을 밀쳐냈고 아무 정보도 주지 않았습니다."

아이린 씨의 오빠처럼 6.25 전쟁에 참가했다가 행방이 묘연해진 사람은 미국 전역에 8,000명이 넘습니다.

60년이 흐른 지금, 실종자의 부모는 대부분 숨졌고 형제 자매들도 이제 나이가 많이 들었습니다.

'실종자 찾기' 과제는 다음 세대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윌리엄 씨도 조종사로 참전했다 52년 가을 평안북도 지역에서 실종된 삼촌을 찾고 있습니다.

[인터뷰:윌리엄 블란쳇, 실종자 가족]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빌 삼촌이 신의 축복을 받길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가 기적적으로 돌아오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제한돼 있는 현실이 답답합니다.

[인터뷰:윌리엄 블란쳇, 실종자 가족]
"미국과 북한의 관계에서 포로 문제는 연관짓지 말고 미국이 다시 북한 땅으로 들어가서 유해가 있는지 확인했으면 합니다."

60년을 기다린 실종자 가족들은 미국 정부가 더 늦기 전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인터뷰:아이린 만드라, 실종자 가족]
"이제 50년이 훨씬 지났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단지 그가 어떻게 됐는지만 알고 싶습니다. 그의 유해를 발견해서 집으로 가져와 매장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우리 둘을 위한 묏자리도 준비했습니다. 오빠가 나와 함께 묻힐 수 있도록 말입니다."

미국 뉴욕에서 YTN 장아영[jay24@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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