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기 남았는데...학자금 대출 전격 중단

한 학기 남았는데...학자금 대출 전격 중단

2009.04.19. 오전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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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비싼 등록금을 못내 학생들이 사채의 덫에 빠져들고 있는데도 정부는 불황기에 오히려 학자금 대출 기준을 강화했습니다.

연체율을 낮춰 기금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라지만, 갑자기 제도권에서 밀려난 학생들은 결국 사채에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정미 기자입니다.

[리포트]

대학교 4학년인 A양은 한 학기를 남기고 졸업을 포기해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2학년 때부터 학자금을 빌려 빚을 갚았지만 올해는 대출 심사에서 탈락했습니다.

지난 해 대출 기준이 대폭 강화되는 바람에 연체 경력이 새삼 문제가 된 것입니다.

[인터뷰:A양, 대학생]
"다른 상황이 된 것도 아니고 똑같은 상황인데, 안 된다고 하시니까 황당했어요. 마지막 학기인데...부모님이 걱정되셔서 사채 빌리셨어요..."

대학생 B양도 학비를 마련하려고 사채시장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하지만 연 600%의 살인적 고금리를 감당할 수 없었고, 나중에는 끔찍한 성매매까지 강요당했습니다.

[인터뷰:B양, 대학생]
"1년 동안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려고 돈을 빌려쓴 것인데 학업도 중단하고 몸도 망가지고..."

정부 기준이 강화된 이후 학자금 대출을 거부당한 학생은 신청자의 5%가량인 3만 7,000여 명.

강화되기 전보다 1.7배 늘었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돈을 못갚은 학생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기준을 강화했다고 하지만 오히려 악순환만 부른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황희란,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이 학생들이 다른 방법을 찾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신용불량에 더 걸릴 수밖에 없고요. 따라서 정부가 이런 학생들에 대한 대책들, 신용불량에 걸리지 않는 조치들을 마련해줘야죠."

기준을 강화하면 학생들은 학자금 빚을 떠안고 학교를 그만두거나 사채를 빌려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연체율을 낮추겠다며 정부마저 외면하면서 돈없는 학생들이 극한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YTN 이정미[smiling37@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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