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에 속은 공정위, 변호사 징계 요청

'김앤장'에 속은 공정위, 변호사 징계 요청

2017.12.03. 오후 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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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 소속 변호사를 징계해 달라고 변호사협회에 요청했습니다.

해당 변호사가 고의로 중요한 사실을 누락해 과징금을 감경받았다는 건데, 여기에 속아 넘어간 공정위도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차유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3월 시멘트 제조업체 성신양회에 대해 담합 혐의로 과징금 436억 원을 부과했습니다.

그런데 한 달 뒤, 성신양회는 3년 연속 적자를 봤다며 경영난을 고려해 과징금을 깎아 달라고 요청합니다.

성신양회가 제출한 재무제표를 그대로 믿은 공정위는 과징금을 절반이나 감경해 줬습니다.

하지만 그 재무제표는 아직 내지도 않은 과징금을 손실로 반영해 적자가 난 것처럼 꾸민 사실상의 거짓 자료였습니다.

뒤늦게 속은 걸 안 공정위는 성신양회 법률 대리인인 김앤장 A 변호사가 일을 꾸민 것으로 보고, A 변호사에 대한 징계를 변호사협회에 요청했습니다.

공정위가 변호사 제재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신영선 /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 고법 판결문을 보면 피심인 성신양회는 (과징금 반영하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법원에서 판단했거든요. 따라서 대리인도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공정위는 지난 4월 깎아준 과징금을 다시 부과해 돌려받았지만, 기업이 낸 자료만 믿고 검증에 소홀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여기에 재무제표가 맞는지 확인하는 메뉴얼조차 없어서, 과징금 감경 제도 자체가 허술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특히 A 변호사는 사법고시 특채로 공정위에 들어와 핵심 부서에서 일하다 5년 만에 그만두고 로펌으로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나 공정위와 로펌의 유착 의혹까지 제기됐습니다.

[박선숙 / 국민의당 의원(지난 10월 국정감사) : 과징금 감면 자료 제출을 했을 때 공정위 직원이 친절하게 전화를 합니다. 김앤장 등 공정위에 근무했던 변호사들이 포진한 로펌과 공정위 관계를 어떻게 정리할지 명확한 답을 가지셔야 합니다.]

공정위는 최근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와 임직원의 출입 등록제를 실시하기로 했지만, 허술한 과징금 감경 제도, 사시 출신 채용의 부작용 등 개선해야 할 부분이 여전히 적지 않아 보입니다.

YTN 차유정[chayj@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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