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 상담 37년...감정 노동자의 희비

114 상담 37년...감정 노동자의 희비

2015.11.09. 오전 08:09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동네 중국집이나 치킨집 전화번호 알려주던 곳이 바로 114였죠.

올해로 114 전화번호 안내 서비스가 도입된 지 80년을 맞았는데요.

37년간 시민들에게 전화번호를 안내해준 114 상담원을 김현우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이른 아침 출근길에 나선 김명희 씨.

114 상담원으로 꼬박 37년을 달려온 김 씨는 다음 달이면 정년을 맞습니다.

어느새 얼굴 주름도 하나둘 늘 만큼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목소리만은 37년 전 그대로입니다.

매일 전화로만 만났던 형편이 어려운 고객을 직접 찾아갔던 일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김명희, 114 상담원(37년 근무)]
"굉장히 어려운 고객이 있었어요. 저희한테 전화가 많이 왔기 때문에 찾아가서 뵌 적이 있어요. 찾아가니까 굉장히 반가워하고 좋아하더라고요. 그 기억이 많이 남고…."

114 상담원 초년병 시절, 막무가내로 욕하는 고객을 접하곤 혼자 조용히 많이 울기도 했습니다.

[김명희, 114 상담원(37년 근무)]
"욕하고 나오면 이럴 수가 있는가 싶어서 눈물도 나고 그랬죠. 속으로는 울죠. 이해가 안 가죠."

스마트폰 보급이 늘면서 114를 찾는 사람은 줄었지만, 욕설과 성적 농담은 여전한 상황입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114 상담원과 같은 '감정 노동자' 10명 가운데 8명꼴로 이런 욕설이나 폭언을 지금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금숙, KT is 정보안내센터장]
"본인들의 누나일 수도 있고, 이모나 고모일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엄마일 수도 있으니까 그런 것만 조금 생각해주시면 저희 114 상담원들이 근무하기가 훨씬 수월할 것 같습니다."

자신의 감정과 무관하게 항상 웃는 얼굴로 고객을 접하는 이른바 '감정 노동자'는 780만 명.

이들에 대한 따뜻한 말 한마디와 격려가 우리 사회를 더욱 성숙시킬 것입니다.

YTN 김현우[hmwy12@ytn.co.kr]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YTN 프로그램 개편 기념 특별 이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