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한화 3대째 인연...허탈한 삼성맨

삼성·한화 3대째 인연...허탈한 삼성맨

2014.11.28. 오후 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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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삼성과 한화의 빅딜, 제안부터 계약까지 3개월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매각 대금이 2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계약인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속전속결 아닙니까?

[최영주]

그렇죠.

깜짝 빅딜에 많은 사람이 놀라기도 했는데요.

특히 한화는 인수 대상 기업의 실사도 개시하지 않은 채 계약을 마무리했다고 합니다.

물론 삼성과 한화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계약이 성사됐겠지만 오랜 시간 이어온 두 그룹의 우호적인 분위기와 서로에 대한 신뢰가 한몫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영수]

삼성가와 한화가의 각별한 인연은 잘 알려져 있는데요.

그 역사가 수십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면서요?

[최영주]

이병철 삼성 창업 회장과 김종희 한화 창업 회장이 각별한 사이였고, 그 친분이 3대째 내려오고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최요한, 경제평론가]
"삼성의 창업자 이병철 회장하고 현재 한화의 김종희, 한화 창업자 두 분 굉장히 친했어요."
(그때부터요?)
"그때부터요. 이건희 회장과 김승연 회장도 친하고 지금 3대로 친한 거예요. 원래 친한 집안이었고요."

[김영수]

호암 (湖巖) 이병철 회장과 현암(玄巖) 김종희 회장.

호도 바위 '암'자가 들어간다는 게 같은데요.

큰 바위처럼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군요.

[최영주]

이병철 회장이 김종희 회장보다 나이는 12살 더 많았지만 둘의 친분은 대를 이어 내려올 정도였습니다.

[김영수]

이병철 회장의 3남 이건희 회장과 김종희 회장의 장남 김승연 회장도 재계에서 알아주는 친분을 자랑하잖아요?

[최영주]

10살 위인 이건희 회장은 김승연 회장의 경영 멘토로 그동안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때문에 김승연 회장은 큰일이 있을 때마다 이건희 회장을 찾아 조언을 구했고 굉장히 깍듯이 대했다는 후문입니다.

[인터뷰:최요한, 경제평론가]
"(이건희 회장과 김승연 회장은) 10살 차이, 선대 아버지 때부터 친했고 이후에 전경련에서 굉장히 친했는데 유독 두 분은 친했다는 이야기가 있고요. 자식들은 하버드대 동문이고 이렇다 보니까 친할 수밖에 없죠."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 부회장도 경영 수업을 위해 김승연 회장을 자주 만났다고 합니다.

[김영수]

김승연 회장이 젊었을 때부터 회장직을 맡았기 때문에 배울 점이 많다고 본 것이죠.

[최영주]

또 최근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 솔라원 영업 실장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경영 조언을 자주 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영수]

15살 차이지만 같은 하버드대 출신이고 재벌 3세라는 공통점이 있죠.

이런 끈끈한 관계 덕분에 삼성과 한화는 지금까지 동종 분야 경쟁을 자제하며 큰 갈등 없이 잘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이재용 부회장이 신뢰와 우정만으로 이런 큰 결정을 내린 게 아니라는 얘기도 있다면서요?

[최영주]

다양한 분석이 있는데요.

갑자기 3개월 만에 정해진 게 아니라 그보다 오래전부터 이건희 회장의 의지가 있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인터뷰:최요한, 경제평론가]
"사실 다른 얘기도 있어요. 한화 측이 지난 4월에 삼성테크윈 인수를 타진한 후 6개월간의 협상을 통해서 된 것이라는 얘기도 있어요."
(방위산업업체죠?)
"그렇죠. 그런데 이 얘기는 잘생각해 보면 그때 4월이면 이건희 회장이 건재했을 때거든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건희 회장이 작년 말에 어떤 얘기를 했냐면 마하경영이라는 것을 얘기했어요. 비행기가 음속을 돌파하려고 하면 비행기의 모든 것을 다 바꿔야 한답니다. 그것처럼 삼성이 위기다, 바꿔야 된다고 강조를 했던 때였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삼성도 바꿔야 한다, 그리고 한화도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가 자손들이, 그러니까 후계자 되는 사람들이 이야기해서 성사됐다, 극적인 성사다라고 얘기를 하거든요."
(그러니까 그 판단은 이미 이건희 회장 때 한 것 같다, 이런 얘기죠?)
"네. 추진은 이재용 부회장이 한 것이고요."

[김영수]

이건희 회장 때 판단했더라도 일단 추진은 이재용 부회장이 했기 때문에 그 책임과 해결해야 할 과제도 이재용 부회장의 몫일 텐데요.

[최영주]

그렇죠.

사진 하나 볼까요?

인터넷 중고 사이트에 올라온 물건입니다.

[김영수]

이건 삼성 배지가 아닙니까?

삼성 배지를 판다는 건가요?

[최영주]

이번 빅딜로 삼성에서 한화로 넘어가는 직원은 7,500명에 달합니다.

하루아침에 한화로 옮기게 된 삼성 직원이 올린 글인데요.

'또 한화의 가족'이 된다길래 삼성 배지를 처분하려 한다고 쓰여 있죠?

삼성의 대표 광고 문구인 '또 하나의 가족'을 패러디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씁쓸한 심경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인터뷰:최요한, 경제평론가]
"퇴근할 때는 삼성맨이었는데 아침에 출근할 때 한화맨이 됐어요. 이게 뭡니까? 삼성은 그야말로 재계 1위였고 한화는 10위였거든요. 이제는 바뀌었죠. 바뀐 것이죠. 9위로 뛰어오른 것이죠. 그렇다 하더라도 충격과 멘붕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마음이 좀 안 좋았을 것이다. 정신이 없을 것이고 그런 사람들한테 '그동안 수고하셨다. 회사 사정이 이러이러하니까 감안해 달라' 이렇게 동영상으로 인사를 한다든지 이렇게 했으면 훨씬 더 좋지 않았을까. 인적자본에 대해서 기업이 너무 귀히 여기지 않는 게 아닌가 이런 섭섭한 마음까지 들더라고요."

[김영수]

삼성 배지라면 '삼성맨의 자부심'을 대표하는 상징물 아니겠습니까?

이걸 중고 사이트에 내놓을 정도면 하루아침에 한화맨이 된 삼성 직원들의 허탈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영주]

그런데 자부심을 잃는 것뿐만이 아닙니다.

월급이 깎일지 모를 처지에 놓여 있기도 한데요.

삼성토탈 임직원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9,500만 원이었는데요.

삼성 종합 화학을 인수하면서 삼성 토탈까지 맡게 된 '한화케미칼' 직원의 평균 연봉은 6780만 원이라고 합니다.

[김영수]

2천 7백 만 원 넘게 차이가 나네요?

[최영주]

또, '삼성테크윈'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7,900만 원인데요.

한화의 직원 평균 연봉은 5,400만 원입니다.

[김영수]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 평균 연봉이 6,700만 원인데 그보다 더 낮군요.

삼성맨들의 불안이 클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이들에 대한 처우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최영주]

한화는 일단 기존 삼성계열사 직원의 연봉을 앞으로 5년간 유지한다는 방침입니다.

[김영수]

그런데 그렇게 되면 한화 임직원들도 불만을 터뜨릴 것 같은데요?

[최영주]

아무래도 그렇겠죠.

그래서 업계에서는 5년 뒤 삼성 소속 직원들의 연봉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진행되더라도 양쪽에서 불만이 아예 없기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김영수]

지난 2007년 '삼성물산'이 '삼성 플라자'를 애경으로 넘길 때는 1인당 평균 8천만 원의 위로금을 지급하면서 '삼성 배지값'이 1억 원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이번에는 어떤 방식으로 사원들의 허탈한 마음을 다독일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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