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불균형...월세 문제 해법은? [김은경, 삼성증권 부동산 전문 위원]

전월세 불균형...월세 문제 해법은? [김은경, 삼성증권 부동산 전문 위원]

2013.08.10. 오후 6:03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요즘 전셋값은 51주째 상승세를 보이는 등 고공행진을 하며 가을철 전세대란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반면, 저금리로 집주인들이 선호하고 있는 월세는 4달 연속 가격이 내리는 등 공급 과잉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수요 과잉인 전세와 공급 과잉인 월세가 균형을 맞출 방법은 없을까요?

김은경 삼성증권 부동산 전문 위원과 함께 월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전셋값은 매물이 없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으나 월세는 물건이 남아도는 형국이라는데 얼마나 상태가 심각합니까?

[인터뷰]

전세를 월세로 바꿀때 전셋값을 기준으로 적용하는 연간 이자율인 월세 전환율이 역대 최저치로 추락해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습니다.

부동산114은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전환율은 6.68%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최고점인 2002년 12월 10.04%보다 3.36%포인트 하락한 수치입니다.

즉 전셋값이 1억 원인 아파트를 보증금 없이 월세로 전환할 경우 연간 월세가 2002년에는 1,004만 원이었다면 지금은 668만 원인 것입니다.

실제 전국 주택 월세 가격은 넘쳐나는 물량 탓에 4개월 연속 추락해 전세와 대조를 보였습니다.

한국감정원은 7월 말 기준 8개 시·도와 수도권 주택 월세는 작년 말보다 0.5%, 0.9% 각각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수도권의 월세는 인천 1.6%, 서울 1.2%, 경기 0.4% 등 순으로 낙폭이 컸습니다.

[앵커]

집주인들은 전세가 천정부지로 오르니 월세도 그에 맞춰 오를 걸로 기대하지만 실상은 월세 물건은 가격을 낮춰 내놓아도 잘 안 나가는 게 현실이라면서요?

[인터뷰]

일부 인기 지역 아파트를 제외하면 월세 가격은 떨어지고, 매물이 남아도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신혼부부 수요가 많은 잠실, 도심과 비교적 가깝고 대단지가 밀집해 있어 수요의 기복이 없는 성동구 등 경우에는 자취를 감춘 전세 대신 월세 아파트로 눈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도심과 비교적 가까워 신혼부부 등 젊은 맞벌이 부부가 선호하는 서울 성동구 금호동의 경우 아파트는 잘 나가지만 다세대·다가구 월세는 매물이 있어도 세입자들이 선호하지 않아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학원 수요 등으로 전통적인 인기 주거지인 목동, 중계동, 하계동을 비롯해 일산, 파주, 분당 등 대다수 대단지 아파트 지역은 공급이 늘어난 탓에 월세 가격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세입자를 찾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했습니다.

이런 역(逆)월세난은 다세대·다가구의 경우 더욱 심각합니다.

원룸, 투룸 등 소형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밀집한 강남구 논현동, 송파구 삼전동 등은 월세 세입자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집주인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앵커]

월세 물량이 넘쳐나는 이유는 무엇 때문입니까?

[인터뷰]

이처럼 전세와 월세시장 간 양극화가 심화한 것은 전세는 수요가 몰려 물량이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반면 저금리 장기화로 월세 물량은 넘쳐나기 때문입니다.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려 '전세 물량 감소와 월세 물량 증가' 속도가 빨라진 것입니다.

주로 월세 임대가 주류인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이 우후죽순 들어선 것도 한 원인입니다.

정부가 1∼2인 가구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2009년부터 공급에 나선 도시형생활주택은 2010년 2만여가구에서 작년 12만 가구를 넘어섰습니다.

오피스텔 월세 수익률은 2년 전 6%대에서 4%대로 내려갔습니다.

[앵커]

하지만 구조적으로는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흐름에 있는 게 사실이죠?

[인터뷰]

장기 추세를 봐도 월세 숫자가 전세를 추월할 기세입니다.

전체 가구 중 전세 비율은 2000년 28.2%에서 2010년 21.7%로 하락한 반면에 월세는 14.8%에서 21.4%로 상승했습니다.

이렇다보니 앞으로 주택 임대 시장에서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 형태로 대체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왔습니다.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분석실장은 '전세가격 상승과 주택시장의 구조 변화 가능성' 보고서에서 '중장기적으로 매매가의 하향 안정화 전망이 확산돼 결국 전세 제도 자체가 소멸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전세 공급 물량은 매매가 전망에 의해 좌우되며 투기적 매매 수요 증가가 전세 주택 공급을 늘리는 요인이었는데 최근의 집값 안정은 전세 공급의 위축으로 이어졌다는 게 임 실장의 설명입니다.

임 실장은 저출산 고령화, 소득에 비해 높은 집값 수준, 가계소득의 부진, 과도한 가계부채 등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주택 매매가는 안정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이런 기조가 오래가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를 배경으로 한 전세는 사라지고 고정 수입을 확보하는 형태인 월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앵커]

전세가 월세로 모두 전환하면 세입자들의 고충이 커질텐데요.

정치권에선 전월세의 인상 폭을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요?

[인터뷰]

민주당은 전월세 세입자가 희망하면 1회에 한해 계약을 더 연장할 수 있는 계약 갱신 요구권을 도입하고 계약 갱신 때 인상률을 연 5% 이내로 제한하자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해놓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반대 의사를 나타냈습니다.

전월세 가격을 제한하는 건 임차인을 보호하는 측면이 있지만, 시장 반응을 살펴보면 공급이 줄어 오히려 임차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겁니다.

여당의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안과 야당의 전월세 상한제 방안 간 '빅딜론'에 대해서도 '다주택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은 필요하지만 전월세 가격을 통제하는 대책을 거기에 포함시켜 논의하는 것은 단순한 딜의 차원이 아니다'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앵커]

당분간 이런 월세 초과 공급 현상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죠?

[인터뷰]

전문가들은 최근 '전세 품귀, 월세 적체' 현상의 원인 중 하나를 공급시장 왜곡에서 찾고 있습니다.

정리해보면, 최근 몇 년새 2인 이상 전세수요를 흡수했던 다세대주택 등이 헐리고 월세가 주류인 원룸형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 등 소형주택이 대거 공급되면서 전세물량은 급감하고 월세는 증가하는 '미스매치(불일치)'가 나타난 것입니다.

또 하나의 원인은 수요의 불일치입니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주택을 사야 할 여유있는 사람들이 '전세'로 눌러앉길 원하고, 집주인들은 저금리 장기화로 전셋집을 반전세나 월세로 돌려 내놓으면서 전세난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러한 '과도기적'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은행 안명숙 부동산팀장은 '전세보다 싼 월세가 쌓여 있지만 자신의 월급을 임대료로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전세의 유혹을 쉽게 떨쳐버리긴 힘들 것'이라며 '세입자들이 월세 임대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은행에서 돈을 쉽게 빌릴 수 있는 현재의 저금리 시대에는 전세제도가 맞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수요자들은 보유세 등 세금을 낼 필요가 없고 주거비용이 가장 낮은 전세제도를 여전히 선호하기 때문에 전세와 월세의 미스매치는 일정기간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앵커]

전월세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으로는 어떤 것들이 거론되고 있습니까?

[인터뷰]

전문가들은 전세에서 월세로 넘어가는 과도기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전세 급등을 잠재우고 월세 전환을 늦춰주는 '속도조절'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전문위원은 '지금처럼 전세 선호현상이 계속되면 조만간 전세가격이 매매값에 육박하는 곳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장래에 전세가 소멸되더라도 지금과 같은 과도기에는 임대시장 연착륙을 위한 속도조절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전세 물량을 늘려주고 월세 전환 속도를 늦춰주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월세입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전세가 없으면 결국 월세 세입자의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시장 연착륙을 위해 월세 사는 젊은 직장인들에게 재형저축 이자율을 높여주거나 소득공제를 확대해주는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전월세 시장 수급 상황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은 '전월세 물량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해야지 정부가 개입하면 전세시장에서 부작용만 생길 수 있다'며 '당분간 괴롭더라도 정부가 주택 공급량을 조절하면서 자연스럽게 매매, 전·월세로 넘어가도록 해야 시장이 안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