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전'...나라 퇴보시키는 재앙

'대정전'...나라 퇴보시키는 재앙

2011.09.21. 오후 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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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지난주 발생한 정전 사고가 자칫 온나라를 올스톱시키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닫지는 않았지만 최근 전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대정전'의 위기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대정전이 얼마나 심대한 피해를 가져올 지 김기봉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2003년 8월 미국 북동부 대정전.

낮에도 도시의 모든 기능은 마비됐고 어둠에 파묻힌 뉴욕은 하루만에 약탈과 범죄의 무법천지로 바뀌었습니다.

'대정전'은 단순한 불편의 개념이 아니라 나라 전체를 몇 년 퇴보시키고 국민들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대재앙입니다.

우선 취수장 가동 중지로 수돗물 공급이 끊겨 식수도 구할 수 없고 변기 사용도 할 수 없습니다.

전기 중단 이후 3시간이 지나면 가스 공급도 중단돼 난방과 취사도 불가능해집니다.

가게에서 생필품을 사고 싶지만 계산대 전원이 꺼져 영업을 할 수 없게 되고 공장에서 매장으로 유통 자체가 불가능해집니다.

모든 신호등이 꺼져 차량 운행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주유기가 작동되지 않아 차에 기름을 넣을 수도 없습니다.

대부분의 병원도 멈춰서 급한 환자들은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됩니다.

일부 대형병원은 자체 발전기가 있지만 최대 용량이 10시간을 넘기지 못합니다.

기지국이 마비돼 휴대폰 통화는 2시간만에 불통되고 일반전화도 18시간이 지나면 마비됩니다.

모든 산업시설이 올스톱되지만 특히 한번 멈춰 서면 재가동이 힘든 정유나 석유화학 업종은 폐업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인터뷰:석유화학 업체 관계자]
"석유화학업체는 산업의 특성상 정전이 발생하면 투입된 원료가 굳어버려서 설비에 굳어진 물질을 제거해야만 재가동이 가능합니다. 그만큼 정전에 따른 후폭풍이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치안부재 상태가 지속되면서 약탈과 절도 등 각종 범죄가 폭동 수준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정전이 발생하면 물 만으로 발전이 가능한 수력 발전으로 복구를 시작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완전 복구까지는 1주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터뷰:오태규, 한국전기연구원 박사]
"주요 부하를 살리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2~3일, 전체 계통을 살려 모든 수용가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정상 상태로 복귀하는데는 1주일 정도 예상하고 있습니다."

온 나라를 준전시 상황에 빠뜨리는 대정전.

이번 강제정전 소동이 진짜 대정전을 막을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YTN 김기봉[kgb@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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