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이던 내 딸, 살아줘서 고마워"

"3살이던 내 딸, 살아줘서 고마워"

2018.08.15. 오후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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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3년 만에 성사된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이제 닷새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날이 오기만을 68년 동안 기다려온 상봉 대상자들은 곧 혈육과 친지를 만날 기쁨과 설렘에 잠 못 이루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황혜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구순을 바라보고 있는 황우석 씨가 가족을 찾기 위해 적십자사의 문을 두드린 건 30년도 더 전의 일입니다.

북측에 두고 온 부모님과 여동생 셋, 배우자와 어린 딸의 생사만이라도 알고 싶었지만, 매번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생애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이번 이산가족 상봉!

68년이란 세월이 흐르는 동안 모두 유명을 달리했지만 헤어질 때 3살이던 딸은 아직 살아 아버지를 만나려 한다는 소식에 가슴이 먹먹합니다.

[황우석 / 이산가족 자녀상봉 대상자(89세) : 걔가 유일하게 살아서 이번에 상봉을 하게 된 거죠. 그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래도 이렇게 지금까지 살아줘서 진짜 고마워요.]

막내였던 자신에게 그토록 자상했던 큰 형.

피난을 가려다 북한군에 끌려갔던 형을 드디어 만날 수 있다는 소식이 믿기지 않는 건 이수남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일 정화수를 떠놓고 큰아들의 무사귀환을 기도하던 부모님은 결국 세상을 떠났지만, 이 씨는 형이 살아있어 줘서, 부모님의 한을 풀어드릴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말합니다.

[이수남 / 이산가족 형제상봉 대상자(77세) : 우리 형님은 온 가족을, 모든 걸 다 평생 잃어버리고 사셨을 걸 생각하면 너무 가슴 아프죠.]

반대로 전쟁통에 부모님이 계신 고향으로 가지 못하고 두 동생과 함께 남한에 남아 머슴살이부터 안 해본 일 없이 살아온 박기동 씨.

강산이 7번 변하는 동안 부모님은 돌아가셨지만 이번에 북에서 살던 또 다른 두 동생을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박기동 / 이산가족 형제상봉 대상자(82세) : 갑자기 고아가 된 거잖아요, 삼 남매가…. 정말 무진장 고생도 많이 했고…. (나중에 만났을 때 장남이 돼서 동생들도 제대로 못 키웠느냐 그럴까 봐) 정말 동생들 키우는 데 최선을 다한 거죠.]

이번 이산가족 상봉에서 북측 가족과 만나는 우리 측 상봉 대상자는 모두 93명.

이 가운데 80세 이상이 전체의 87%가 넘습니다.

이번 만남이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를 상봉자들은 한결같이 상설면회나 서신 왕래만이라도 가능해지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YTN 황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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