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용환 소장, 공무원 한국사 시험 "심해도 너무 심해, 찍을 수밖에 없는 상황"

심용환 소장, 공무원 한국사 시험 "심해도 너무 심해, 찍을 수밖에 없는 상황"

2018.04.10. 오후 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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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용환 소장, 공무원 한국사 시험 "심해도 너무 심해, 찍을 수밖에 없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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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용환 소장, 공무원 한국사 시험 "심해도 너무 심해, 찍을 수밖에 없는 상황"

- 공무원 7급 필기 한국사 문제 맞추는 것 불가능, 관련 전공한 박사님이나 알까할 정도 말도 안 되는 문제
- 대비 자체가 불가능, 변별력 나눈다는 객관적 근거 없다
- 욕설한 전한길 강사에 동감, 완벽한 준비 불가능
- 지금도 근현대사 연도 달달 외워야, 공무원 시험 훨씬 더 디테일한 문제 많이 나와
- 찍을 수밖에 없는 상황, 변별력 발생 안 되는 문제 심해도 너무 심해
- 이런 식 출제 관행, 일반적... 완전 해결 어렵다
- 이런 분노가 역사 교육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으면
- 이런 것까지 외워야하나, 이런 것이 일반적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
■ 방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8년 4월 10일 (화요일)
■ 대담 : 심용환 역사&교육연구소 소장

◇ 앵커 이동형(이하 이동형)> 지금부터 제가 문제를 낼 건데요. 청취자 여러분도 맞춰 보시죠. “고려 후기 역사서 4권이 있는데요. ‘본조편년강목, 사략, 고금록, 제왕운기’를 편찬된 순서대로 배열하면 어떻게 될까요?” 모르시겠죠? 저도 모릅니다. 저뿐만 아니라 역사 전문가들도 모른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문제가 2018 서울시 지방공무원 7급 필기시험 한국사 문제라고 합니다. 역사학자들마다 이 문제를 두고 비판을 하고 있죠. 뭐가 문제인지, 역사&교육연구소 심용환 소장 연결해서 설명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심용환 역사&교육연구소 소장(이하 심용환)> 네, 안녕하세요. 심용환입니다.

◇ 이동형> 소장님은 정답 아세요?

◆ 심용환> 정답을 인터넷을 통해 알았습니다.

◇ 이동형> 저도 인터넷을 통해 알았는데요. 고금록이 1284년, 제왕운기 1287년, 본조편년강목이 1317년, 사략이 1357년이네요. 문제는 고금록과 제왕운기가 3년밖에 차이가 안 난다. 이를 어떻게 맞추느냐는 거죠.

◆ 심용환> 불가능하고요. 관련 전공하시는 박사님이나 알까 할 정도로 말도 안 되는 문제가 나온 것 같습니다.

◇ 이동형> 방금 소장님도 인터넷 보고 알았다고 하고요. 다른 한국사 강사, 역사학자들도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게 공무원 시험이 사실 한두 문제로 당락이 결정된다고 하잖아요. 그만큼 공시생들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시험인데,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찍을 수밖에 없었을 것 아닙니까. 수험생들이. 운 좋은 친구는 붙는 거고 운 나쁜 친구는 떨어지는 거잖아요.

◆ 심용환> 맞습니다. 대비 자체가 불가능한 문제이기 때문에 말씀하신 것처럼 찍지 않으면 될 수 없는 거고, 변별력을 나눈다는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고 할 수밖에 없겠죠.

◇ 이동형> 맨 처음 논란이 시작된 것은,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가 이따위 문제를 어떻게 내느냐며 욕설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는데요. 제가 한국사 강사여도 욕설할 것 같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심용환> 동감이 되는 거고요. 사실 기본적으로 다루는 시험의 범위가 있고, 그 안에서 외워야 할 암기 범위가 있고 그것을 가지고 선생님들이 가르치고 학생들도 대비해서 시험을 보는 건데요. 완전히 완벽하게 준비가 불가능하고 말이 안 되는 상황인 거죠.

◇ 이동형> 공무원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인생을 걸고 공부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이러한 문제가 나올지는 전혀 몰랐을 것 아닙니까.

◆ 심용환> 그렇죠. 선생 입장에서는 아무런 대비를 해줄 수 없습니다.

◇ 이동형> 기출문제도 풀어보고 어디에서 나올 거라고 예상하는데, 이건 예상도 못할 문제였고요. 저도 중고등학교 역사 공부를 할 때, 저 때만 해도 중학교 때까지 연도 달달 외웠는데 고등학교부터는 대입이 수능으로 바뀌면서 그런 역사 교육은 안 하겠다고 교육부에서 한 것 같거든요. 지금도 안 하는 거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연도를 그것도 3년밖에 차이 안 나는 책을 외워야 한다는 건, 지금의 교육 정책과 맞지 않은 것 같아요.

◆ 심용환> 그런데 사실 이번 시험 문제는 문제가 많고요. 실제로 암기를 안 한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초중고등학교, 대학교,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공무원 시험 다 기본적으로 암기를 근거로 하고 있어서 문제 본질 자체는 바뀌지 않은 것은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 이동형> 지금도 임진왜란이 몇 년에 일어났고, 이런 거 달달 외워야 하나요?

◆ 심용환> 달달 외워야 합니다. 그리고 공무원 시험의 경우 워낙 경쟁이 심하고 한국사 경쟁력 강화, 이런 게 있었기 때문에 훨씬 더 디테일한 문제가 많이 나오고 있죠. 연단위로 근현대사는 외워야 합니다.

◇ 이동형> 연도를 달달 외운다고 한국사 경쟁력이 강화될지는 의문이네요. 아마 문제를 출제한 측에서는 변별력 차원에서 필요했다고 한 것 같은데요. 변별력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심용환> 이는 결국 찍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니까 변별력 발생이 안 되는 문제죠. 거듭 말씀드리지만 말이 안 되는 거죠.

◇ 이동형> 다 모르는 문제였기 때문에.

◆ 심용환> 다만 입장을 얘기한다면, 여전히 수학능력시험이라든지 역사를 다양하게 이해하자는 말은 하지만 여전히 계속 암기에 근거한 시험을 보고 있거든요. 1904년 한일의정서, 5년에 1차 한일협약, 7년에 정미7조약, 이런 식으로 학생들이 다 외워요. 고등학생이든 자격증 시험이든 공무원들도 다 그렇게 보고. 특히 공무원 시험이 워낙 경쟁이 심하니까 더 지엽적으로 가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그러한 측면에서 문제를 냈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심해도 너무 심한 문제가 나온 거죠.

◇ 이동형> 방금 짚어준 것도 지엽적인 거라고 하셨는데, 지엽적인 것에 집착하다 보면 다른 큰 문제를 못 보는 거잖아요. 소장님이 만약에 출제한다면, 어쨌든 가까운 것, 늦은 것을 고르라는 문제는 한번 씩은 나와야 하는 건데, 이렇게 다닥다닥 붙은 연도 말고 어떤 식으로 문제를 내면 좋을까요?

◆ 심용환> 보통 관행 정도로 보면, 1910년 때 일제 식민통치, 1920년대 일제 식민통치, 전쟁기 때, 이렇게 시기별 차이를 물어본다든지 실학자 입장에 따라 이 사람들이 어떻게 조선 후기 때 사회 변혁을 얘기했는지, 이 정도로는 공무원 시험이 조금 어렵게 물어보는 경향이 있는데 지금 것은 정말 말도 안 되게 한 거죠.

◇ 이동형> 공무원 시험 한국사는 수능보다 어렵나요? 수능 국사보다?

◆ 심용환> 수능보다 많이 어렵고요. 박근혜 정부 때 수능 필수화가 되면서부터 수능에서 한국사가 필수화가 되니까 입시 부담감이 올라간다고 얘기해서 쉽게 문제를 내고 있는 상황이에요. 소위 말하는 수능에서 한국사를 쉽게 배우고 들어가는 친구들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죠.

◇ 이동형> 공무원 시험 출제, 누가 어떤 과정을 통해 하는지 알고 있습니까?

◆ 심용환> 사실 수학능력시험과 비슷한데요. 출제위원들이 몇 명 있고 출제위원들의 문제를 검토하는 검수위원들이 존재하고요. 문제 유출이 되면 안 되는 문제가 있기에 공무원 시험의 경우 아무래도 관심을 덜 받으니까 2주 정도 합숙 기간, 외부 격리 기간을 갖는다고 하는데요. 대부분 구조 자체는 그런 식으로 진행됩니다.

◇ 이동형> 이 문제를 만들어내고 출제위원 한 명이 하는 게 아니고 두세 명이 한다고 하니까, 출제위원들도 이 문제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고, 검토위원들도 파악 못했다는 거잖아요.

◆ 심용환> 그렇죠.

◇ 이동형> 가능한 일입니까?

◆ 심용환> 그건 사실 오래된 관행 때문에 그런 거죠. 어렸을 때부터 역사를 배울 때 암기로 해야 하고 결국 쉽게 나오든 어렵게 나오든 연도나 상세한 지식을 알아야 하고, 이런 식으로 계속 교육을 하다보니까 아마 이 문제 난도 자체를 출제하신 분이야 교수님이니까 이거 풀 수 있겠어, 라고 생각했겠지만,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충격을 받게 될 줄 예상하지 못한 거고. 이런 식의 출제 관행 자체는 일반적인 거여서요.

◇ 이동형> 오래됐다. 논란이 커지니까 인사처 관계자가 보통 출제 위원들이 한두 명 정도 있는데 수험생 출신 출제위원을 한두 명 더 늘리겠다, 대책을 이야기했는데요. 실효성 있을 것 같습니까?

◆ 심용환> 그렇게 되면 아마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 같진 않고요. 왜냐면 출제위원들은 관련 교수나 전공자들이니까 엄정성, 오류가 없게 개선되는 거고, 다만 말그대로 이렇게 논란이 안 일어날 정도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언 정도, 이렇게까지 어려운 문제가 안 나오면 문제가 사라지는 거다, 이런 식으로 마무리를 하겠다는 얘기이니까 그 정도 효과는 있겠죠. 완전하게 해결될까요, 그렇게 한다고. 저는 그렇게 보진 않고요.

◇ 이동형> 어릴 때 조선왕조 역대 왕 노래를 부르며 외우기도 했잖아요. 어떻게 외웠죠?

◆ 심용환> 태정태세 문단세,

◇ 이동형> 우리 동네는, 태정태세 문단세~ 이렇게 외웠어요. 동네마다 차이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식으로 외워서 공부하는 게 과연 국사 공부에 도움이 될 건지, 아니면 소장님 오랫동안 역사를 강의한 학자로서 나름의 역사 공부, 어떻게 하면 역사 공부가 수험생들에게 도움이 될지, 조언해주세요.

◆ 심용환> 근본적인 문제이거든요. 사실 진짜 현재 노하우는 얼마나 재미있게 가르치느냐, 쉽게 가르치느냐 정도로 관심이 쏠려 있고, 역사를 예를 들어서 토론한다든지, 오늘의 문제에 적용해본다든지 하는 소위 말하는 서양식 교육은 전혀 적용이 안 된 상태이거든요. 그래서 사실 이런 문제까지 발생했기에. 어쨌든 국정교과서 문제도 끝났으니까 교과서도 자유발행제로 가고 학교 수업에서도 토론 수업 같은 것들을 의무화하고, 선생님들 수업 방식이나 평가 방식에 대한 변화가 도모될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아닐까. 이러한 분노가 역사 교육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 이동형> 지금 앱으로 김승호 님께서, “떨어뜨리려고 작정하고 내는 문제는 공시에서 과목 막론하고 늘 있었습니다. 다만 이번 문제는 문제 난도를 떠나 출제자의 무성의함이 너무 짙게 느껴진다는 것이 문제입니다.”라고 하셨는데요. 틀리게 하려고 마음먹고 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 심용환> 실제로 여태 공무원 문제들을 제가 일일이 다 기억은 못 하지만, 이런 것까지 외워야 하나, 이런 것이 일반적이고요. 가르치고 재미있게 얘기하는 선생님들도 재미있게 해서 이것을 외우게 만드는 거였기 때문에, 이번 문제가 해도 해도 너무했다는 정도이지 그동안 너무하지 않았다고는 볼 수 없을 것 같아요. 공감됩니다.

◇ 이동형> 재미있게 가르치는 게 요즘 트렌드라고 했는데요. 소장님은 재미있게 가르치는 편이에요?

◆ 심용환> 저는 재미있게 가르쳤죠.

◇ 이동형> 최근 심 소장께서 제주 4.3 사건과 관련해 홍준표 대표의 주장은 잘못됐다고 얘기했는데요. 어떤 점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겁니까?

◆ 심용환> 제주 4.3 사건에 대해서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1948년 11월부터 진행된 계엄령에 의해서 약 2~6만의 민간인 학살이 있었다는 것을 국가가 인정했고 그에 대해 사과했던 사건이라는 것, 그 자체를 정확하게 알고 그것을 우리가 기리고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반성하는 것이 핵심인 거지, 자꾸 어떤 특정한 사건을 끄집어내어 용공으로 몰아가고,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썼는데 생각보다 화제가 됐네요.

◇ 이동형> 화제가 되라고 쓴 것 같은데요?

◆ 심용환> 그런가요?

◇ 이동형> 오늘 말씀은 고맙습니다. 다음에 역사 문제에 대해 스튜디오에 모시고 들어보겠습니다.

◆ 심용환> 네, 감사합니다. 언제든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 이동형> 지금까지 심용환 역사&교육연구소 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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