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춘재부터 지하 벙커까지...靑 회동 뒷이야기

상춘재부터 지하 벙커까지...靑 회동 뒷이야기

2017.09.28. 오후 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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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가을 저녁 문재인 대통령과 4당 대표들이 만났습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끝내 참석하지 않았지요.

각자의 자리에서 비판도 서슴지 않던 여야 대표와 대통령의 만남.

웃고는 있지만 어색한 기운이 감도는 건 어쩔 수가 없겠죠.

이 어색함을 깬 건 손님맞이 때마다 문이 열렸던 '상춘재'였습니다.

상춘재를 보며 문 대통령이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지요.

최근 두 달간의 새 단장을 한 상춘재를 설명하고 있는 겁니다.

그 첫 귀빈으로 여야 대표를 맞이한 건데요.

문 대통령이 목재에 니스칠이 해롭다고 해 벗겨내고 천연 들기름을 발랐다며 설명했고요.

이 설명을 들은 추미애 대표가 "대표님들 오신다고 '목욕재계'했네요." 라고 던진 말에 모두 웃음이 터졌는데요.

서먹했던 게 조금은 누그러든 분위기죠.

서먹한 분위기를 예상하고 여당 대표로서 분위기 메이커 총대를 메고 나온 걸까요?

상춘재 안에선 문 대통령의 별명인 '달님'에 지금 시국을 비유하면서 딱딱한 분위기를 녹이고자 했습니다.

[추미애 / 더불어민주당 대표 : 아까 보니까 하늘에 달님이 떠서 우리를 지켜보는 것 같습니다. '달님 마음'이 '국민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치권은 국민을 생각하면서 국민의 안녕을 하나 된 힘으로 모아야 될 때인 것 같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안철수 대표는 대선 이후 첫 만남이었습니다.

공통점 보이십니까? 네, 어제 같은 색인 초록색 넥타이를 맸습니다.

국민의당 색깔인지라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의 마음을 얻기 위한 1단계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묘하게도… 어제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도 초록색 계열의 넥타이를 맸네요.

여야 대표들은 회담이 끝난 이후 예정에 없었던 장소를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청와대 '지하 벙커'인데요.

정식 명칭은 국가안전보장회의, NSC 위기관리센터입니다.

지하 벙커를 보는 여야 대표들의 표정도 사뭇 진지하지요.

북핵 문제 등 안보 이슈가 워낙 엄중한 터라, 당을 뛰어넘는 협조를 부탁하려는 문 대통령의 마음이 담긴 듯합니다.

원래는 일정에 없던 것인데 문 대통령이 공동발표문 합의 때 갑자기 제안했다고 전해집니다.

한편 인사 문제에서 대통령은 먼저 몸을 낮췄습니다.

주호영 대표가 '5대 원칙'에 어긋나는 인사들이 있었다고 문제를 제기하자, 대통령이 '인사'에 대해 여야 대표들에게 직접 유감을 표명했다고 합니다. 인사의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중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약간의 긴장도 있었지만, 화기애애하게 진행됐고요.

문 대통령도 여야 대표도 '할 말은 한' 청와대 회동이었다고 전해집니다.

이렇게 자주 만나다 보면 진정한 협치가 이뤄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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