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정당 발전" vs "당 장악 도구"...'秋 혁신안' 전망은?

[취재N팩트] "정당 발전" vs "당 장악 도구"...'秋 혁신안' 전망은?

2017.08.22. 오전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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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더불어민주당의 당내 혁신 기구로 추미애 대표가 추진하는 정당발전위원회를 사이에 두고 이견이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역할과 방향이 불명확하다면서 반발이 계속되는 건데요.

정치부 박광렬 기자와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와 이번 갈등이 정국에 미칠 영향, 전망 등을 짚어보겠습니다.

정당발전위원회, 어떤 성격의 기구고 뭐가 문제인가요?

[기자]
정당정치를 한 단계 발전시키자며 추 대표가 내세운 당내 혁신 기구인데요.

사실 지금 대다수 국민이 정당 정책이나 의사 결정에 꾸준히 영향을 준다고 보기는 어렵죠.

그래서 당원 중심으로 당이 돌아가고, 국민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자는 걸 주된 취지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문제는 혁신 과정에서 민감한 부분을 건드릴 수도 있다는 건데요.

대표적인 게 지방선거 출마 자격을 배분하는 공천권 문제라고 할 수 있겠죠.

[앵커]
당내 일부에서는 새로 만들 혁신안이 중앙당 공천 권한을 강화하고 시·도당 공천 권한을 악화하려고 한다며 반발하는데요.

현행 당헌 당규는 어떻게 되어 있나요?

[기자]
지금의 당헌·당규는 지난 2015년 문재인 대통령 당 대표 시절 만들어졌습니다.

핵심은 중앙당에 집중된 공천권을 지방에 나눠 주자는 것이었는데요.

시장이나 군수와 같은 기초단체장, 그리고 시의원·도의원 등 기초·광역의원 공천권을 시·도당위원회에 넘기는 것으로 '김상곤 혁신안'으로 불립니다.

추 대표 주장에 우려를 나타내는 측은 추 대표가 이런 당헌 당규에 손을 대 지방선거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에 대해 추 대표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당연히 추 대표는 억측과 왜곡이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는데요.

'중앙당이 공천권 회수한다는 건 소설'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과거 혁신안은 중앙당 패권을 시도당에 그대로 옮겨놓았다면서 현행 공천권에 대한 문제 의식은 숨기지 않는데요.

특히 혁신과 관련해 국민이 당의 주인이고 이런 생각은 문 대통령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추미애 / 더불어민주당 대표 : 이긴 힘으로 해내는 혁신다운 혁신을 우리가 시작하자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대통령도 뜻을 같이했습니다. 여기에 무슨 당내 갈등이 있겠습니까. 아무런 갈등이 없습니다.]

[앵커]
당내 갈등이 없다는 점을 계속 언급하고 있지만, 갈등은 이어지고 있는데요. 가장 큰 원인 어디에 있을까요?

[기자]
혁신을 진두지휘할 정발위의 범위와 성격 등이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걸 지적할 수 있습니다.

공천권에 대해서도 '성역'은 아니다, 이런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데요.

공천권 회수는 소설이라고 말하는 추 대표조차도 현행 당헌 당규는 '바이블'이 아니라고 밝혔고요.

최재성 위원장 역시 공천권만큼은 손대지 않겠다는 것 자체가 진정한 개혁과 거리가 멀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달 초 추미애 대표와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공천룰 변경에 대한 당내 우려를 보면서 더 혁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혁신은 이해관계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전해철, 홍영표 의원 등 친문 핵심으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전해철 의원은 이미 있는 혁신안부터 지키라며, 현재 혁신안을 실천하자는 주장을 혁신에 반대하는 것처럼 오도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앵커]
궁금한 게, 민주당 의원들의 혁신안에 대한 대체적인 여론은 어떤가요?

[기자]
사실 저는 이 문제를 '친문재인 세력 대 추미애 대표의 힘겨루기' 이렇게만 보지는 않는데요.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정당발전위원회에 대해 우려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사석에서 만난 의원 상당수 의견을 전달하면요.

취지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굳이 오해 사기 좋은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에 혁신에는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의견이 있고요.

또 과정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습니다.

공당이라면 혁신을 위한 위원회 구성을 공론화하고 토론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당 대표의 의견이라는 이유로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겁니다.

실제 언론보도를 빼고는 혁신안에 대해 접한 내용 자체가 없다, 먼저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볼멘 소리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앵커]
이번 갈등이 '친문계와 추 대표' 사이 문제만은 아니라는 말씀인데요, 그렇지만 그동안 친문계와 추 대표가 크고 작은 갈등이 지속된 건 사실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추 대표가 자신의 새 측근인 김민석 전 의원을 대선 선대위 종합상황본부장에 인선하는 과정에서 임종석 당시 후보 비서실장과 충돌이 있었고요.

국무위원 등 공직자 인선에 당 추천권 행사를 주장해서 친문계로부터 대통령 인사권 행사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눈총을 받기도 했죠.

추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당 대표가 됐지만, 문 대통령과 오래전부터 정치적 견해를 함께 한 건 아니었는데요.

실제 문재인 대통령 당 대표 시절 지금의 당헌 당규를 만든 김상곤 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추 대표를 향해 노무현 탄핵과 노동법 날치기로 당원권이 정지됐던 난폭 운전자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추 대표의 갈등을 친문 세력과의 갈등만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원내 지도부와도 '아슬아슬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머리 자르기' 발언으로 국민의당이 보이콧을 선언했을 당시 청와대의 대리 사과, '추미애 패싱' 당시 추 대표는 원내 지도부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고요.

이후 추경 표결 불참 의원에 대해 강한 징계를 거듭 언급하면서 원내 지도부를 에둘러 저격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몇몇 사소한 문제도 이어졌습니다.

가령 당직자 급수를 조정해달라는 문제, 그리고 당 대표실에서 사용하는 방을 2개로 늘려달라 이런 건데요.

머리 자르기 발언도, 취지는 이해하지만 여소야대 상황에서 당 대표가 꼭 해야 했느냐는 등 지나치게 '자기 정치'에 집착한다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다만 이런 비판들이 집권 여당이 당내 권력 다툼, 특히 원내와 당 지도부 사이 다툼으로 비치지 않도록 특히 원내 지도부 측이 조심하는 모양새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향후 전망, 어떻게 보시나요?

[기자]
일단 추 대표와 정발위가 주도할 혁신안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민주당은 대통령과 보조를 맞춰 정국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할 집권 여당이고요.

혁신안 문제가 잘 풀리지 않으면 다가올 정기 국회 법안 처리나 정국 운영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개혁 입법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피해는 국민에 돌아옵니다.

정발위 해법에 주목하는 이유인데요.

원론적으로 정발위를 추구하는 측, 우려하는 측 모두 일리가 있는 만큼 빠르게 정발위 성격과 방향을 정립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지방선거 공천권 문제 등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더 빠르고 확실하게 입장을 정리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결국 공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이 혁신안에 포함된다면 문제가 복잡해지는데요.

개혁 입법 동력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만큼, 정당 발전이라는 큰 취지를 위해 세부적인 사항은 일부 양보하는 지혜도 필요해 보입니다.

박광렬 [parkkr082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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