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 형님', 42년 군생활 마무리한 '노병의 눈물'

'순진 형님', 42년 군생활 마무리한 '노병의 눈물'

2017.08.21. 오후 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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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위수명.

나라의 위기를 보면 목숨을 바친다는 사자성어죠.

이순진 전 합참의장은, 재임 기간 '견위수명'의 자세로 혼신을 다했다고 자평하고, 군복을 벗었습니다.

돌아보면, 녹록지 않았던 42년간의 '군 생활'이었습니다.

인생의 3분의 2를 '군인'으로 산 이순진 전 합참의장, 군의 주류인 육사 출신이 아닌 육군 3사관학교 출신의 첫 합참의장이었습니다.

그의 재임기간 1년 10개월 동안, 북한은 2차례의 핵실험과 27회, 총 38발의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했습니다.

[이순진 / 前 합참의장 : 지난 22개월 재임기간 동안 그야말로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지난 22개월 동안 밤잠을 설친 '고민'과 '생각'들이 완전히 종결되지 못해 참으로 무거운 마음입니다.]

재임 기간 내내,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던 이순진 전 합참의장, 영광의 순간도 있었습니다.

이 전 의장을 보좌했던 핵심인사 3명이 각각 육군 해군 공군 총장으로 발탁된 겁니다.

군 내부에서는 이 전 의장이 군을 안정적이고 실전적으로 운용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온화한 성격에 출신이나 지역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심지어 계급장 내려놓고 부하를 인격적으로 대하는 그의 성격은 부하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했고 명예롭게 전역한다면서, 이순진 전 합참의장의 '노고'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습니다.

대통령이 건군이래 합참의장 이취임식에 참석한 건 처음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합참의장 이·취임식(어제) : 자신에겐 엄격하면서 부하들에게선 늘 '순진 형님'으로 불린 부하 사랑 모습은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님들이 바라는 참군인의 표상이었습니다.]

순진형님, 작은 거인.

이순진 전 합참의장을 군에서는 그렇게 불렀습니다.

병사들에 대한 각별한 사랑으로 유명했던 이 전 합참의장은, 새벽에 제설작업에 투입된 병사들을 위해 손수 차를 끓여줬고, 제2작전 사령관일 때는 공관병에겐 간단한 행정 업무만을 맡기면서 부인이 직접 식사 준비를 하고 가사를 돌보게 했습니다.

병사들 생일에는 손편지를 써줄 정도로 자상했던 이 전 합참의장, 인터넷에서도 미담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밑에서 일했던 병사들의 댓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요. "혹한기 훈련 때 장병들과 똑같이 추운 텐트에서 주무시는 모습에 감동했다, 명예로운 전역 축하 드린다"

이순진 전 합참의장이 얼마나 존경받는 지휘관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많은 군인들의 애환이지만, 군 복무 중, 45번 이사를 했고, 동생들 결혼식에도 한 번도 참석 못 해 가족들에 게 미안하다고 말한 '노병'은 끝내 눈물을 삼켰습니다.

[이순진/ 전 합참의장(어제) : 무엇보다도 힘든 군 생활 동안 제 아내는 제가 군 생활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가정사와 자녀 교육에... 전념해주었고 독선에 빠지지 않고 부대원을 존중하고 배려하도록 항상 뒤에서 조언해주었습니다. 만일 아내와 결혼하지 않았다면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겁니다.]

군복무 기간 동안 해외여행을 단 한번도 못 갔던 이순진 전 합장의장 부부에게 문 대통령은 깜짝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딸이 거주하고 있는 캐나다행 비행기 티켓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영란법 위반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국민권익위 유권해석에 따르면 군 통수권자인 상급자, 즉 대통령이 하급자에게 포상이나 격려 목적으로 전달한 선물로 김영란법에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져 갈 뿐이다.

뼛속까지 군인이었던 이순진 전 의장은 맥아더 장군의 말을 인용하면서 42년간의 군 생활을 마무리했습니다.

이제는 또 다른 인생을 그려갈 이순진 전 의장.

그 뒤를 잇는 제2, 제3의 이순진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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