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의 없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

격의 없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

2017.08.19. 오후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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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민석 / 기자

[앵커]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은 주요 국정 현안에 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는 동시에, 시나리오나 질문 내용 조율이 없는 '완전 자율' 형식으로도 주목받았습니다. 청와대 취재하는 권민석 기자와 함께 문 대통령 100일 기자회견 내용, 상세히 짚어보겠습니다. 권민석 기자 안녕하십니까?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정말 완전히 자율 형식이었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사전 각본, 시나리오, 질문은 누가 할 것이냐 혹은 질문 내용을 어떤 걸 할 거냐 이런 것들이 전혀 사전 논의가 없었습니다.

[앵커]
많은 기자가 질문할 기회를 얻지 못했는데 YTN이 얻었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전 정부와 비교를 해 볼까요. 이번 문 대통령 기자회견 어땠습니까?

[기자]
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모두 취임 100일 전후로 기자회견을 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미국산 쇠고기 파동 와중인 취임 116일 만에 회견장에 섰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100일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 전 대통령 때와 비교하면, 언론인들이 상주하는 춘추관에 대통령이 방문해 연단에 선 채로 진행됐는데, 엄숙한 분위기에서 기자들은 대통령 말을 받아적기 바빴습니다.

처음으로 영빈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회견은 각본도, 사전 조율도 없이 자유롭게 진행돼 짧아서 아쉬웠다는 평까지 나옵니다. 회견 그림을 연달아 보시면 분위기를 체감하실 겁니다.

[이명박 / 전 대통령(2008년 6월 19일) : 저는 어떤 경우에도 부당하게 인터넷을 통제한다든가 그런 구시대적 발상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단지 시대는 인터넷 시대가 됐기 때문에….]

[윤영찬 /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지난 17일) : 따라서 대통령은 여러분이 어떤 질문을 할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대통령님 긴장되시죠?]

[앵커]
저희도 이 내용 생중계 하면서 같이 떨리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이제 내용을 좀 짚어보도록 하죠. 북핵 문제에 대해서 여러 가지 질문이 나왔습니다. 외신 질문도 있었고요. 어떻게 입장을 확고하게 밝혔습니까?

[기자]
네, 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와 15일 광복절 경축사, 17일 100일 기자회견까지, 연달아 세 차례 분명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14일엔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을 감안한 듯 미국 측에 책임 있고 냉정한 대응을 주문했습니다.

15일엔 한반도에서의 군사 행동 결정권은 한국에만 있다고 천명했고, 17일 회견에선 이에 더해 미국이 한반도 바깥에서 군사 행동을 하더라도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북미의 초강경 설전 국면에서 말을 아끼다가 나흘간 미국과 북한 등에 단호한 태도를 보인 겁니다.

[문재인 / 대통령 : 설령 미국이 한반도 바깥에서 군사적 행동을 취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남북관계에 긴장을 높이고 그럴 우려가 있을 경우에는 아마 사전에 한국과도 충분히 사전에 협의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것이 한미 동맹의 정신이라고 믿습니다.]

[기자]
다만 북한이 넘지 말아야 할 금지선, 레드라인은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모호성을 유지해야 할 중요 안보 사항을 너무 쉽게 공개한 게 아니냔 우려가 야권 등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또 복지와 경제 분야 이야기를 좀 나눠보죠. 부동산 보유세, 발음을 잘못하시는 분도 있었는데 이른바 문재인 케어, 재원조달 어떻게 할 것이냐 이런 질문들이 나왔죠?

[기자]
한마디로 공론이 모이기 전에 정부가 먼저 추진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부동산의 경우 '미친 전세, 미친 월세'라는 다소 격한 표현을 써가며, 8·2 부동산 대책의 효력을 확신했고요. 그럼에도 집값이 오를 기미가 보이면 주머니에 넣어둔 더 강력한 대책을 꺼내겠다며, 확고한 투기 근절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복지 정책 등의 재원 대책도 꼼꼼히 검토했다며, 산타클로스식 정책 발표는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문재인 / 대통령 : 정부의 여러 가지 정책에 대해서 재원대책 없이 계속해서 무슨 산타클로스 같은 정책만 내놓은 것이 아니냐, 이런 걱정들을 하는데, 하나하나 꼼꼼하게 재원대책을 검토해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전부 설계된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기자]
문 대통령은 정치·외교·안보 분야 등에선 막힘 없이 말했는데 세금 문제에선 시간을 두고 매우 신중하게 답변하는 태도를 보이며 시장에 미칠 파장도 고려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앵커]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부분정치권에 영향을 미칠 부분도 있었습니다. 바로 개헌 이야기인데요. 내년 지방선거 때반드시 개헌을 추진하겠다 이런 것도 밝혔죠?

[기자]
문 대통령 대선 공약인데 내년 개헌 약속에 변함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개헌에 두 가지 방안이 있는데,국회 개헌특위를 통해 국민 여론을 수렴해 추진하거나, 국회에서 안 되면 정부가 개헌특위를 자체적으로 가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대통령 중심제를 바꾸지 못하더라도 지방분권과 국민기본권 강화 등은 반드시 개헌으로 관철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문재인 / 대통령 : 지방분권 개헌, 국민기본권 강화를 위한 개헌 부분은 이미 충분한 공감대가 마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내년 지방선거 시기에 그때까지 합의되는 과제만큼은 반드시 개헌할 것입니다.]

[앵커]
회견 당시 내용을 짚어봤다면 그 이후의 파장을 살펴보죠. 여야에서는 반응을 전혀 다르게 내놓고 있어요.

[기자]
네, 똑같은 기자회견을 봤는데, 이렇게 다를까 싶을 정도로 대비됩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호평을,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국민의당은 혹평했습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어떤 현안도 꿰뚫고 있는 당당한 답변과 허심탄회한 모습으로, 회견의 격을 끌어올렸다고 평가했습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막힘없이 질문하고 대답하는 모습이 이전 정부와 확연히 달랐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너무 실망스러운 자화자찬이었다며, 특히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야 할 대북 레드라인을 직접 언급한 건 부적절했고 국제사회도 놀랐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나친 자화자찬은 곤란하다면서, 인사와 복지정책 재원, 안보 문제 등에 관해 성찰과 회고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형식을 너무 내보이고, 내용과 목표에 대한 실천 방안이 없는 말 잔치였다며, 인기를 의식한 정치 이벤트라고 평가절하했습니다.

[앵커]
이날 포털 사이트에 고마워요 문재인 이런 식으로 검색어가 오르내린 것 가지고도 여야의 공방도 있었는데요. 이 부분에 답한 것이라고 볼 수 있죠, 청와대 측에서요. 특별 기자회견과 별도로 공개한 인터뷰 내용이 있었습니다.

[기자]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실이 만든 '소소한 인터뷰'란 제목의 동영상입니다. 공식 기자회견이 무거운 주제들로 채워졌다면, 문 대통령 개인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뤘습니다.

지난 100일 동안 가장 기뻤던 순간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이었고, 함께 키우는 애완동물들과 산책하거나 뉴스를 보는 때가 행복하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제목대로 좋아하는 음식과 별명, 머리 손질 같은 소소한 일상도 스스럼없이 공개했습니다.

[문재인 / 대통령 : 원래 바깥에 있을 때는 이발하는 게 조금 시간이 잘 없으니까 한번 이발하면 적어도 한 달 반, 심지어는 두 달. 그래서 이제 많이 깎아서 오래 버티는. 그런 식으로 했기 때문에 그때그때 헤어스타일이 달랐을 텐데. 대통령이 되고 나니까 그래도 2주에 한 번씩 전속 이발사가 와서 이발을 해줍니다.]

[앵커]
2주마다 이발을 한다 이렇게 밝히셨는데 취재 뒷얘기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사실 금요일 발표가 있고 나서 저희들이 개인적으로 물어보기도 했었는데 그렇게 청와대가 전화를 잘 안 받나요, 평소 때는?

[기자]
사실 정권 초기라서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는데 수석급 참모진들은 거의 전화를 안 받는다고 보시면 되고요. 청와대 대변인 정도만 주기적으로 기자들 전화를 받고 있습니다.

[앵커]
질문을 드렸던 이유가 여민관을 돌고 나서 실제 직원들을 만났을 때 미안하다 이런 이야기를 했다라고 하더라고요, 전화를 못 받아서요. 여민관이 좀 더웠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기자]
에어컨이 매우 약해서 더웠습니다. 청와대란 공간이 주는 근엄함을 빼고는 일반 회사 사무실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에어컨을 약하게 틀어 무척 더웠고, 사무실은 대부분 협소했습니다. 특히 여민 1관 3층에 있는 문 대통령 집무실은 87제곱미터로 국정운영의 무게감에 비하면 단출했습니다. 일자리 현황을 실시간 알려주는 일자리 상황판을 빼면 특별할 게 없었습니다.

이곳이 권력의 최고 정점이란 인상도 당연히 받지 못했습니다. 문 대통령 사무실 한층 아래가 임종석 비서실장 사무실인데요. 공간적으로 붙어있다 보니 언제든 모든 문제를 신속하게 논의할 수 있다고, 임 실장은 전했습니다.

[임종석 / 비서실장 :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제일 특징 같아요.]

[기자]
문 대통령이 여민관에서 국정을 보다 보니, 청와대 본관 대통령 집무실은 대부분 비어있습니다. 입구부터 2층 집무실까지 빨간 카펫이 깔렸고, 크기도 여민관 집무실의 3∼4배쯤 돼 대통령이 그곳에 있었다면 참모들이 긴장할 법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청와대 취재하는 권민석 기자와 함께 100일 기자회견 자세히 짚어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기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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