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때마다 개명? 새누리당 또 '당명 교체'

위기 때마다 개명? 새누리당 또 '당명 교체'

2017.01.17. 오후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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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때마다 개명? 새누리당 또 '당명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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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또 당명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도부 합의하에 당명을 바꾸기로 결정하고 설 연휴 전후로 공모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민주공화당을 뿌리로 하는 정당이다. 이후 1990년 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은 3당 합당을 통해 새누리당의 전신인 민주자유당을 만들었다. 민주자유당은 다시 신한국당, 한나라당을 거쳐 2012년부터 지금의 '새누리당' 당명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사상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당은 분열됐고, 분위기 쇄신을 위해 당명을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야당도 당명 교체의 역사가 복잡하다. 현 더불어민주당 역시 분당과 합당을 반복해오며 당명 교체를 밥 먹듯이 해왔다. 한국민주당, 민주국민당, 민주당(1955·1991·2005 세 차례), 민주한국당, 신한민주당, 신민주연합당, 새천년민주당, 통합민주당, 민주통합당, 모두 더불어민주당의 과거 이름이다.

잦은 당명 교체 관행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데, 이쯤 되면 정치인들이 당명 교체만으로당의 운명을 바꾸려는 주술적 의미를 담는 것은 아닌지 의심될 정도이다.

미국의 경우 민주당(Democratic Party)과 공화당(Republic party)의 양당 체제가 20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유지되고 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양당 체제는 현재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영국의 보수당(conservative party)과 노동당(Labour Party), 독일 사민당(SPD)도 마찬가지로 당명 교체나 해체 없이 100년이 넘는 세월을 버텨온 정당이다.

아시아는 어떨까? 일본 집권당 자유민주당(自由民主黨)도 60년이 넘게 유지됐으며, 대만의 중국국민당(中國國民黨)과 민주진보당(民主進步黨)도 창당 이래 당명을 이어오고 있다.

국내 정당의 잦은 당명 교체는 그만큼 우리나라 정당 정체성이 희박하며, 민주주의 역사가 짧고 당 내부를 관통하는 철학이 불분명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지난해 칼럼에서 "한국은 매번 새 옷을 고르는 듯한 모습으로 당명을 교체하고 상징 색을 바꾼다"고 비판했다.

새로운 마음으로 새 뜻을 가지겠다는 각오가 '당명 교체', '로고 교체'와 같은 손쉬운 방법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 이름 바꾸기는 본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정치 환멸에 빠진 국민들을 더욱 조소하게 만들 뿐이다. 지금은 일시적 분위기 쇄신이 아닌 정치권에 뿌리 깊게 박힌 정경유착과 비리 타파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YTN PLUS 정윤주 모바일 PD
(younju@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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