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정치분석] 지하철 1호선은 가난철, 9호선은 부자철

[데이터정치분석] 지하철 1호선은 가난철, 9호선은 부자철

2016.10.21. 오후 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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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정치분석] 지하철 1호선은 가난철, 9호선은 부자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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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정치분석] 지하철 1호선은 가난철, 9호선은 부자철

- 19대 총선 새누리당 과반 이상 확보, 지하철 9호선이 숨은 공신
- 지하철 9호선 라인 개통 후 20대 총선 새누리당 승리
- 지하철 1호선은 가난철, 9호선은 부자철
- 美 대공황 시절, 주택 대출로 유색인종 몰아내는 ‘불평등 지도’ 작성
- 서울 지하철 9호선 라인 외에 정치적 파장은 경전철 개통 구간


[YTN 라디오 ‘최영일의 뉴스 정면승부’]
■ 방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6년 10월 21일 (금요일)
■ 대담 : 이규창 디지털 콘텐츠 전문가


◇ 앵커 최영일 시사평론가(이하 최영일)> 콘텐츠와 데이터로 정치를 분석해 보는 시간, <데이터 정치 분석>입니다. 디지털 콘텐츠 전문가인 이규창 기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십니까?

◆ 이규창 디지털 콘텐츠 전문가(이하 이규창)> 네, 안녕하세요.

◇ 최영일> 오늘은 지난주에 못다 한 ‘지도와 정치’ 이야기 계속 이어가 보죠. 선거가 일종의 땅따먹기라 지도가 중요하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런 지도를 잘 분석해서 선거에서 이겼다는 말씀 해주셨는데요, 우리나라 선거에도 이렇게 지도를 활용한 사례가 있다고요?

◆ 이규창> 2012년 19대 총선입니다. 민주통합당이 통합진보당과 야권 단일화를 이뤄서 거의 모든 선거구에서 새누리당과 1대1 대결 구도를 만들었습니다. 경제민주화, 무상복지, 민간인 불법사찰 등 여러 상황이나 이슈가 여권에 불리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 확보했습니다. 이걸 두고 유권자 연령층이 높아져서 그렇다거나 여러 해석이 나왔는데, 지도를 분석해보면 새누리당의 승리 숨은 공신은 지하철 9호선이었습니다.

◇ 최영일> 이게 웬 뜬금없는 소리인가 싶은데요. 지하철 9호선이 선거와 무슨 관계라는 거죠?

◆ 이규창> 그냥 지도가 아니고 유권자 지도입니다. 각 정당별 지지자들의 거주지와 소득, 자산 등을 지리정보와 결합해서 분석을 해보니까,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사람과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주거지를 구분할 수 있는 두드러지는 기준이 나타납니다. 아파트 중에서도 6억 원대 이상 가격의 아파트 거주자는 보수정당 투표할 가능성이 높고, 2억 원대 이하 아파트는 진보정당에 투표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 최영일> 그게 얼마나 정확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유효한 데이터라면 이해는 됩니다. 아무래도 자산이 많고 부유한 사람들이 보수적 성향을 보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아파트 가격을 이야기하신 걸 보니 지하철 9호선과 아파트 가격의 관계가 키가 되겠군요?

◆ 이규창> 맞습니다. 선거의 전체 판도는 서울/수도권에서 결정됩니다. 그래서 서울 시내의 2억 원대 이하 아파트와 6억 원대 이상 아파트 분포를 지도 위에서 보면 6억 원대 이상 아파트는 강남지역에 밀집해있고 그 범위가 서울 중심을 거쳐 한강변을 따라 좌우로 길게 늘려가는 모습입니다. 반면 2억 원대 아파트는 하늘 위에서 내려다본다고 생각할 때 오른쪽 위, 왼쪽 아래쪽에 주로 모여 있고 외곽에 치우쳐있습니다. 이 지역들은 선거 때 이슈에 좌우되기보다 특정 정당 지지성향이 뚜렷합니다. 9호선이 지나가는 경로에 경합 선거구들이 있는데요. 개통 후 역 주변 아파트 가격이 상승했고 그 후 치른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경합지에서 대부분 승리를 거둔 것으로 보입니다.

◇ 최영일> 지하철 9호선의 개통이 유권자 지도에 변화를 가져왔고 이게 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인 건데요, 우연이 아닐까요?

◆ 이규창> 일단 9호선 라인이 돈이 됩니다. 이건 기업들이 잘 알고 있습니다. 총각네 야채가게, 대형 유통업체들과 경쟁해서 매장 수를 늘리며 성장한 과정을 보니 9호선 라인, 6억 원대 아파트 밀집지와 매장 분포가 일치합니다. 싸게 파는 것보다 고급 소비자를 노린 전략입니다. 비슷한 예가 많습니다. 실제로 그 노선을 이용하는 분들은 이런 구분을 싫어하겠지만 지하철 1호선과 9호선은 속된 별명으로 ‘가난철’과 ‘부자철’로 대비됩니다. 모든 시민들이 이용하기 위한 시설이니까 이런 구분이 적합하지 않을 수 있으나, 왜 이런 인상을 줄까요. 지하철 지나가는 구간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김포공항에서 목동, 여의도, 강남, 잠실을 관통하는 구간입니다. ‘부자철’을 의도한 게 아니겠지만, 더더욱 총선 영향까지 고려한 건 더더욱 아니겠지만, 우연이라 치고, 지하철 9호선 개통 초기에 재미있는 우연 하나 더 있었습니다.

◇ 최영일> 9호선 개통 초기에 뭔가 미심쩍은 일이 또 있었나요?

◆ 이규창> 만약 9호선을 처음부터 부자철로 만들 계획이었다면 다른 노선, 특히 부자들이 기피할만한 노선과 환승을 덜 하게 만들고 싶지 않을까요. 특히 1호선입니다. 실제로는 9호선과 1호선이 노량진역에서 만나 환승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9호선 개통 초기에는 노선도만 보면 마치 환승이 안 되는 것처럼 9호선 노량진역과 1호선 노량진역을 분리해서 표시했습니다. 다른 노선과 다르게 환승할 때 카드를 한 번 더 찍고 게이트를 통과해야 합니다. 이제는 시민들이 적응해서 아무렇지 않지만, 처음에는 왜 이렇게 환승하기 어렵게 만들었냐는 불만 상당했습니다. 물론, 우연일 뿐입니다.

◇ 최영일> 우연이겠지만, 만약 유권자 지도를 잘 분석할 줄 안다면 선거에 유리하게끔 재개발을 해서 아파트를 짓는다거나, 이런 식으로 악용할 수도 있겠다는 우려도 드는데요. 혹시 이런 사례는 없었나요?

◆ 이규창> 실제로 미국에서 비슷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1930년대 대공황 시절에 정부가 만든 주택소유자대부공사(HOLC)는 은행에서 부실한 모기지 대출을 사들여서 가계부채 구조조정을 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당시 전체 미국 가정이 주택담보로 빌린 대출 중에서 16%를 이 기관이 구제할 만큼 영향력이 크고 중요한 일을 했던 기관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밝혀진 사실은, 이 기관이 주택 대출을 좌우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니까, 그걸 이용해서 유색인종들을 도시 외곽으로 몰아냈습니다. 1939년 이 기관이 만든 지도가 훗날 공개돼서 파장을 일으켰는데요. 도시의 지도에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녹색, 흰색, 이렇게 색깔로 부자 백인 거주지와 가난한 백인 거주지, 유색인종 거주지를 구분해서 대출 심사 등을 통해 실제로 그들이 이동하게끔 작업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래서 이 지도를 ‘불평등의 지도’라고 부릅니다.

◇ 최영일> 그럼 혹시 지하철 9호선처럼 다가올 선거에서 유권자 지도에 영향을 줄 만한 요소를 예상해 볼 수 있을까?

◆ 이규창> 2억 원대 이하 아파트 밀집지와 6억 원대 이상 아파트 밀집지를 빼고 보면 서울의 경합 선거구들이 드러납니다. 은평, 강서, 영등포, 구로, 금천, 관악구 등 각 구별 경계지역. 강북, 노원, 중량, 강동, 송파, 강남의 구별 경계지역. 이어보면 11자 라인이 되는 지역입니다. 이 구간을 관통하면서 사람들의 이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무언가가 등장한다면 선거 판세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찾아보니 아직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경전철’ 구간이 상당히 겹칩니다. 만약 경전철이 개통된다면 그 이후 선거와 직전 선거를 비교해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 분석해볼 수 있을 겁니다.

◇ 최영일>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이규창> 네, 감사합니다.

◇ 최영일> 지금까지 이규창 디지털 콘텐츠 전문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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