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총리, 취임 60여 일만에 사의 표명

이완구 총리, 취임 60여 일만에 사의 표명

2015.04.21. 오전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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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박근혜 대통령은 이완구 국무총리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 매우 안타깝고 또 총리의 고뇌를 느낀다고 말을 했죠. 심야에 전격 사의를 표명한 이후 앞으로 정국에 미칠 파장을 김웅래 기자와 함께 자세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전해드렸습니다마는 이완구 총리의 전격적인 사의 표명, 이 소식부터 간단하게 정리를 해 볼까요?

[기자]
어제 오후부터 사실 분위기는 심상치가 않았습니다. 정치부 기자들이 총리 사퇴가 가장 큰 뉴스이기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총리의 측근들과 계속 연락을 취해 왔고요. 그러다가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서는 이러다가 밤에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하는 것 아니냐라는 우려 섞인 그런 전망도 나왔었습니다.

저 역시 어젯밤에도 계속 이완구 총리 측근과 계속 연락을 취했고요. 제가 밤 11시 30분을 좀 넘어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연락을 받았고, 중남미 순방 중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고 그리고 어떤 식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조만간 공식적으로 사의를 표명할 것이라는 소식을 받았고요. 그다음에 이런저런 확인절차를 거쳐서 저희가 자정을 넘겨서, 밤 새벽 0시를 넘어서 속보를 통해서 전해드린 겁니다.

이완구 총리는 그동안 주변인사들한테 사의표명을 꾸준히 해 왔습니다. 공식적으로 대통령한테 사의를 표명했던 적은 없었지만 주변 인사들한테는 사실상 총리직을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자리에 앉아 있어봐야 의미가 없다라는 뉘앙스의 의중을 계속 내비쳐 왔고요.

그리고 대통령의 국정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컸고 그리고 한 나라의 국무총리로서 대통령의 당부를 어길 수는 없다라는 이런 판단으로 계속 버텨왔던 거죠. 그러다가 여권이 갑자기 자진사퇴쪽으로 기류가 갑자기 틀어지면서 어제 긴급하게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런 가운데 중남미를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도 반응을 보였죠?

[기자]
그렇습니다. 일단 소식이 전해졌을 때가 페루 대통령과 정상회담 중이었습니다. 그래서 즉각적인 반응을 청와대에서는 내놓지를 못했습니다. 뉴스속보를 통해서 전해졌을 때 일단 청와대 관계자, 그러니까 수행단쪽에서는 일단 사실은 맞다, 사의표명한 것은 맞지만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을 수는 없다, 그 이유가 정상회담 중이었기 때문이었거든요.

이후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조금 전에 뉴스로 전해드렸지만 매우 안타깝다 그리고 이번 결정에 총리의 고뇌가 느껴진다라고 짤막하게 대통령이 직접 했고요. 이어서 총리가 사퇴한다고 해서 국정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라고 하면서 이번 사태로 인해서 국론이 분열되거나 경제살리기의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되기 때문에 내각과 청와대 비서실이 각별히 국정을 챙겨달라, 이렇게 당부를 했습니다. 그리고 검찰과 국회에도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는데요.

일단 검찰은 이번 사안은 단순히 비리 의혹 사건이 아니라 정치개혁 차원에서 접근을 해야 한다. 그래서 정치개혁 차원에서 확실하게 의혹이 남지 않도록 수사를 해라라고 지시를 했고요.
그리고 국회에 대해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서 지금 경제살리기 현안들이, 법안들이 아주 산적해 있는데 경제살리기 입법 절차에 박차를 가해 달라, 이런 당부의 말도 곁들였습니다.

[앵커]
앞서 김웅래 기자가 얘기했듯이 어제 오후에도 총리실 주변에는 사의를 표명하지 않겠느냐, 이런 기류가 흘렀다고 얘기를 했습니다마는 사실 그 전 날 19일 4. 19 기념식에 참석해서 이 총리가 국정을 챙기겠다고 말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다가 오늘 새벽에 어떻게 보면 그 기류가 사전에 흘렀다고 하더라도 전격적으로 발표가 된 것인데. 이렇게 된 데에는 어떤 배경이 있을까요?

[기자]
우선 여당 내부, 여권 내부의 흐름을 잘 볼 필요가 있는데요. 다음 주면 재보선이지 않습니까? 재보선이 4곳에서 치러지는데 3곳이 수도권입니다. 그리고 1곳이 광주고요. 사실 여권 내부에서는 잘 만 하면 예상밖의 승리를 거둘 수도 있겠다라는 기대감도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성완종 파문 사태가 불거지면서 분위기는 급반전 됐고요. 그러다가 전패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그 이유가 왜 그러냐면 지방과는 달리 수도권 같은 경우에는 이런 정치현안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지역 같은 경우에는 저희가 자주 지역 의원들과 접촉 기회가 많으니까 얘기를 들어보면 지역 같은 경우에 잘못했다라는 지적은 많습니다. 이번에 이완구 총리가 왜 이렇게 말을 바꾸느냐, 진짜 받은 것이 아니냐, 이런 지적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여당의 대처도 너무 느슨한 것 아니냐, 이런 지적도 많지만 그게 곧바로 표심으로 연결되지는 않거든요. 하지만 수도권은 곧바로 표심으로 연결 됩니다.

그러니까 여당이 잘못한다고 그러면 그 표가 자칫 야당 표로 옮겨갈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사실 여당 내부에서는 수도권 의원들 중심으로 위기감이 아주 크게 확산이 돼 있었습니다.
그래서 연일 수도권 초재선 의원들 중심으로 의총소진요구서도 내고 별도로 의원들이 자진사퇴를 계속 촉구해 왔고요. 그런 위기감이 계속 확산되어 오다가 주말에 그것에 대해서 분출을 했고요.

어제 선거구인 관악을에서 현장최고위원회의가 있었거든요. 현장최고위원회의가 하루라도 빨리 이 총리가 자진사퇴를 해야 한다고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그러니까 어제 사실상 당의 입장은 당론까지는 아니지만 당의 최고지도부회의가 최고위원회의인데 이 회의에서 이 총리가 자진사퇴쪽으로 확실하게 가닥이 잡힌 거죠. 그리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직접 청와대와 이완구 국무총리에게 직접 이런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을 해서 이완구 총리 본인도 더 이상 친정인 새누리당인 여당도 등을 돌리는 상황에서 더 이상은 자리를 지킬 수 없다라고 판단을 한 것 같고요. 그리고 아시겠지만 페루랑 우리나라랑 14시간의 시차가 있거든요. 그래서 이완구 총리가 결심을 했더라도 사의표명은 대통령한테 직접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시차를 고려해서 심야에 긴박하게 사의표명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앵커]
그렇다면 청와대가 앞으로 사표를 수리할 것이라고 관측이 되시나요, 어떻게 보시나요?

[기자]
저번 문창극 후보자의 사표 경우를 한번 살펴보면 그때도 중아시아 순방 중이셨습니다. 한창 논란이 있었을 때 박근혜 대통령이 순방 중에 있었고 그때도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낼 줄 알았는데 안 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분석해 보고 해석이 나왔지만 그 이유가 문창극 후보자에게 자진사퇴 기회를 줬던 거거든요.

이번에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세월호 참사 1주기였던 4월 16일이었죠. 그때 세월호 참사 관련 행사를 모두 마치고 박근혜 대통령이 곧바로 순방길에 오를 계획이었는데 갑자기 일정을 틀었습니다. 그리고 왜 비행기 시간을 늦췄을까, 기자들 사이에서는 말이 많았거든요. 서울에서 일정이 있다고는 하는데 이게 무슨 일정일까? 알고 보니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긴급 만났던 겁니다. 긴급회동 형식으로 독대를 했고요. 40분 동안 독대를 했는데 결론을 아주 짤막했습니다. 순방 이후에 본인이 직접 결정하겠다, 대통령이. 그런 거였거든요.

대통령이 인사권자니까 일단 내가 알아서 판단을 내려서 적절하게 조치를 하겠다라는 해석이 우세했지만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이 총리한테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는, 명예롭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자진사퇴 형식의 기회를 줬던 것 아니냐, 이런 해석이 나오고 있고요. 이런 해석은 기자들뿐만 아니라 지금 현지 순방수행단에서도 이런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사실상 대통령이 총리한테 자진사퇴의 기회를 주고 그리고 그런 분위기를 봤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기회를 줬다라고 본다면 27일 대통령이 귀국하자마자 국정공백이 있어서는 안 되거든요. 하루라도 빨리 사표를 수리하고 곧바로 후임총리 인선작업에 들어가지 않겠느냐라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앵커]
저희들이 앞서서도 페루 현지 연결해서 이완구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이후에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을 전해드렸는데 여기에서도 총리의 고뇌가 느껴진다, 이러한 표현이 담긴 걸 봐서 이완구 총리에 대한 일종의 예우, 이런 부분들을 고려했던 것 같습니다.

[기자]
총리가 총리가 되는 과정도 순탄치가 않았지 않습니까. 그래도 그 과정에서 어쨌든 대통령은 끝까지 이완구 총리를 고집을 했고요. 그리고 총리가 됐고 나름 60여일 동안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인사청문회 이후에는 크게 문제가 된 일이 없었기 때문에 총리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부패와의 척결을 총리한테 전권을 줄 만큼 총리를 믿었고요.

그런 만큼 이제는 야권에서는 식물총리다, 비리총리다 극단적인 표현까지 써 가면서 총리가 사실상 무력화된 상황인데 총리가 더 이상 자리를 지킬 수 없다라는 점은 대통령도 인정은 하지만 적어도 가는 길 만큼은 자진사퇴 형식으로 가겠다, 보내주겠다라는 의중이 담긴 게 아닐까. 이렇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다음 주가 선거입니다. 이번 사태에 정치권이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게 당연한 데요. 어젯밤 정치권도 곧바로 반응을 내놨죠?

[기자]
사실 나서서 반응을 내놨다기보다 기자들이 전화를 하면 구두논평형식으로 반응을 내는 형식인데. 일단 먼저 새누리당 같은 경우에는 조금 전에 여권 기류를 전해드렸지만 안도하는 것이죠. 재보선이 다음 주인데 재보선을 앞두고 계속 총리가 자리를 지키면 민심이 계속 이반이 되고 불안했는데 어쨌든 하루라도 빨리 매듭이 지어져서 다행이다. 그리고 이제는 이게 매듭이 지어졌으니까 이것 핑계로 정쟁하지 말고 경제살리기 입법이나 그리고 공무원연금 개혁 같은 개혁 과제들을 충실하게 이행을 하자라는 게 새누리당의 공식 반응이고요.

야당은 늦었지만 다행이다라는 겁니다. 그래서 사실 오늘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의원총회가 예정돼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총리 해임건의안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 당론을 정할 예정이었는데 어제 입장을 보면 사실상 사퇴를 했기 때문에 해임건의안은 무의미한 것 같다라는 입장까지 내놨거든요. 그러면서도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총리가 혹시라도 오해살만한 증거인멸이나 이런 오해 살 만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되고 검찰조사에 성실이 임하라, 이런 경고의 메시지도 담았습니다.

[앵커]
짧게 여쭤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선거판세는 어떻게 될까요?

[기자]
아무래도 새누리당에서는 그렇게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수도권 같은 경우에 성남을 빼고는 전부 다 위기감에 젖어 있고요. 광주는 말할 것도 없고요.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결단을 내렸고 그 결단 과정에서 당이 주도적으로 움직이지 않았습니까? 당이 주도적으로 움직여서 총리의 자진사퇴를 이끌어냈기 때문에 이번 총리의 자진사퇴가 재보선 판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이렇게 기대를 하고 있고요.

야당 같은 경우에는 여전히 자진사퇴, 그러니까 역대 총리 중에서 비리 혐의로 자진사퇴한 총리가 있었느냐라면서 정권심판론을 앞세워서 아마도 지금의 판세를 끌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이완구 총리의 사의 표명과 이것이 향후 정국에 미치는 영향은 향후 논의가 될 것 같은데요. 저희가 이어지는 뉴스에서 이 문제는 계속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정치부의 김웅래 기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고맙습니다.

[앵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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