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단청에 화학접착제·인화성 물질 발라

숭례문 단청에 화학접착제·인화성 물질 발라

2014.05.15. 오후 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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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감사원이 숭례문을 포함해 문화재 보수관리 실태 전반에 대해 감사한 결과, 관리 실태가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숭례문 단청작업에는 화학접착제가 사용됐고, 불에 붙기 쉬운 물질을 덧씌워 화재위험성만 높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취재기자를 연결합니다. 신현준 기자!

먼저 숭례문 복구사업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적발됐죠?

[기자]

숭례문은 복구 5개월 만에 단청이 벗겨지면서 부실시공 의혹이 제기됐는데요.

감사원이 지난해 12월부터 석달 동안 숭례문을 포함한 문화재 보수.관리 전반에 대해 특정감사를 벌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복구사업은 출발부터 문제였습니다.

전통기법을 재현하고 시공하는데 걸리는 기간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일반 공사보다 1~2년 많은 5년으로 공기를 설정했습니다.

또 짧은 공기를 맞추다 보니, 검증되지 않은 단청 기법을 채택하고 현대철물을 사용하는 등 복구원칙이 훼손되고 부실시공이 초래됐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입니다.

특히 단청장이 전통단청 재현에 실패하자 화학접착제를 아교에 몰래 섞어 사용해 박락, 즉 단청이 벗겨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런 박락현상은 현판 주변의 처마와 서까래 부분에서 가장 심했는데요.

감사원은 단청이 벗겨진 이유가 아교와 화학접착제의 장력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단청장은 값싼 화학접착제를 사용해 3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사실도 적발됐습니다.

또 단청에 물이 닿은 뒤 얼룩이 생기자 충분한 연구도 없이 인화성이 강한 테레빈유를 동유에 섞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불에 타 없어진 숭례문을 복원하면서 또 다시 화재위험성이 높은 재료를 사용한 것입니다.

기와도 문제였습니다.

화재 전에 있던 전통 기와가 아니라 크기가 작은 현대식 KS기와를 임의로 변경해 시공했습니다.

또 조선 중기 이후 높아진 지반을 모두 걷어내고 복원을 하기로 해 놓고 시공편의를 위해 일부만 제거해 당초 계획보다 최고 30cm 가까이 지반이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감사원은 그러나 소나무 바꿔치기나 기증목 유용 등은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감사 범위에서 제외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논란이 됐던 목재 균열은 지난해 11월 숭례문 종합점검단의 자체점검결과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돼 감사에서 제외됐고 숭례문 기와의 동파 가능성은 실험결과 한국산업표준 기준을 충족했습니다.

감사원은 단청공사와 지반복원 공사를 부실하게 한 숭례문 복구단장 등 5명에 대해서 징계를 요청하고 단청과 지반, 기와에 대해서는 철저한 고증을 거쳐 재시공하라고 통보했습니다.

[앵커]

독립문이나 첨성대 같은 다른 문화재 역시 관리가 허술했다고요?

[기자]

부실 복구와 부실 시공현상은 다른 문화재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서대문구가 지난해 독립문에 녹물과 백화현상 등이 나타나 보존처리 공사를 맡겼는데 오염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았는데 준공처리를 해줬습니다.

더구나 공사를 맡긴 업체는 무자격업체였습니다.

경주 첨성대의 경우에는 현재 상단부가 20cm 이상 기울었고 매년 1mm 씩 기울고 있는데도 원인 파악을 위한 조사조차 실시하지 않고 방치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감사원은 조사결과 실제 보수와 정비가 필요한 문화재에는 보수예산의 23%만 사용되고 나머지는 화장실 개축이나 배수로 정비 등 주변정비공사 위주로 지원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보물 1211호 반야바라밀다심경략소는 곰팡이가 피어 보존처리가 필요한데도 지자체의 신청이 없어 방치됐고 앞마당 석축 복구에는 12억 원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해외에서 환수한 문화재 관리도 엉망이었습니다.

지난 2005년 10월 독일에서 반환 받은 '겸재 정선 화첩'은 당시 역사적, 예술적 가치를 높게 평가받았지만 10년 가까이 국보나 보물 등으로 지정 검토조차 안됐습니다.

감사원은 해외에서 반환된 문화재 4천7백여 점 가운데 4천6백여 점은 문화재 지정조차 검토되지 않고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금까지 감사원에서 YTN 신현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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