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훈련병, 울면서 살려 달라고 했지만...

자살 훈련병, 울면서 살려 달라고 했지만...

2011.05.30. 오후 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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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지난 2월 육군 논산훈련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훈련병이 중이염을 호소하며 상급 병원 진료를 요청했지만 묵살 당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군은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섰습니다.

고한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2월 27일 육군 논산훈련소에서 20살 정 모 훈련병이 중이염으로 고통스럽다는 내용의 편지를 남기고, 스스로 목을 매 숨졌습니다.

당시 군은 외부 치료 6번을 포함해 10여 차례에 걸쳐 치료에 성의를 다했다고 밝혔지만,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는 달랐습니다.

인권위 조사 결과, 정 훈련병은 숨지기 열흘 전 훈련소 병원을 찾아 부대 밖 상급 병원 진료를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군의관은 "현재 증상으로는 필요없다"며 거부했고, 재차 애원하는 정 훈련병을 진료실 밖으로 쫓아내기까지 했습니다.

정 훈련병의 옷에서는, "당시 복도에 있던 간호장교에게 울면서 살려달라고 했지만 묵살됐다"고 적은 쪽지가 발견됐습니다.

정 훈련병은 이후 꾀병환자로 낙인이 찍혔고, 목숨을 끊기 하루 전에는 다른 훈련병들 앞에서 소대장에게 욕설을 듣기까지 했습니다.

[인터뷰:숨진 정 모 훈련병 아버지 (2월 28일 인터뷰)]
"꾀병이라고 하고 쉽게 말하면 인간적인 모독과 정신 고통이 누적돼 가지고 죽음으로 몰아 넣지 않았겠나 그리 됐다고 저는 간주합니다."

군은 병사들의 진료 체계를 개선하겠다며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섰습니다.

김상기 육군참모 총장은 군 의료요원들이 '꾀병도 병'이라는 생각으로 환자의 마음까지 치유할 수 있는 자세를 가져달라고 말했습니다.

인권위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리책임자 징계와 재발 방지를 위한 세부계획 등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지만, 이미 20살 젊은이는 세상을 떠났고, 유가족들은 씻지 못할 상처를 입었습니다.

YTN 고한석[hsgo@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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