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스토리 14화. "친엄마도 이런 모습일까요?"…'한국 어머니' 그리는 입양인 화가 이은주

글로벌 코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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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06. 오전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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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이은주입니다. 저는 한국 사람입니다. 보르도에 살아요. 53살입니다."

8살 때 프랑스로 입양 …조각조각 흩어진 한국에서의 기억

[이은주 / 프랑스 한인 입양인 : 저는 7살 되던 해 극장에 버려졌어요. 서울 종로3가 쪽이었죠. 경찰이 발견한 뒤 고아원에 넘겼고 그곳에서 1년 정도 머물렀어요. 서류상 기록으로는 광주에서 삼촌 두 명, 고모 한 명, 그리고 조카들과 함께 살았다고 해요. 어느 날 할머니 댁에 간다고 저를 서울로 데리고 왔다고 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집을 다시 찾지 못하게 하려고 광주에서 서울까지 데리고 올라왔던 게 아닐까 싶어요. 친아버지는 살아 계셨어요. 저를 보러 친어머니가 아닌 다른 여자가 찾아온 기억이 나요. 둘 사이에는 아이도 있었죠. 그런데 친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어요.]

행복했던 프랑스에서의 삶 아이 낳고 커진 '뿌리에 대한 그리움'

[이은주 / 프랑스 한인 입양인 : 프랑스에서의 삶은 좋았어요. 남편과 아이 둘과 함께 지금도 더는 바랄 것이 없죠. 프랑스에 살면서 공부도 할 수 있었고 여행도 다닐 수 있었어요. 한국에 살았다면 이런 기회가 없었을지도 모르죠. 제가 가지지 못했던 어릴 적 추억을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가고 있어요. 아이들과 사이도 정말 가깝죠. 결혼을 하고 첫째 딸을 임신했을 때 한국에 돌아가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어요. 한국에 3개월 동안 머물게 됐는데 그때 이곳도 내 집이구나 하는 마음을 처음 느꼈던 것 같아요. 처음으로 여기도 내 나라라고 생각한 거죠. 한국에서 말하는 법을 배웠고, 첫걸음마도 이곳에서 뗐을 테니까요. 한국에서 음식을 먹을 때마다 몸이 그 기억을 떠올려요. '알고 있는 맛인데' 싶은 거죠. 어찌 보면 제 인생 중 처음 8년은 구멍이 난 상태인 것 같아요. 제가 어떤 아이였는지 말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요.]

삶의 공허함 달래준 그림 '한국 어머니' 그리는 입양인 화가

[이은주 / 프랑스 한인 입양인 : 제게 어머니를 그린다는 것은 가져보지 못한 대상을 새로 만드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그리는 여자 그림은 거의 포근하고 자상한 느낌인데 어머니 이미지와 연관이 깊죠. 지금은 한국 어머니들을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아이를 업고 있는 어머니 모습이죠. 한국 어머니들의 저런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뭉클했는데 저 역시 어떤 여성분이 저를 업었던 기억이 나요. 제 작업은 뜻하지 않더라도 한국과 관련된 부분이 많죠. 그림을 그릴 때만큼은 잠재적 무의식이 캔버스에 표현되는 것 같아요.]

20년 넘게 불러보는 친가족 "당신을 원망하지 않아요"

[이은주 / 프랑스 한인 입양인 : 프랑스에서의 삶이 좋다고 해도 어딘가가 부족한 감정은 계속 남아 있을 거예요. 평생 안고 가야 할 상처인 거죠. 이후로도 한국을 자주 찾았던 이유는 친가족 찾기를 멈추고 싶지 않아서였어요. 그렇게 가족을 찾기 시작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 아무런 소득은 없어요. 어쩌면 친가족이 찾기 원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친가족을 한 번도 미워한 적이 없어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거라고, 키울 수 없는 사정이 다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요. 그 시절에는 그 방법밖에 없으니 그런 선택을 하셨을 거예요. (울음) 저를 보고 있는 가족이 있다면 꼭 연락 주세요. 저를 버렸다고 부끄러워 마세요.]

"가족의 연락을 간절히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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