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71주년 기획] 우리가 기억해야 할 영웅들의 마지막 인사

글로벌 코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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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7. 오전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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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이 성성한 노신사가 반갑게 맞이합니다.

메달과 사진들이 가득한 이 집의 주인은, 올해 88세가 된 한국전 참전용사 빌 케네디 씨.

70년 전 한국 땅에서 겪었던 전쟁은 인생에서 가장 큰 사건으로 남아있습니다.

빌 씨의 몸 곳곳에도 당시 힘들었던 전쟁의 잔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빌 케네디 / 참전용사 : 중공군이 몰려왔을 때 저는 어깨에 총상을 입어서 쓰러졌어요. 근데 그전에 제 사촌이 준 메달이 있었는데 그게 절 살렸어요. 메달에 맞은 총알이 튕겨서 어깨 쪽으로 비껴갔기 때문이에요.]

다행히 헬리콥터가 빌 씨를 구해 바로 병원에 갈 수 있었지만, 무려 넉 달 넘게 병원 신세를 지다가 결국, 전쟁터로 돌아가지 않고 미국으로 귀환하게 됐습니다.

[빌 케네디 / 참전용사 : 너무 많은 전투가 있었고 친구들을 너무 많이 잃었어요. 그들 모두 어렸죠. 18살, 19살, 20살 다들 너무 어렸어요.]

스무 살 남짓 그 어린 나이에 총을 다루는 법부터 배워가며 전쟁을 치른 후유증은 제법 길었습니다.

아내는 결혼 후에야 빌 씨의 참전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요.

[조이스 케네디 / 아내 : 한번은 워싱턴으로 여행을 갔는데 한국전 기념비에 갔을 때 남편이 갑자기 울기 시작했어요. 제가 왜 우느냐고 묻자 그제야 남편이 저건 진짜 있었던 일이고, 나도 참전했다고 했어요. 예전에 남편이 자다가 제 머리를 누르면서 '그들이 와! 엎드려! 엎드려!'라고 하고는 아침에 일어나니 기억하지 못한 적이 있는데, 그게 어떤 일을 겪었기 (전쟁 트라우마) 때문인지 그제야 깨달았어요.]

빌 씨뿐 아니라 많은 퇴역 병사들이 전쟁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일종의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