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스토리 1화. 내 이름은 정진태

글로벌 코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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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1. 오전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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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태 / 벨기에 한인 입양인]
안녕하세요. 제 공식 이름은 기숙 로엔스입니다. 얼마 전 진짜 이름이 정진태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저는 3살 때 벨기에로 입양된 한인 입양인입니다. 최근에 DNA 검사를 통해 한국 가족을 찾았습니다. 제겐 아직 살아 계시는 친어머니와 첫째 형, 둘째 형이 있습니다.

가족과 재회했다는 것은 놀랍고 엄청난 일이에요. 굉장한 일이죠. 어머니와 형은 한국에서 저를 아주 반갑게 맞이해 주셨고 덕분에 저는 가족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어요.

저는 가족을 찾지 않았었는데 왜냐하면 버려졌단 생각을 하며 자랐거든요. 저에게 가족을 찾고 유전자(DNA) 검사를 하라고 했던 건 친구들과 부인이었어요. 그리고 제 입양 서류를 확인했는데 정보가 많지 않아서 입양인을 도와주는 단체 측에선 제가 미아가 됐거나 유괴된 것 같다 하더라고요. 그 순간 제 머릿속은 이미 큰 충격이었어요.

그래서 첫 한국 여행을 하게 됐고 서울에 있는 경찰서에서 유전자 검사를 했어요. 하지만 이 검사는 로또와 같아서 아무런 결과가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내는 이 검사로 무슨 일이 일어날 거라는 것을 느꼈다고 해요. 그리고 아내 말이 맞았죠. 2020년 3월 13일에 경찰서에서 온 메일을 하나 받았어요. 99.99% 제 DNA와 일치하는 가족을 찾았다고요.

굉장히 혼란스러웠어요. 그때 저는 친모와 친형이 50년 동안 희망을 버리지 않고 계속해서 저를 찾고 있었다는 사실과 어머니가 2007년과 2017년에 이미 두 차례 DNA 검사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제가 한국 경찰에게 메일을 받기 며칠 전에도 제 소식을 확인하러 경찰서에 가셨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정말 놀라운 일이었어요.

친부는 10년 전에 돌아가셨대요. 아마도 제가 가족과 헤어지게 된 데에는 아버지 잘못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큰 형이 아버지를 원망했고 형이 결혼할 때 아버지에게 자리를 내 드리고 싶지 않았었대요. 형은 줄곧 아버지에게 저를 먼저 찾아야 한다고 말했고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두 분은 서로 말하지 않았대요. 그런데 이제는 다 함께 아버지 산소에 가서 묵념도 해요. 형은 지난 일에 대해 아버지를 용서했다고 하세요. 이제는 저를 다시 찾았으니까요. 한번은 형이 아버지를 용서하겠느냐고 물었는데, 저는 아버지에게 그 어떤… 원망도 없다고 말했어요. 아버지를 알지 못한 채 벨기에에서 또 다른 삶을 살았고 사랑으로 감싸줬던 입양가족도 있었으니까요.

어머니가 계시는 울산에 지냈는데요. 전주 근처에 사는 둘째 형도 몇 주간 머물렀어요. 가족이 모두 모여 정말로 행복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었죠. 그래서 울산을 함께 구경하고 함께 식사도 했어요. 한국에 있는 모든 음식을 다 먹은 것 같았어요. 정말 많이 먹었어요. 몸무게가 4, 5 kg는 찐 것 같아요. 그때 순간들은 제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시간이었어요. 마법 같은 순간이었죠. 가족들은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기 위해 많은 것을 했어요. 지난 50년을 며칠 만에 따라잡고 싶었나 봐요. 한국 가족들이 정말 고마워요. 함께 꿈같은 시간을 보냈죠.

[크리스텔 바네스트 / 아내]
끝까지 저를 며느리로, 딸로 받아주셔서 너무 행복해요.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사랑을 주셨죠. 잘 해주실 거라 예상했지만, 그보다도 훨씬 큰 사랑이었어요.

[정진태 / 벨기에 한인 입양인]
자녀를 찾고 있는 친가족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요. 저는 이번에 여러 이야기를 들으면서 입양아 중에 유괴됐거나 미아가 됐던 아이들도 있었고 입양 보낸 자녀를 되찾고 싶어 하는 엄마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입양인들에게도 용기가 필요해요. 한국 분들이 전 세계에 여러분의 가족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한국에 사는 한국 분들이 우리를 잊지 않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