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세계 일주를 꿈꾸는 양봉가

동이 트자마자 서둘러 집을 나서는 한 남자!

오토바이를 타고, 시원하게 달려갑니다.

[이순기 / 세계 일주 꿈꾸는 양봉가 : 안녕하세요? 뉴질랜드에서 양봉하고 있는 이순기입니다. 반갑습니다.]

이곳은 이순기 씨의 일터입니다.

얼른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간밤에 별일은 없었는지…

벌의 안부부터 살피는데요.

[이순기 / 양봉가 : 애벌레를 빼고, 로열젤리를 채취하고 거기에 다시 애벌레를 집어넣고 다시 벌통에 집어넣는 과정을 3일에 한 번씩 계속 반복하는 거죠.]

'여왕벌의 음식'으로 알려져 있는 로열젤리.

쌀알보다 작은 유충 수천 마리를 하나하나 이식해서 채취하는데, 그 과정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닙니다.

이순기 씨는 올해 처음 로열젤리 생산에 도전한 초보 양봉가입니다.

[이순기 / 양봉가 : 아내가 병에 걸렸어요. 병에 걸려서 다 완치가 됐지만, 로열젤리가 병에 좋다는 얘기를 듣고 가족들 건강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시작했는데 막상 보니까 양봉 환경이 너무 좋은 거예요. 사업성도 너무 좋고 그래서 사업적으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시작하게 된 거고….]

아직은 시험 단계.

한국에서 배운 로열젤리 생산법이 뉴질랜드 양봉 환경과 잘 맞아떨어질지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있는데요.

[이순기 / 양봉가 : 육체적으로도 힘들고, 성실해야 됩니다. 특히 로열젤리는 매일 한 번 생산하면 3일 후에 채취하고, 또다시 생산하고 이게 3교대로 돌아가기 때문에 생산이 시작돼서 끝날 때까지는 쉴 수 있는 날이 없어요.]

주말 오후, 순기 씨의 작업장에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왔습니다.

뉴질랜드에 사는 동포 학생들인데요.

[황록원 / 양봉 체험 학생 : (맛이 어때?) 꿀맛!!! 엄청 맛있어요.]

시간이 날 때면 한국인 가족들을 초대해 양봉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작업장 문을 활짝 열어뒀습니다.

[박영숙 / 양봉 체험 가족 : 양봉 체험이 쉽게 할 수 있는 체험이 아니다 보니까 낯선 체험이기는 했는데 아이가 동물과 곤충을 좋아해서 오게 됐거든요. 와서 보니까 생각보다 벌이 귀엽더라고요. 혹시 집에서 키울 수 있으면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20년 넘게 무역회사를 운영하던 순기 씨.

보통 가장의 삶이 그렇듯 누군가의 남편, 아버지로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

나이 50이 되던 해, 더 늦기 전에 처음으로 늘 꿈꿔왔던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바로 '오토바이 면허증' 따기!

[이순기 / 양봉가 : 배낭여행을 많이 다녔거든요. 그런데 나이가 먹어가면서 배낭이 너무 무거워요. // 그래서 제가 나이 50이 되던 해, 오토바이 면허증을 땄어요. 지금까지 일본 전국 일주를 했고요. 인도, 네팔, 동남아시아, 대만 해서 거의 한 8~9만 km 정도는 탄 것 같아요. 앞으로 목표는 40만 km를 잡고 세계 일주를 마무리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50세 지천명을 넘어 60세 이순을 향해 갈 때쯤 누구나 고민하는 인생 2막.

하루하루 치열하던 인생 전반전을 마치고,쉰이 넘은 나이에 오토바이 세계 일주.

그리고 또 10년 뒤, 환갑이란 나이가 무색하게 '양봉가'라는 새로운 도전으로 인생의 후반전을 연 이순기 씨!

물론 가족들의 응원이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일입니다.

[이순기 / 양봉가 : 사랑하는 남편 파이팅. 저희 마누라가 써준 거거든요. 다른 사람들은 오토바이 여행을 한다고 하면 다들 반대를 하고 그 반대 때문에 못 가는 분도 많은데 저 같은 경우에는 기꺼이 응원을 해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제까지 내가 무슨 일을 한다고 해도 가족들이 응원해주고 응원 해줘서 그 힘으로 이제까지 여행을 잘 다니고 있습니다.]

70세가 되면, 또 어떤 도전을 하고 있을지 그 생각만으로도 벌써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이순기 / 양봉가 : 작은 길이 흥미가 끌려요. 지도에도 없는 작은 길을 갔다가 잘못 길이 끊겼는데 제 오토바이가 워낙 무겁고 크기 때문에 돌려 나오지를 못했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야산을 넘어서 계속 끝까지 갔는데 결국 거기가 어디냐면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중국, 타지키스탄 네 군데가 만나는 국경지대예요. 말도 안 통하고 2시간 정도 붙잡혀서 그 친구가 상부에 보고하고 아주 난리가 났었어요.]

[이순기 / 양봉가 : 길모퉁이를 돌아서면 무엇이 있을까 하는 항상 궁금증이 있어요. 그래서 궁금증을 쫓아서 가다 보면 또 다른 미지의 세계가 보이고…. 그때 당시에는 고생인데 나중에 돌아보면 그것 자체가 아름답고 즐겁고, 행복했던 추억이고, 중독성이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