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 년간 지켜온 정체성, 인형에 담아...이옥례 씨

글로벌 코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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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8. 오전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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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1세, 20세기 초중반 고국을 떠난 이들은 일본에서 무엇을 지켜왔을까요?

식민지와 분단, 차별, 그리고 그들의 굴곡진 삶에 대해 들어봅니다.

재일동포 1세의 기록.

[이옥례 / 재일동포 1세·92세 : 할머니가 아들한테서 온 편지를 글도 모르는데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얼굴 귀엽죠? (누구 생각하면서 만드신 거예요?) 예, 우리 어머니.]

일제강점기, 우리말도 한복도 모두 빼앗긴 시절.

[이옥례 / 재일동포 1세·92세 : (학교 선생이) 칼 차고 뭐 구두 신고, 여기까지 오는 가죽 구두 신고. 참 무서웠습니다. 모두 벌벌 떨었어요. (우리말을 가르친 선생님도 계셨어요?) 계십니다. 계시다가 어느 날, 나는 너희 오늘밖에 못 볼 것이라는 말을 합니다. 나는 너희를 오늘밖에 못 볼 것이라고. 그러나 우리말은 절대로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 그런데 그 선생님은 뭐 자기는 잡혀간다는 거 알고 있었던 거 아닙니까. 우리는 모르죠. 그런데 그 이튿날 (학교) 가니까 그 선생님이 안 계셨습니다. 그래서 이제 참말로 우리 글… 네. 배웠죠. 모두가 우리 글 배우자 해서.]

해방 직후 일본에 남은 동포들은 우리말, 우리글을 잊지 않기 위해 '국어강습소'를 만들었다.

[이옥례 / 재일동포 1세·92세 : 해방되고 그 아이들한테 내가 이야기한 것은 '우리말을 지켜야겠다.', ' 말 한 번 잃어버리면 안 돌아오고 나라도 한 번 뺏기면 안 돌아오는 거 너희도 알고 있지,' 거기서부터 '국어강습소'를 만들어서….]

1945년 10월 '국어강습소'는 '조선학교'로 발전했다.

600개 학교에서 6만여 명이 우리말과 역사를 배웠다.

하지만 1948년 일본 정부와 연합군 최고사령부는 조선학교 폐쇄 명령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