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인 멜리사가 말하는 한식의 매력은?

디지털 코리안 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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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8. 오전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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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멜리사 아르니하르덴 / 한식 요리사· 고교 매점 운영]
"안녕하세요. 저는 핀란드 사람들에게 한식을 소개하는 멜리사입니다. 반갑습니다."

1. 하숙집 아주머니에게 배운 손맛 담긴 김치

" 20년 전에 한국에서 공부할 기회가 있어서 한식을 접했습니다. 6개월간 한국에서 공부하고 핀란드로 돌아왔을 때 한식이 그리워 혼자서 한식 요리법을 공부했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삼겹살이에요. 가장 자신 있는 음식은 김치고요. 꽤 결과가 잘 나와요. 가지볶음도 좋아하고. 그리고 이름이 잘 기억 안 나는데, 제가 오늘 만든 건데. (꽈리고추?)네, 꽈리고추찜! 꽈리고추찜도 잘 만들죠. 한국 음식 중 안 좋아하는 게 없는데, 매번 한국에 갈 때마다 첫 식사는 삼겹살과 냉면을 먹어요. 요리 수업은 들어본 적 없어요. 대신에 한식을 만드는 영상을 올린 여러 블로그를 참고해요. 아마 두 블로거 모두 미국에 사는 것 같은데 그들의 요리법을 참고합니다. 그들이 제 선생님이라면 선생님인 셈이죠. 한국에서 공부할 때 하숙집에서 살았어요. 하숙집 아주머니가 김장하는 날 저를 초대해서 김치 만드는 것을 도왔어요. 그때 처음 김치를 만들어 봤죠. 핀란드에 돌아와서 김치 만드는 것을 몇 번 시도해봤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김치를 만들고 있고 점점 실력도 늘어서 더 자주 만들어요. 김치는 한국 음식의 정신입니다. 배추를 다루며 김치를 담그는 과정에서 음식에 자신의 손맛과 마음을 담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손으로 재료를 직접 다루잖아요. 김치를 만드는 것은 마음을 다스리는 과정 같아요."

2. 핀란드 고등학교 매점에 차려진 한국인의 밥상

"(한식 사업을 시작한) 중요한 이유는 만족감 때문입니다. 음식을 준비하고 다른 사람들이 내 요리를 즐기고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기쁘고 만족감을 느껴요. 제가 생각해도 왜 제 음식을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이해가 안될 때가 있어요. 그런데도 제 음식을 좋아한다는 게 행복해요. 그리고 제가 한국어와 한식을 배우는 이유는 한국과 핀란드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하고 싶기 때문이죠. 저는 언제나 두 문화 사이를 오가며 지냈습니다. 음식은 사람들을 서로 연결해주는 좋은 방법이에요. 음식은 사람들을 한데로 모으죠. 그리고 다른 문화를 이해할 때 입과 관련된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언어는 혀로 말하고 음식은 입으로 가잖아요. 그런 것들이 한 문화를 이해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방법이죠. 요식업의 측면에서 이야기하자면, 한식은 음식을 공유하는 문화라는 점을 주목하게 되는데요. 제가 한국인과 식사를 하면 음식을 공유하는데, 다른 상황에서는 이렇게 하지 않아요. 다른 나라의 사람이랑은 이렇게 하지 않죠. (한식을 먹을 때는) 좋은 음식에 대한 고마운 마음과 함께 음식을 먹는 사람에 대한 감사한 마음 같은 것들을 소중하게 여기게 돼요. 아직 매점 사업을 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동안의 성과를 살펴봐야겠지만, 이번 주 매점에서 '한국 주간'을 진행했는데 한식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는데도 많은 사람이 왔어요. 평소보다 20배 많은 사람이 매점을 찾았어요. (매출이 늘어난 것은)'한국 주간' 행사 덕분입니다. 제가 한식 메뉴를 선보이려는 이유죠."

3. "진짜 한국의 맛" 정통 한식 만들고 싶어요

"제가 20년 전 한국 음식을 처음 만들기 시작했을 때는 아시안 마트에서 한식 재료를 구하기가 어려웠어요. 지금은 고춧가루, 고추장, 된장, 참기름 등 필수적인 재료들을 구할 수 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깻잎 통조림도 구할 수 있어요. 음식에 따라서 재료 구하기가 어려운 것들이 있죠. 글쎄, 다른 어려운 점은 없는 것 같아요.
제가 한식을 만들 때 염두에 두는 것은 퓨전이 아닌 정통 한국 음식을 만들고 싶다는 점입니다. 물론 가끔 퓨전도 괜찮지만 주로 진짜 제대로 된 한식을 만든다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 한국인으로부터 '이게 진짜 한식이다'라는 인정을 받고 싶어요. 한식을 접해본 적 없는 핀란드인이나 다른 나라 사람에게 단순히 맛있는 요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제 요리가 제대로 된 한식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어요."

4. 개인주의 짙은 핀란드에서 겸상의 매력을 알리다

"제가 한식을 소개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한식 문화가 가진 사회적인 측면 때문입니다. 오늘 손님 중 학생 한 무리가 왔는데, 다양한 음식을 시켜 함께 나눠 먹고 나중에 돈을 나눠 내는 모습을 봤습니다. 지금 이 이야기를 하면서도 아직 소름이 돋아요. 이 모습이 바로 제가 원했던 모습이죠. 사람들이 함께 와서 음식을 즐기는 것입니다. 내 앞의 접시는 내 음식이고 다른 사람은 손을 못 댄다면 그렇게는 음식을 함께 즐기기가 어렵죠. 반면에 음식을 한 접시에서 나눠 가져가고 함께 먹으면 분위기도 전혀 달라지고 사람 사이의 관계도 달라져요. 이 모습을 오늘 온 학생들에게 봐서 기뻤습니다. 한국식대로 제육 볶음도 시키고 뚝배기 불고기도 시켜서 함께 나눠 먹고 큰 그릇에 담긴 밥을 나눠 담아 즐기는 것이 바로 내가 보고 싶었던 모습이에요. 핀란드에서 한식이 점점 더 유명해지고 있습니다. 이제야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 것 같아요. 현지 마트에서도 고추장, 쌈장, 한국 갈비 양념을 팔아요. 한국 음식이 핀란드에서 빛을 보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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