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랑이의 의미와 유래

실랑이의 의미와 유래

2019.12.11. 오전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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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YTN, YTN WORLD, YTN KOREAN
■ 진행 : 개그맨 김경식

"나야 나.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운전하다 보면 도로 위에서 이런 모습 종종 보죠?

사고가 나자 운전자들끼리 서로 자기 말이 옳다고 하면서 옥신각신하는 것을 두고 실갱이를 벌인다, 또는 실랭이를 벌인다, 이렇게 표현하는데~

모두 지역 방언이고요.

표준어는 ‘실랑이’입니다.

그럼 ‘실랑이’라는 말은 어디에서 유래했을까요?

조선시대에는 과거시험에 새로 급제한 사람을 ‘신래’라고 표현했는데요.

이른바 ‘신참’이죠.

이 ‘신래’들이 거쳐야 하는 신고식이 있었어요.

과거 시험장에서 “신래위”하고 합격자를 발표하면 호명을 받은 사람은 합격증서를 받기 위해 앞으로 나가야 하는데, 짓궂은 선배들이 나가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거죠.

먹물로 얼굴에 낙서를 하고요.

앞으로 가라 했다가 뒤로 가라 했다가 훈련을 시키고요.

신래를 따로 불러서 “직속상관 이름이 뭐야? 틀리면 똥물 뒤집어 써야 해!”

그렇게 장난을 치며 밤새도록 놀다가 노래를 부르고는 새벽에 헤어졌다고 합니다.

뭐 이런 전통이 다 있나요?

이른바 ‘신래위’ 전통이 신래위 신래위 하다가 발음 변화를 거쳐서 ‘실랑이’로 바뀌었다는 거죠.

이런 유래 때문에 실랑이는 ‘남을 못살게 굴거나 괴롭히는 일’이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실랑이’와 비슷한 의미로 ‘승강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한자 오를 ‘승’자와 내릴 ‘강’자에 접미사 ‘이’가 붙어서 만들어졌습니다.

‘서로 자기 주장을 고집하며 옥신각신하는 일’을 뜻하지만, 남을 못살게 굴거나 괴롭힌다는 의미는 없다는 점에서 ‘실랑이’와 차이가 있죠.

조선시대에 때로는 이 신참, ‘신래’ 다루기가 도를 넘어서 병약한 ‘신래’들이 기절해서 죽는 일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오늘날 대학에 들어간 신입생이 신고식에서 술을 너무 많이 마시거나 때로는 선배들에게 맞아서 숨지는 사고도 있죠.

‘역사는 반복된다’더니 정말 무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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