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의 이름이 ‘악착’이 된 사연은?

보살의 이름이 ‘악착’이 된 사연은?

2018.07.09. 오전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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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당신 왔어요? (시계 보고) 4시네? 지금까지 일한 거예요?
남편: 두시간 자고 또 나가야 돼.
아내: 당신 그러다 몸 상해, 좀 쉬면서 일해야지
남편: 이렇게 악착같이 일해야 얼른 빚도 갚고 내 집도 마련하지!

[정재환]
내 집 마련을 위해서라면 악착같이 일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게 우리나라 가장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장민정]
맞습니다. 일을 해나가는 태도가 아주 모질고 끈덕진 걸 가리켜 ‘악착같다’라고 표현하는데요. 그런데 악착이 정확히 무슨 뜻인가요?

[정재환]
악착의 한자를 살펴보면 악착하다의 악(齷)에, 악착하다의 착(齪)을 쓰는데요. 두 글자에 모두 이 치(齒) 가 들어 있죠? 그래서 이가 꽉 맞물린 상태를 가리켜 ‘악착’이란 말을 씁니다.

[장민정]
이가 꽉 맞물린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 왜 기를 쓰고 덤벼든다는 의미로 바뀐 거죠?

[정재환]
혹시 악착 보살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장민정]
아니요. 저는 처음 듣는데요..

[정재환]
경북 영지사와 운문사에 가면 악착 보살이라는 조각품이 천장 밑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습니다. 보이시죠?

[장민정]
이 사람이 악착 보살인가요? 왜 이렇게 매달려 있는 거죠?

[정재환]
어느 마을에 부처가 있는 극락으로 향하는 배가 출발했습니다. 늦게 온 보살이 떠나가는 배를 향해 함께 데려가 달라고 간절히 빌자, 배에서 밧줄을 던져줬는데요. 보살은 이를 악물고 그 줄에 매달려 극락에 다다랐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장민정]
줄을 놓치면 바다에 빠져 죽게 되니 얼마나 악착같이 붙잡았을까요. 그래서 악착 보살이라 불렀군요.

[정재환]
맞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극락에 가기 죽기 살기로 매달린 악착 보살처럼 어떤 일에 기를 쓰고 덤벼들거나 끈기 있고 모질게 달려들어 해내는 사람을 가리켜 악착같다고 말합니다.

[장민정]
오늘 배운 재미있는 낱말, ‘악착같다’입니다.

[정재환]
어떤 일을 하는 태도가 매우 모질고 끈덕짐을 뜻하는 말입니다. 배에서 던져준 밧줄에 이를 악물고 매달려 끝내 극락에 간 악착 보살 이야기에서 유래했습니다.

[장민정]
배에 악착같이 매달려 극락세계로 가려고 했던 악착 보살의 존재를 이제야 알게 됐네요.

[정재환]
청도 운문사에 가면 대웅전 천장을 잘 찾아봐야겠어요. 여러분도 악착 보살 꼭 찾아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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