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고개에 앉을 놈들은 누구?

버티고개에 앉을 놈들은 누구?

2018.06.26. 오전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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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여보~ 요즘 뜨는 동네가 어딘 줄 알아?
아내: 어딘데요?
남편: 신당동, 옥수동, 금호동, 성수동~
아내: 아~ 거기 연예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 아니에요?
남편: 당신도 알고 있네?
아내: 거기가 그렇게 조용하고, 공기도 좋대요. 한국판 베벌리힐스라고... 버티고개 힐스라고 하던데?
남편: 근데 버티고개가 뭐야?

[정재환]
약수동에서 한남동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을 버티고개라고 하지 않습니까?

[장민정]
네, 맞습니다. 이 버티고개는 조선 세조 3년에 만들어진 지름길이었다고 합니다. 주로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이동이 많았던 장사꾼들이 즐겨 다니던 길이였다고 하네요.

[정재환]
그랬군요, 이 고개가 말이죠. 지금도 빨리 갈 수 있는 길이 긴 하죠, 그런데요, 차로 가기에도 상당히 가파르거든요. 당시 장사꾼들이 다니기에 쉽지 않은 길이었겠네요.

[장민정]
네, 좁고, 가팔라서 아주 험난한 길로 꼽혔다고 합니다. 하지만 장사꾼들을 정말 힘들게 하는 건 따로 있었어요. 바로 장사꾼들을 노리고 고갯길에 숨어 있는 도적들이었습니다.

[정재환]
그러면 도적 떼들과 버티고개의 ‘버티’라는 말, 이게 관련이 있는 겁니까?

[장민정]
맞습니다. 버티고개에 도적 떼만큼 많았던 사람들이 바로 치안을 담당하는 병사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아침저녁으로 순찰을 돌면서 ‘번도!’, ‘번도!’라고 큰소리로 외치면서 도적떼를 쫓아냈습니다. 바로 이 ‘번도’는 당시 도둑을 가리키는 말이었는데요. 이후 번도가 번티, 또 버티가 되면서 버티고개로 불렸다는 게 널리 알려진 이야깁니다.

[정재환]
네, 오늘 배운 재미있는 낱말, 버티고개입니다.

[장민정]
약수동에서 한남동으로 넘어가는 고개를 말합니다. 이 고개를 다니던 장사꾼들의 물건을 훔쳐 가기 위해 도둑들이 항상 고개에 진을 치고 있었는데, 병사들이 번도라고 외치며 도적 떼를 쫓은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정재환]
버티고개, 저도 정말 자주 오가는 곳인데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어 있는지는 몰랐네요.

[장민정]
우리가 잘 아는 뚝섬, 까치울, 애오개! 이런 지명에도 아주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많거든요. 재밌는 낱말 풀이에서 하나하나 풀어드리겠습니다.

[정재환]
벌써부터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집니다. 채널 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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