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101년 새 역사 쓴 '기생충'…영화계 장벽 넘은 봉준호

한국영화 101년 새 역사 쓴 '기생충'…영화계 장벽 넘은 봉준호

2020.02.14. 오후 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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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 / 앵커]
오늘의 패널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최광희 영화평론가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최광희 / 영화평론가]
안녕하세요.

[이종구 / 앵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전해 드린 대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까지 석권하면서 모두 4관왕을 차지했습니다. 이번에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라는 건 특별히 더 큰 의미가 있는 걸까요?

[최광희 / 영화평론가]
한국영화 101년 동안 사실 아카데미 벽을 꾸준하게 두드려왔습니다마는 한 번도 후보에 오른 적은 없어요. 후보에 오른 것만 해도 대단한 경사였는데 상까지 받은 데다가 또 최고상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상. 그리고 주요 부문상인 감독상, 각본상까지. 이렇게 해서 4개의 상을 받았다는 것은 이건 경천동지할 노릇이다.

[최광희 / 영화평론가]
특히나 작품상 같은 경우에는 아카데미 역사, 92년 동안 단 한 번도 외국어 영화가 받은 적이 없어요. 할리우드 주변 안팎의 관계자들도 대단히 놀라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아카데미가 이제는 조금 더 시야를 넓혀서 세계 영화를 바라보겠다고 하는 의지의 표현.

[이종구 / 앵커]
기생충이 그 장벽을 허물었던 그 비결이라고 할까요? 어떤 게 있을까요?

[최광희 / 영화평론가]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가지고 있는 소재나 주제의식이 미국인들이 현재 느끼고 있는 문제점이나 또 이 시대의 부조리하고도 맥락이 닿아 있기 때문에 양극화나 빈부 격차의 문제는 전 세계적인 소위 말하는 신자유주의의 부작용으로써 지금 대두되고 있는 화두거든요.그걸 조금 더 직접적으로.

[이종구 / 앵커]
봉준호 감독이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노리고 보편화 된 유머코드를 노린 것이냐, 아니면 우리만의 유머코드가 통한 것인지 그것도 궁금한데요.

[최광희 / 영화평론가]
옥자라든가 또 그에 앞서서 설국열차 같은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여를 해왔습니다. 해외 영화계의 어떤 트렌드를 읽는 눈이 생긴 거죠. 특히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을 영화적인 재미를 얹어서 버무려내는 그것이 봉준호 감독의 특히나 장기인데. 그 장기를 이번 영화 '기생충'에서 유감없이 발휘했고

[이종구 / 앵커]
수상 소식에 해외 스타들도 SNS를 통해 축하 소식을 전했는데요. 차정윤 앵커가 정리했습니다.

[차정윤 / 앵커]
한국계 캐나다 배우인 샌드라 오는 기생충이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하자 시상식 자리에서 일어나 발을 동동 구르며, 박수를 치는 모습이 화면에 포착되기도 했죠. 앞서 영화 옥자에 출연해 봉 감독과 인연을 맺은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도 "봉!"이라는 한마디로 축하인사를 전했습니다.

[이종구 / 앵커]
한 사람이 4개의 트로피를 가져간 건 월트 디즈니 이후로 처음이라는 얘기가 있던데요.

[최광희 / 영화평론가]
월트디즈니가 그 당시에 상을 받은 것은 각기 다른 작품으로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 작품으로 4개를 가져간 건 봉준호 감독이 유일한 거로 알고 있습니다.

[이종구 / 앵커]
유독 미국인들이 외국어 영화, 자막 보는 영화에 대해서 어느 정도 반감이 있었다, 예전에는. 그렇게 봐도 될까요?

[최광희 / 영화평론가]
특히 유럽 영화인들은 미국인들이 자기네 나라 영화만 보니까 우물 안 개구리다, 이렇게 폄훼하는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자막에 1인치 장벽을 넘으리라고 이야기한 게 미국인들한테는 굉장히 큰 충격이었던 것 같아요.

미국의 어떤 정치·사회적인 변화의 과정, 트렌드 이런 것들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소 진보적인 그런 성향들이 강해서 공화당 정권이 잡았을 때는 정부 비판적인 그런 영화들이 많이 나와요, 그런 차에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탁! 하고 나와서 지금 이 시대의 우리를 얘기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이종구 / 앵커]
무대에서 어떤 소감을 밝혔는지 궁금하실 텐데요. 들어보겠습니다.

[봉준호 감독]
감독상 받으러 올라갔을 때 약간 신기한 일이, 워낙 객석에 영화인도 많고 복잡한데 딱 올라갔는데 스콜세지 감독님하고 눈이 딱 마주쳤어요. 그분을 저쪽 먼발치 의자에 앉혀놓고 제가 올라가서 상을 받고 있다는 게 더욱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죠.

[이종구 / 앵커]
경쟁했던 작품과 감독들이 다 거장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거장들과 그 작품들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최광희]
그 수상 소감을 얘기할 때도 시상식에서 앞에 마틴 스콜세지가 계시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도 계시는데 이분들한테 이 상을 나눠줄 수 있으면 전기톱으로라도 잘라서 5등분 해서 나누어 주겠다라고 농담처럼 그런 얘기를 하면서 한국인 특유의 겸손 이런 것들을 보여줬는데요. 후보에 오른 감독들 모두 사실은 세계적인 내로라하는 거장들이에요. 이런 분들을 제치고 봉준호 감독이 감독상뿐만 아니라 작품상까지 받았다는 것은 이제는 세계 영화계에서 봉준호의 시대가 열렸다.

[이종구 / 앵커]
입봉작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얼마나 고난의 길을 걸어왔고 그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구축했는지 한번 차정윤 앵커가 정리했습니다.

[차정윤 / 앵커]
32살의 청년 감독은 첫 장편 작 '플란다스의 개'에서 중산층의 삶을 날카롭게 짚어내면서도 특유의 엉뚱함과 유머러스함을 잃지 않았습니다.

[봉준호 / '플란다스의 개' 감독 (2000년)] 주변 사람들은 저를 보고 왜 이렇게 황당한 행동을 하니? 황당한 말을 한다고 이런 반응을 받는 경우도 있는데 저의 생활 자체가 그런 것 같아요.

두 번째 작품 '살인의 추억'은 봉 감독에게 봉테일이라는 별명을 만들어준 영화죠. 치밀한 시나리오와 섬세한 설정을 통해 80년대 사상 최악의 장기미제사건의 수사상황을 흡입력 있게 그려냈습니다.

[봉준호 / '괴물' 감독(2006년)] (영화 괴물에서) 가족들이 되게 외롭게 싸워요. 가족들이 소시민들 가족인데 그 가족들을 도와주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왜 그럴까? 우리 사회가 약한 사람들, 소시민들을 정말 도와준 적이 있었던가? 이런 질문을 던지는 영화고요.

'마더'와 '설국열차', '옥자'까지 봉 감독은 유머와 휴머니즘과 더불어 사회 문제 인식을 잘 녹여냈습니다. 특히 영화 '옥자'는 2017년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기도 했죠.

[봉준호 /영화 '옥자' 감독] 두렵습니다. 칸만큼 영광스럽고 흥분되는 자리가 없을 것 같은데요. 동시에 불타는 프라이팬에 올라가는 생선의 느낌 같은 게 있어요. 영화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에 돌아온 봉감독은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에 이어 올해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 4관왕까지 거머쥐는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이종구 / 앵커]
봉준호 감독은 지금까지 사회 비판적인 영화를 많이 만들었는데 앞으로도 그런 행보를 이어가지 않을까 전망을 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최광희 / 영화평론가]
봉준호 감독은 한국영화의 적자죠. 한국영화의 전통이 사실주의적 경향이 강하다는 거거든요. 사실주의라는 게 뭐냐 하면 우리 현실의 부조리를 드러내는 경향을 말합니다. 1990년대에 출현했던 무수히 많은 감독이 가지고 있었던 전통인데요. 봉준호 감독이 그대로 이어받은 거죠.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통찰력. 그리고 영화를 만들어내는 세공력. 이 두 가지가 다 합쳐져서 출현한 그런 감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봉 감독의 연출 트렌드가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종구 / 앵커]
지금까지 최광희 영화평론가와 함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영화 아카데미상 수상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아봤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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