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양로원의 기막힌 동거…노인-대학생 동반자 프로그램

호주 양로원의 기막힌 동거…노인-대학생 동반자 프로그램

2019.12.28. 오후 7:33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호주의 한 양로원에서는 노인과 학생이 특별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세대 차이가 나서 말이 잘 안 통할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요.

주말이면 함께 영화도 보고 친구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됐다고 합니다.

어떤 사연인지 확인해볼까요?

[기자]
날씨 좋은 목요일 오후, 대학원생 텐비아 씨가 패트리샤 할머니를 찾았습니다.

익숙하게 커피를 건네고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 할머니와 손녀 사이인가요?

[패트리샤 / 양로원 거주자 : 여기에서 지내는 게 행복하냐고요? 당연하죠. 이 학생들은 정말 훌륭해요. 모두 나의 천사들이죠.]

두 사람은 사실 스칼라브리니 양로원에 사는 이웃입니다.

이 양로원은 지난해부터 시드니대학과 손잡고 노인과 학생의 동반자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요.

학생 네 명이 양로원에 거주하며 할머니·할아버지와 영화를 보거나 컴퓨터를 가르쳐주는 등 일상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대신 학생들은 월세 걱정 없이 양로원을 기숙사처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죠.

[텐비아 / 시드니대학교 대학원생 : 이곳에서 생활하며 지원을 받는다는 것도 물론 도움이 되지만 노인분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에게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어서 뜻깊은 것 같아요.]

치솟는 월세 걱정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참여했던 학생들.

시간이 지날수록 세대를 뛰어넘어 할머니·할아버지와 진한 우정을 만들어 가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얼굴이 밝아지고 삶에 열정을 갖는 노인분들이 늘었습니다.

[트레이시 길 / 스칼라브리니 양로원 코디네이터 :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학생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세요. 학생들도 마찬가지고요. 무엇보다 참여 학생들은 이분들과 친구로 지내면서 자신의 가족도 이해하게 되죠.]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14%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고령사회 호주.

이에 걸맞게 호주의 노인복지는 교육, 고용 분야 등에서 세계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사회적 인프라 못지않게 이들이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안식처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노인과 학생의 아름다운 동행은 호주 내 다른 양로원으로도 확산할 예정입니다.

[사네타 뒤 토이 / 시드니대학교 교수 : 실제로 다른 기관이나 양로원에서 저희 측에 연락이 와요. 우리는 이 프로그램으로 젊은층이 노년층의 삶을 알아갔으면 해요.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는 멋진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노인분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얻는 것들은 따로 가르쳐줘서 습득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잖아요.]

[패트리샤 / 양로원 거주자 : 젊은 친구들이 우리 세대와 더 자주 소통했으면 좋겠어요. 젊은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젊음을 잃지 않을 수 있어 너무나 좋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