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색다른 도시 투어

스위스의 색다른 도시 투어

2019.12.28. 오후 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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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로마·바티칸 투어나 파리 미술관 투어 등 유럽을 여행할 때면 한 번쯤 투어 가이드와 동행해본 경험이 있을 텐데요.

스위스 취리히에는 여성 노숙인이 진행하는 색다른 투어가 있습니다.

도시의 화려한 모습 뒤에 감춰진 소외계층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데요.

산드라 가이드의 취리히 투어, 함께 떠나볼까요?

[기자]
투어를 위해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

[산드라 브뤼만 / 투어 가이드 : 내 이름은 산드라 브뤼만이에요. 도시 투어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산드라 투어'에서는 위기에 놓인 거리 위 여성들의 삶을 마주할 수 있는데요.

어릴 적 가정폭력에 노출됐던 산드라 씨 역시 몇 달간 거리 생활을 하며 술과 약물에 의존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런 가이드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은 노숙인의 고충을 피부로 체험할 수 있죠.

평소에도 수십 번씩 지나쳤을 이 건물은 생활이 어려운 여성들이 몸과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슈타우파허 여성의 집'인데요.

[산드라 브뤼만 / 투어 가이드 : 제가 집에서 쫒겨났을 때 이곳을 알았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그때 저는 이런 곳이 있다는 걸 몰랐어요. 여성들이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거주 공간인데,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후나 살던 집을 잃었을 때, 혹은 가족 간의 불화가 생겼을 때 당장 거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죠.]

화려한 건축물을 자랑하는 일반 도시 투어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

노숙인을 위한 협회 수프리즈와 취리히 사회 기반 시설팀이 2013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노숙인의 도시 투어 프로그램입니다.

지난해부터 '빈곤층 여성'을 주제로 하는 투어가 새롭게 열렸죠.

[카르멘 베르히톨드 / 수프리즈 도시투어 팀장 : 여성은 평균보다 더 가난에 노출되어있어요. 스위스에서 여성들은 임금이 더 적거나 육아비용을 국가에서 전적으로 지원해주지 않아서 빈곤에 노출될 위험이 더 큽니다. 때에 따라서는 거리로 나가게 되는 다양한 이유가 있죠.]

다음 목적지는 노숙인을 위한 또 다른 주거 공간 '수네보게'인데요.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이 건강한 사회 일원으로 재활할 수 있도록 안식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거리 생활에 지쳐있던 산드라 씨 역시 이곳에서 5년간 머물며 술과 약물 중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는데요.

취리히에 살면서도 알지 못했던 도시 속 숨은 이야기.

투어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오늘 하루는 어떤 의미였을까요?

[야스미나 메르클 / 투어 참가자 : 투어가 아주 짧게 느껴질 정도로 감동적이었고, 동시에 유익했어요. 다른 사람들에게도 적극추천하고 싶죠.]

[모니카 부소 / 투어 참가자 : 부자 나라 스위스에서 일반 관광객에게는 절대 보여주지 않는 모습이고, 이 도시에 사는 일반 주민들도 사실 드물게 보는 모습이잖아요. 혹은 일부러 안 보려고 하는 모습이거나요.]

세계적인 복지 수준을 자랑하는 스위스.

그 배경에는 사회 빈곤층도 부끄러움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회 분위기와, 이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사회 구성원의 노력이 있지 않았을까요.

[산드라 브뤼만 / 투어 가이드 : 지금 일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누군가를 돕고 사람들의 선입견을 없애는 데 도울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노숙자를 보면 멀찍이 떨어져서 가곤 해요. 오늘 투어 참가자도 노숙자가 무섭다는 말을 했어요. (이 일을 하며) 그런 선입견을 없애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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