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의 반려견까지 책임집니다"

"노숙인의 반려견까지 책임집니다"

2019.12.28. 오후 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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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혼모 못지않게 노숙인 역시 사회 공동체로부터 소외를 받고 있죠.

의료 분야에서도 대표적인 취약 계층입니다.

특히 브라질에서는 거리에 유기견을 키우는 노숙인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시민단체가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확인해 보시죠.

[기자]
빵과 음료를 잔뜩 쌓아둔 천막 안에 오늘의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시민들로 구성된 노숙인 자원봉사단첸데요.

올해로 벌써 4년쨉니다.

노숙인들에게 옷과 가방을 챙겨주는 자원봉사자들.

그런데, 그 옆을 지키고 있는 건? 다름 아닌 노숙인들의 반려견입니다.

새로운 목줄과 장난감을 받자 최고의 선물인 듯 높이 뛰어오르면서 큰 만족감을 드러냅니다.

[안드레 소아레스 / 노숙인 : 정말 멋진 행사예요. 아주 좋습니다. 우리는 이런 걸 가질 형편이 안 되는데 덕분에 행복해졌어요. (반려견과 함께 있는 이유는) 나보다 더 낫기 때문이죠. 나보다 이 녀석들이 훨씬 나은 존재예요.]

상파울루에는 거리에서 생활하는 노숙인이 2만 명에 달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외로움을 잊기 위해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죠.

하지만, 반려견 역시 거리를 떠도는 유기견이라 위생 관리는 엄두도 낼 수 없습니다.

잘 씻기지 못하니 벼룩과 진드기까지 있어서 예방접종은 필수죠.

[비비아나 마리스 / 노숙인 : 이 아이는 내 친구고, 형제고, 길 동지예요. 다른 공원에서 처음 봤는데 지저분했고 악취도 나고 길에 버려져 있었어요. 그런데 이 아이가 먼저 다가왔고 내 앞에 앉았죠. 이 아이가 나를 선택한 겁니다.]

[마리아나 / 수의사 : 광견병 백신 주사도 놓고, 눈에 염증을 치료하려고 연고도 발라주고, 벼룩 방지하는 약도 주고 있어요. 모두 무료로 제공합니다. 한 달에 한 번씩 길에 있는 동물들에게 제공하는 거예요.]

이동용 애견 목욕 차량에서는 한창 묵은 때를 벗겨내는 중입니다.

그동안 길에서 떠돌며 지쳤던 몸과 마음의 긴장을 오랜만에 푹 녹입니다.

하지만, 노숙인과 반려견을 향한 차가운 시선마저 씻어내는 건 여전히 쉽지 않은 숙제인데요.

사실, 이 자원봉사단체는 단순히 노숙인과 그 반려견을 돕는데 그치지 않습니다.

[에두아르도 사뽀로 / 봉사 단체 MRSC 대표 : 노숙자를 위한 정식 직업 학교를 짓고 싶습니다. 개를 잘 기르는 법이나 털 깎기, 발톱 관리 등의 애견 미용을 가르치는 수업을 만들어서 노숙인도 직업을 갖게 하는 거죠. 개를 좋아하는 노숙자라면 왜 애견분야에서 일을 못 하겠어요? 내년에는 이들에게 좋은 수업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이들이 다시 일할 수 있도록 말이죠.]

이들은, 노숙인들이 더는 차디찬 길이 아닌 따스한 울타리 안에 들어올 수 있게 진정한 자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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