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선생님이 타향살이를 자처한 이유는?

교장 선생님이 타향살이를 자처한 이유는?

2019.12.14. 오후 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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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에는 은퇴 후 고국을 떠난 용감한 한인을 만나볼까요?

평생을 초등학교 교단에 섰던 선생님이 우리나라를 떠나 요르단에 정착했습니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어떤 새로운 인생이 펼쳐졌을까요? 확인해 보시죠.

[기자]
요르단의 수도 암만.

낯선 이국땅에서 홀로 맞는 아침이 여전히 어색하기만 합니다.

한글학교 김윤중 교장 선생님의 출근길인데요.

40년 동안 교편을 잡았던 한국을 떠나 퇴직 후, 지인의 요청으로 요르단에 왔습니다.

[김윤중 / 73세·한글학교 교장 : 같이 놀면 되지 뭘 굳이 나가려고 하느냐, 왜 나가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젊음이 쏜살같이 지나간 게 아까웠고 조금 더 활동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때 봉사하고 싶어서 외국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요르단 한글학교는 정기적인 수업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돼 왔기 때문에 동포들이 느끼는 한글 교육의 갈증은 깊어만 갔습니다.

하지만 김윤중 교장의 부임으로 학교는 점차 달라졌습니다.

[황동안 / 한글학교 학생 : 제 꿈은 축구 선수와 크리에이터, 그리고 연예인입니다. 한글학교를 왜 다니느냐, 친구들이랑 놀 수 있어서요. 그리고 한글을 배우고 수학도 배울 수 있고요.]

매주 금요일마다 4시간 반씩 수업이 이뤄지는데요.

하지만 그동안 말 못할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김윤중 / 한글학교 교장 : 여기서는 교사 정식 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모시기가 어려워요. 또 하나는 국내에 있는 학교보다 이 재외국민 어린이들도 의무교육 대상인데도 불구하고 정부지원금이 아주 적습니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함께 학교를 제 궤도에 올려놓은 지금.

학생들이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는 게 가장 큰 기쁨이라고 말합니다.

[김윤중 / 73세·한글학교 교장 : 너희는 사과 속에 있는 씨앗 하나다. 그 씨앗이 자라서 얼마나 많은 사과 열매를 맺을지 모른다. 너희는 무한한 잠재력과 능력이 있다고 그걸 잊지 말고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늘 말합니다).]

노년기는 내려놓고 정리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열정으로 도전하는 시기다.

몸소 이 말을 실천하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김윤중 교장의 모습이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김윤중 / 73세·한글학교 교장 : 나이가 들면 할 수 있는 게 제한이 돼요. 그래서 한두 가지로 집중할 수 있어요.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하는 것이 더 쉬워진 것 같아요. 나 혼자만을 위해서 살기는 아까운 생각이 들었죠. 그러니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좀 더 보람 있게, 가치 있게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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