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목소리를 보여줘"…지금 이주 여성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네 목소리를 보여줘"…지금 이주 여성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2019.11.23. 오후 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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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에서는 4년 전부터 연극을 통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는 이주 여성들이 있습니다.

지금 여성들이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함께 들어보시죠.

[기자]
작은 홀에 열네 명의 여성이 모였습니다.

아직은 다소 어눌한 한국어로 연기 연습을 하는 이들은 결혼 이주 여성들.

다문화 여성들로 구성된 극단 '다정극단'이 다음 주 공연을 앞두고 마지막 연습에 여념이 없습니다.

연기를 지도하는 사람은 4년 전부터 '다정극단'을 이끌어온 연출가, 유지원 씨.

세 번째로 열리는 이번 공연에 '네 목소리를 보여줘'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유지원 / 연극 연출가 : 예전의 다문화 사업 같은 걸 보니까 여성들에 대한 하나의 동정이나 아니면 무언가를 받는 수혜자로서의 것이었다면, 이 연극은 자신의 해내고 있는 '주체자'로서의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거든요.]

대부분 연극을 전공한 사람들이 아니기에, 스스로 맘에 드는 연기가 좀처럼 나오지 않습니다.

이들이 믿는 건 오직 열정과 노력.

주말을 반납하고 석 달 동안 매주 이 연습장에 나왔습니다.

[이지은 / 2000년 필리핀에서 한국 이주 : (여기는) 가족처럼 사랑을 많이 받았어요. (평소에는) 사랑이 없잖아요, 아이들밖에 없어서.]

[인터뷰: 미야우치 히사요 / 2006년 일본에서 이주 ]

"제가 한국에서 소수 집단에 속하잖아요. 근데 나뿐만 아니구나, 나 같은 친구들이 많구나고 하는 생각. 공감할 수 있는."

연습을 통해 또 하나의 가족이 된 여성들.

히사요: 다문화에 우리가 속하고 있잖아요.

그게 어떨 때는 달갑지 않을 때가 있죠.

에바 :어떤 사람은 다문화라는 말 사용하지 말라고,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그 단어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그 언어에 대한 인식이 잘 못 된 거죠.

아셀 : 그래도 바뀔 거예요, 생각이. 우리가 나와서 '내 목소리를 들어줘'라고 하면서 이렇게 다 부정적인 게 아니라고. 다양한 사람이 있잖아요. 카자흐스탄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요.

히사요 : 앞으로 더 우리 활동이나 다른 사람들 활동에 의해 편견이나 선입견이 바뀌어갔으면 좋겠어요.

에바 : 그니까. 깨야 해요. 우리가 노력하는 거지, 연극으로.

이주 여성들의 한국살이는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연극을 통해서까지 보여주고 싶은 목소리란, 한국생활에 대한 고민일까요?

아셀 : 그리고 할아버지가 저에게 말했어요. 너는 나에게 소중한 아이다…

공연이 시작되자 배우들 입에서 나온 건, 한국에서의 힘든 이야기가 아니라 고향에서의 행복한 추억들입니다.

몽골, 중국, 카자흐스탄 등 각 나라 여성들이 모국의 노래와 춤을 어엿하게 보여줍니다.

[유지원 / 연극 연출가 : 한국에서 (이주하기 전의) 과거에 있던 것들은 무시당하거나 내지는 (이야기를) 안 했으면 좋겠는 것, 이번 공연은 어떻게 보면 가려야 했고 뺏겼어야 했던 부분을 드러내는 것이죠. 그것이 바로 이분들에게 있어서 원 모국에 대한 부분을 다시 한 번 집어내는 것이었어요.]

이날 여성들의 목소리를 받아든 건, 한국에서 그들에게 또 하나의 고향을 준 가족이었습니다.

[홍세영 / 안나 씨 남편 : 솔직히 제가 아내의 고향에 대해서 잘 몰라요. 근데 이번 기회에 알게 된 것 같아서 좋네요. 항상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아줘서 고맙고 지금처럼 계속 행복했으면 좋겠어.]

[장현태 / 히사요 씨 장남 : 다양한 문화가 있구나, 하는 걸 많이 느껴서 좋은 공연인 것 같아요. (평소 어머니는) 얌전하다고 할까 활동적이지 않는데 여기서(공연에서) 너무 활동적인 모습을 보여서 반전이었던 것 같아요. 색다른.]

[홍안나 / 2007년 키르기스스탄에서 이주 : 태어나서 저한테 준 모든 고정 관념들, 고향에서 배운 것들을 (한국에서) 잊어 버려라고 아무리 그렇게 해도 제 일부의 인생이기 때문에…]

[마하노바 아셀 / 2005년 카자흐스탄에서 이주 : 자기 언어와 문화를 어딜 가도 배신하지 말라고. 가슴에 안고 가요.]

이주 여성에게 필요한 건, 한국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것만이 아닙니다.

여성들이 과거 본국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어떤 정체성을 가져 왔는지 관심을 갖고, 알고, 이해하는 것.

진정한 다문화로 나아가기 위한 '정서적 인프라'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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